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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 실베스터 레바이
극본 미하엘 쿤체
초연 1992년 9월 3일 빈 씨어터
빈 극장협회 오케스트라 연주 / 미카엘 뢰머 지휘 / 질 메메르트 연출
엘리자벳.....................마야 하크보르트
젊은 엘리자벳.............알바 알라우이
죽음.............................마르크 자이페르트
루케니.........................다비트 야콥스
프란츠 요제프 황제.....안드레 바우어
조피 모후....................다니엘라 지글러
루돌프 황태자.............루카스 페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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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덕션 노트 ===
뮤지컬 <엘리자벳>, 2021년 빈 쇤부른 궁전 야외 실황
시시를 다룬 빈 뮤지컬의 대표작 <엘리자벳>의 쇤부른 궁전 야외 실황
오늘날 세계 뮤지컬의 최대 시장은 뉴욕의 브로드웨이와 런던의 웨스트엔드이지만 빈에 근거를 둔 VBW(Vereinigte Buhnen Wien), 굳이 번역하자면 빈 극장협회가 제작하는 일련의 '오스트리아'표 뮤지컬도 흥미진진한 소재 발굴과 뛰어난 작품성으로 점점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빈 뮤지컬의 최고 히트작이 미녀로 소문난 오스트리아 황후 엘리자벳(일명 '시시')의 비극적 삶을 다룬 <엘리자벳>(1992)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자주 공연되곤 한다. 본 영상물은 <엘리자벳>을 합스부르크 황실의 여름궁전이었던 쇤브룬 야외무대에서 공연한 최신 실황이다. VBW의 간판급 가수들이 다수 출연했는데, 특히 엘리자벳 역에는 이제 나이가 들었지만 역대 최고의 엘리자벳으로 불리는 마야 하크보르트가 출연해 열창한다.
상업 뮤지컬의 중심은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이지만 프랑스 파리와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제작된 뮤지컬이 더 나은 작품성으로 세계 극장가의 환영을 받곤 한다. 이중 빈의 뮤지컬을 이끄는 컴퍼니가 VBW(Vereinigte Buhnen Wien, 비엔나 극장협회)다. 1990년 이후에야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으니 뮤지컬계에서는 후발주자라고 할 수 있지만 1992년에 초연된 두 번째 작품 <엘리자벳>이 큰 성공을 거둔 이후 연이은 히트작을 내고 있다. 그 리스트에는 <뱀파이어의 댄스>, <모차르트!>, <레베카>, <쉬카네더>, <오스트리아에서 왔습니다>, <돈 카밀로와 페포네>, <노부인의 방문> 등이 포함된다.
줄거리는 엘리자벳의 삶을 광범위하게 다루는데,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황후 엘리자벳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루케니. 그는 엘리자벳이 스스로 죽기를 원했으며 일생 동안 '죽음'을 사랑했다고 항변하며 과거로 몰고 간다. 소녀 시절 엘리자벳은 나무에서 떨어져 초월적인 '죽음'과 마주하게 된다. '죽음'은 그녀에게 반해 살려두지만 계속 주위를 맴돈다. 오스트리아 황제 프란츠 요제프는 모후 조피의 반대를 무릅쓰고 모후가 염두에 둔 여인 대신 그 동생 엘리자벳을 선택한다. 하지만 엄격한 황실과 엘리자벳의 자유로운 영혼은 갈등을 빚고 그럴수록 모후는 엘리자벳을 통제하려고 든다. 한편 '죽음'은 진정한 자유를 주겠다며 끊임없이 엘리자벳을 유혹한다. '죽음'은 심지어 엘리자벳의 아들인 루돌프 황태자에게도 나타나는데, 사사건건 아버지와 대립하던 루돌프는 결국 권총 자살을 택한다. 아들을 보살피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충격에 빠진 엘리자벳은 유럽 곳곳을 돌아다니고, 불행한 그녀를 지켜보던 '죽음'은 무정부주의자 루케니에게 칼을 건넨다.
=== 작품 해설 === <2011.11.24 / 네이버캐스트 / 김영주 글>
뮤지컬 무대
엘리자벳
달콤한 죽음이여 오라
동화는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어여쁜 신부와 왕자님의 키스로 끝난다. 몰려든 군중의 환호 속에 교회의 종이 일제히 울리고 비둘기가 날아오르면 그 후로 오랫동안 두 사람은 행복하게 살았다고 믿어도 될 것 같다. 하지만 행복한 동화의 마지막 장은 곧바로 현실의 첫 페이지가 되는 법, 왕실에 대한 환상과 현실이 얼마나 다른지는 비운의 왕세자비 다이애나가 자신의 짧은 삶과 죽음을 통해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뮤지컬 <엘리자벳>의 주인공은 ‘19세기의 다이애나’라고 불리는 오스트리아 제국 최후의 황후이다.
죽은 황후를 위한 뮤지컬
다이애나가 ‘민중의 왕세자비’였다면 엘리자벳은 ‘오스트리아의 연인’이었다. 두 사람은 전혀 다른 성장배경과 개성을 가졌지만, 엄격한 왕실에 맞서서 자신의 인생을 찾기 위해 투쟁했고 결국 실패하여 비운의 죽음을 맞았으나, 사후에도 대중들의 한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는 유사하다. 뮤지컬 <엘리자벳>이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다 간 오스트리아 황후에 대해 다룬 첫 번째 작품은 아니다. 지난 100년 간 소설, 전기문, 드라마 시리즈가 쏟아졌고 그 중에서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작품으로는 1955년 개봉하여 17세의 로미 슈나이더를 스타덤에 올려놓았던 영화 ‘시씨 3부작’을 손꼽을 수 있다. 하지만 20세기 말 빈에서 만들어진 뮤지컬 <엘리자벳>은 순진하고 낭만적인 영화 시리즈와는 상반된 시점에서 엘리자벳이라는 고귀한 신분의 여인과, 그녀를 감싸고 있는 달콤한 환상을 날카롭게 해부한다.
1992년 빈에서 초연한 이후로 <엘리자벳>은 독일어권 뮤지컬에서 유례없는 성공을 거두면서 재공연과 라이선스 공연, 투어 공연을 이어갔다. 언제 어디서나 동일한 틀을 지킬 것을 요구받는 경우가 많은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달리, 공연을 무대화하는 국가 마다 문화적, 정서적 특성을 반영한 변형이 허용되었다. 독일어권을 제외하고 이 작품이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곳은 일본이었는데, 작품의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면을 극대화시킨 것이 일본 공연의 특징이다. 특히 일본에서는 이례적으로 극단 토호에서 만든 뮤지컬 <엘리자벳>과 다카라즈카 가극단에서 만든 또 다른 버전의 <엘리자벳>이 공존하고 있다. 여성만이 출연하는 다카라즈카 버전에서 남자주인공인 죽음을 연기했던 배우가 퇴단 후에 토호 버전에서 엘리자벳을 연기하는 흥미로운 일도 있었다.
당대 유럽의 모든 왕실을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칭송받았고, 가장 무책임한 어머니로 비난받았으며, 가장 이해할 수 없는 황후였던 시씨의 인생은 어떻게 세계 10개 국가의 900만 관객을 사로잡는 뮤지컬이 될 수 있었을까.
초현실적 존재의 현실적인 질문
<엘리자벳>은 실존 인물의 이름을 내세운 작품답게, 역사적인 사건들과 시대의 분위기도 함축적으로 극 속에 녹여내고 있지만 일반적인 전기 뮤지컬과는 전혀 다른 길을 간다. ‘퍼스트 레이디’를 주인공으로 한 다른 작품과 비유하자면, <명성황후>보다는
<에비타>에 가깝다. 황후 암살범을 사회자로 내세워서 황후의 삶과 죽음을 감상적으로 소비하는 사람들을 대놓고 비웃는데, <엘리자벳>이라는 제목의 뮤지컬을 보러 온 관객들의 면전에서 던지기에는 상당히 과감한 도발이라고 할 수 있다. 미하엘 쿤체는 여기서 한발 더 나가서 엘리자벳의 인간적인 실수와 약점들을 보여주는데도 망설임이 없다.
물론 우리가 극에서 보고 싶어 하는 것은 완벽한 인간이 아니라 결함을 가지고 있더라도 매력적인 인간이다. 다행스럽게도 미하엘 쿤체는 엘리자벳에게서 미인 대회의 시상대 꼭대기에 세울 수 있을 법한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시대의 얼굴을 포착해내는데 성공한다.
엘리자벳은 퇴폐와 탐미가 넘쳐 흐르던 세기말 빈의 심장부에 위치한 근엄한 쇤브룬 궁의 여주인으로서 살아가면서 자신이 몸담고 있는 세계와 한없이 충돌했고, 그 때문에 한 시대를 보여주는 아이콘이 되었다. 19세기 말은 단순히 숫자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에서 한 세계가 몰락하고, 그 종말의 고통 속에서 새로운 세계가 태어나는 시기였다. 엘라자벳은 자신이 곧 사라질 세계의 여왕이라는 것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으며, 그녀가 속하기를 원했던 무리는 자신의 왕국을 무너뜨리려는 적진에 있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이 엄청난 모순을 뛰어넘을 만한 결단력과 의지가 없었다. 엘리자벳은 혁명가라기보다는 몽상가였고, 그녀의 예민한 정신은 시대의 비극을 관념적으로 받아들이기에도 벅차서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아파하지 못했다.
미하엘 쿤체는 이 뮤지컬의 남자 주인공을 황후와 실제 염문이 있었던 헝가리 귀족 대신 엘리자벳이 남긴 일기와 시에서 데려왔다. 그녀가 남긴 무수히 많은 글 속에서 ‘죽음’이 마치 연인처럼 묘사되고 있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죽음(Tod)'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어낸 것이다. 서구 미술이나 문학에서 ’죽음‘이 의인화되는 것은 오랜 전통을 가진 기법이다. 하지만 '죽음’을 움직이는 해골이나 시체가 아니라 마치 어둠의 천사처럼 매혹적인 연인으로 묘사하는 것은 신선한 아이디어다. 생전의 엘리자벳이 보여주었던 취향이나 성향을 생각하면 그녀가 상상하고 선망했던 죽음이 아름다운 청년의 모습을 했을 것이라는 짐작에 무게가 실리는 것도 사실이다. <엘리자벳>에서 가장 뮤지컬적이고 환상적인 면은 이 죽음과 엘리자벳의 팽팽한 줄다리기에 있다.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생사가 달려 있는 충돌이면서 동시에 금단의 것에 대한 매혹을 느낄 수 있다.
영미권 뮤지컬과는 다른 독일어권 뮤지컬의 매력
독일어권 뮤지컬보다 먼저 한국에 상륙해서 큰 인기를 끌었던 프랑스 뮤지컬로 인해 비영미권 유럽 뮤지컬의 특징으로 느슨한 서사와 다양한 캐릭터, 호소력 있는 아리아 중심으로 전개된다는 것을 손꼽는 이들이 많다. 분명 <엘리자벳>에도 영미권 뮤지컬에 비해 많은 수의 인물들이 분명한 캐릭터와 내적갈등을 드러낼 기회를 얻는다. 하지만 이 작품은 프랑스 뮤지컬에 비해 춤과 노래, 드라마의 연결이 빈틈없이 짜여 있으며, 배우의 기량을 돋보이게 하는 장대한 스케일의 발라드 대신 서사적인 필요와 캐릭터의 갈등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데 충실한 곡으로 진행된다.
<엘리자벳>은 궁중사극의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가장 무도회 같은 화려함보다는 작품의 정서와 극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보여주는데 주력하는 현대적인 작품이다. 단순한 눈요기가 아니라 작품의 묵직한 주제의식을 살리는 회전무대와 그림막이 돋보이는 무대미술은 대본, 음악과 함께 이 작품을 탄탄하게 뒷받침한다. 실베스타 르베이의 음악은 명확한 라이트모티프에 따라 설계되어 있는데, 궁중사극을 기대하는 관객들을 만족시켜줄 만큼 웅장하면서도, 거칠고 선동적인 록비트를 군데군데 배치하여 극에 긴장감을 더해주고 있다.
시놉시스
오스트리아 황후를 암살한 무정부주의자 루이지 루케니는 사후 100년이 지나서까지 끝없는 재판을 받고 있다. 어떤 정치적 동기도 없이 황후 엘리자벳을 살해한 이유를 추궁하는 재판관에게 루케니는 그것이 그녀가 원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라고 항변하고, 그 주장을 증명하듯 ‘죽음’이 등장한다. 인격화된 죽음은 사후세계의 인간 군상들을 내려다보며 자신과 엘리자벳 사이에서 일어난 일을 회상한다.
막시밀리언 공작의 말괄량이 딸 엘리자벳은 위험한 장난을 치다가 나무에서 떨어지면서 처음으로 죽음을 만나고, 둘은 서로에게 매혹 당한다. 하지만 얼마 후 엘리자벳은 사촌 오빠인 젊은 황제 프란츠 요제프와 사랑에 빠지고, 대제국의 황후가 되어 쇤브룬 궁에서 살게 된다. 엄격한 시어머니 조피의 억압과 빈 상류사회의 견제 속에서 엘리자벳은 실의에 빠지지만 곧 자기 삶의 주체성을 찾겠다는 결심을 하고 정치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첫 딸의 죽음과 남편의 외도는 엘리자벳에게 다시 절망을 안겨주고, 요양을 핑계로 궁 밖을 떠돌며 황후로서의 의무로 가득찬 삶을 거부한다. 엘리자벳이 여러 가지 문제로 고통을 겪을 때마다 죽음은 그녀 곁으로 다가와 유혹하고, 황후는 그 유혹을 떨쳐내기 위해 발버둥 친다.
한편, 자신의 문제만으로도 벅찬 엘리자벳에게 번번이 외면당한 아들 루돌프 황태자는 불안정한 정신의 소유자로 성장한데다가, 자유주의 사상을 신봉하는 것 때문에 구세대의 상징적인 인물인 아버지 프란츠 요제프와 날카롭게 충돌한다. 이는 빈 뿐만 아니라 전 유럽을 덮치고 있는 신구 세대의 갈등이었다. 루돌프 황태자는 어머니에게 아버지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중재를 요청하지만, 엘리자벳은 황제에게 부탁을 하려면 자신의 자유를 포기해야 한다며 거절한다. 절망에 빠진 루돌프 황태자는 죽음의 입맞춤과 함께 권총자살을 하고, 모든 것을 잃은 엘리자벳과 황제는 자신들이 한 시대의 종말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황제는 엘리자벳에게 마지막 황혼을 함께 하자고 부탁하지만, 엘리자벳은 거절하고 은둔자로서 떠도는 생활을 계속하던 중 무정부주의자 루이지 루케니의 칼에 찔린다. 마지막 순간, 황후를 품에 안은 죽음은 환희를 느끼고, 죽음의 품에 안긴 엘리자벳은 비로소 진정한 안식을 찾게 된다.
공연 내역
초연 : 1992년 9월 3일 빈 씨어터
창작자
극작가 : 미하엘 쿤체
독일어권 뮤지컬계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극작과 작사는 물론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번역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활동을 하고 있다. 강력한 여성 캐릭터와 탄탄한 드라마, 독특한 관점을 갖춘 작품을 만드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작곡가 : 실베스타 르베이
헝가리 출신의 작곡가로 팝과 영화음악으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히트곡 ‘플라이 로빈 플라이’를 함께 만들었던 동료 미하엘 쿤체와 뮤지컬계로 넘어온 후 <엘리자벳>, <모차르트!>, <레베카> 등 성공적인 작품들을 내놓으면서 유럽 뮤지컬계를 대표하는 창작자 콤비로 명성을 얻게 되었다. 대중적이고 드라마틱하면서 호소력 있는 음악으로 미하엘 쿤체의 날카로운 이야기들을 뒷받침한다.
캐릭터 소개
루케니
실존인물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던 무정부주의자다. 이 작품에서는 극을 이끌어가는 사회자의 역할을 하면서 관객들에게 엘리자벳의 삶에 대한 냉소적인 질문들을 끊임없이 던지는 인물이다. 엘리자벳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당시의 주요 인물들과 시대상에 대해서도 촌철살인의 해설을 덧붙인다.
엘리자벳
사회적인 의무와 진정한 자아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 작품의 히로인. 단순한 희생자가 아니라 자신의 아름다움을 무기로 내세우거나, 가족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이기적인 면모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든 자기 자신으로서의 삶을 갈망하는 치열한 모습은 관객들의 공감을 얻는다.
죽음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절대적 존재이지만 엘리자벳과의 관계에서는 마치 숨겨진 연인처럼 보인다. 하지만 인간적인 감정선으로만 행동동기를 파악하기보다는, 의인화된 죽음으로서 그 역할을 이해할 때 작품의 층위를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가장 강력한 존재이지만 그림자처럼 서사의 안팎을 오가는 신비로운 캐릭터다.
루돌프 황태자
많은 면에서 어머니를 빼닮은 비운의 황태자. 새로운 시대에 대한 열망을 갖고 있지만 자신의 꿈을 관철시킬만한 굳건한 의지를 타고나지는 못했기에 갈등하고 괴로워한다. 어머니에게 버림 받고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했다는 절망은 그를 점점 더 짙은 어둠으로 끌어들이고 결국 죽음의 손아귀에 사로잡히게 된다.
프란츠 요제프
몇 번의 실수를 제외하고는 엘리자벳에게 충실하고, 그녀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남편이지만 아내의 영혼을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하는 구시대적인 인물이다. 몰락해가는 제국의 황제로서, 또 분열된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 이중의 고통을 겪는다.
뮤지컬 넘버 리스트
1 | Act One | Prologue (Prolog) |
2 | Like You (Wie du) | |
3 | Lovely to Have You All Here - (Schon, euch alle zu seh'n) | |
4 | Black Prince (Schwarzer Prinz) | |
5 | To Each He Gives His Own (Jedem gibt er das Seine) | |
6 | Things Never Happen As Planned (So wie man plant und denkt...) | |
7 | Nothing is Difficult (Nichts ist schwer) | |
8 | All Questions Have Been Asked (Alle Fragen sind gestellt) | |
9 | She Doesn't Fit (Sie passt nicht) | |
10 | The Last Dance (Der letzte Tanz) | |
11 | An Empress Must Shine (Eine Kaiserin muss glanzen) | |
12 | I Belong to Me (Ich Gehor Nur Mir) | |
13 | The First Four Years (Die Ersten Vier Jahre) | |
14 | The Shadows Grow Longer (Die Schatten werden langer) | |
15 | The Cheerful Apocalypse (Die frohliche Apokalypse) | |
16 | Elisabeth, Open Up My Angel (Elisabeth, mach auf mein Engel) | |
17 | Milk (Milch) - Lucheni, the Poor | |
18 | Beauty Care (Schonheitspflege) | |
19 | I Just Want to Tell You (Ich will dir nur sagen) (I Belong to Me Reprise) | |
20 | Act Two | Kitsch (Kitsch) |
21 | Eljen (which is Hungarian for "long live...") | |
22 | When I Want to Dance (Wenn ich tanzen will) | |
23 | Mama, Where Are You? (Mama, wo bist du?) | |
24 | Mama, Where Are You? (reprise) (Mama, wo bist du reprise) | |
25 | She Is Insane (Sie ist verruckt) | |
26 | Nothing, Nothing, Nothing at All (Nichts, nichts, gar nichts) | |
27 | Us or Her (Wir oder sie) | |
28 | Don't Play the Prude (Nur kein Genieren) | |
29 | The Last Chance (Or 'The Malady') (Die letzte Chance (Maladie)) | |
30 | Argument between Mother and Son | |
31 | The Restless Years (Die rastlosen Jahre) | |
32 | The Shadows Grow Longer (Die Schatten werden langer (Reprise)) | |
33 | Argument Between Father and Son (Streit Vater & Sohn) - Rudolf, Franz Joseph Hate (Hass) | |
34 | Like You (Wie du (Reprise)) | |
35 | If I Were Your Mirror (Wenn ich dein Spiegel war) | |
36 | The Mayerling Waltz (Mayerling-Walzer) | |
37 | Rudolf, Where Are You? (Dirge) (Rudolf, wo bist du? (Totenklage)) | |
38 | My New Assortment (Mein neues Sortiment) (Kitsch reprise) | |
39 | Boats in the Night (Boote in der Nacht) | |
40 | On the Deck of the Sinking World (Am Deck der sinkenden Welt) | |
41 | The Veil Descends (Der Schleier fallt) | |
42 | Closing Music (Schlussapplaus) |
[네이버 지식백과] 엘리자벳 - 달콤한 죽음이여, 오라 (뮤지컬 무대, 김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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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2015.07.15 네이버캐스트 / 이유진 글>
공연장 나들이
뮤지컬 <엘리자벳>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극
대중의 뇌리에 각인되는 건 항상 비극의 몫이다. 모두가 갈망하는 화려한 삶의 한가운데에서 고독과 슬픔을 품고 살았던 이들이 무대의 주인공이 되는 까닭이다. 오스트리아 제국 최후의 황후 엘리자벳이 백 년의 시간을 거슬러 뮤지컬 <엘리자벳>으로 다시 무대 위의 주인공이 된 이유이기도 하다.
오스트리아가 사랑한 그녀 엘리자벳
엘리자벳은 당시 유럽의 모든 왕실을 통틀어 가장 많은 사랑과 미움을 동시에 받았던 여인이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씨씨(SiSi)라는 애칭이 생길 정도로 민중의 마음을 얻기에 충분했지만, 동시에 아름다움을 향한 시기와 질투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무엇보다 그녀를 힘들게 한 건 황후의 자리 그 자체였다. 바이에른 국왕인 막시밀리안 요제프와 바이에른의 공주 루도비카의 둘째 딸로 태어나 자유로운 유년 시절을 보냈던 그녀에게 황후의 왕관은 무겁고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왕실의 혈통 유지를 위해 근친결혼을 시행하던 합스부르크 왕가에서 오스트리아 제국의 황제 프란츠 요제프의 아내로 지목한 건 엘리자벳이 아니라 그녀의 언니 헬레나였다. 조신하게 신부수업을 받아오던 헬레나가 아닌 승마와 수영을 즐기던 엘리자벳에게 손을 내민 건 프란츠 요제프, 어머니 대공비 소피의 그늘에 짓눌려 있던 그의 선택이 한 여자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어놓게 된 것이다.
“아침이면 감옥에서 눈을 뜬다. 무거운 족쇄를 차고 있는 것과 같다. 자유! 그건 나를 외면하고 저 멀리 떠났다.”
엘리자벳은 새장 속에 갇힌 새처럼 쉬지 않고 자신의 아름다움을 노래할 뿐 자유롭게 날아오르진 못했다. 황실의 규율과 대공비 소피의 권력에 짓눌린 엘리자벳은 첫째 딸의 죽음을 기점으로 궁에서 점점 멀어졌고 자신의 아름다움에 도취된 민중을 무기 삼아 헝가리의 왕비로 즉위하며 자신을 보호하기 시작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스스로의 삶을 새롭게 설계하려는 의지가 있었다. 하지만 아들 황태자 루돌프의 자살은 그녀의 삶을 검은 상복 속에 가두었고 외국을 떠돌며 방황하던 그녀는 이탈리아 무정부주의자 루이지 루케니의 칼에 찔려 암살당한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허망한 죽음인 동시에 가장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 역사의 주인공으로 박제되는 순간이었다. 오스트리아가 사랑한 엘리자벳은 그렇게 거스를 수 없는 비극의 주인공으로 세상과 이별했다.
자유와 죽음의 유혹, 그 사이의 삶
그녀의 비극적 삶의 궤적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비극성 때문에 무한한 생명력을 얻었다. 백년의 시간에도 아랑곳 않고 오스트리아는 지금까지도 그녀의 흔적으로 가득하다. 치명적인 아름다움으로 오스트리아의 마음을 훔쳤던 그녀가 여전히 오스트리아가 사랑한 단 한 명의 연인임은 오스트리아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느낄 수 있다. 그런 그녀의 삶을 담아낸 소설과 드라마가 쏟아져 나온 건 당연지사, 뮤지컬 <엘리자벳>의 등장 또한 당연히 예정된 수순이었다. 1992년 빈에서 초연한 뮤지컬 <엘리자벳>은 독일어권 뮤지컬에서 유례없는 성공을 거뒀다. 그 성공의 중심에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황후가 아니라 끊임없이 자유를 갈망하던 한 여인이 있었다. “엘리자벳이 합스부르크 왕궁에 들어오면서 죽음을 데려왔다”는 오스트리아 민담을 모티브로 ‘죽음(Der Tod)’이란 추상적 개념을 의인화한 것은 뮤지컬 <엘리자벳>의 신의 한 수였다.
항상 죽음에 도취되어 있던 그녀의 삶을 무대 위에 재현하기에 이보다 더 탁월한 선택은 없었다. 서구 문화에서 죽음을 의인화하는 것은 오랜 전통에 기인한 기법이다. 하지만 뮤지컬 <엘리자벳>의 죽음은 새장 속에 갇힌 삶을 살았던 엘리자벳의 연인으로 등장함으로써 매력적인 캐릭터로 자리매김했다. 뮤지컬 <엘리자벳>의 도입을 장식하는 “위대한 사랑”이란 대사가 선포하듯 무대 위의 엘리자벳은 위대한 사랑이자 동시에 위험한 사랑에 빠진다. 그녀가 갈망하던 사랑의 대상이 남편이자 황제인 프란츠 요제프가 아니라 죽음 그 자체였다는 설정은 뮤지컬 <엘리자벳>을 매혹적으로 완성시켰다. 극을 완성한 미하엘 쿤체의 “그녀는 죽음을 숭배하는 시를 쓰고, 죽음에 굴복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죽음 자체를 사랑했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엘리자벳 주변을 맴도는 죽음의 존재는 뮤지컬 <엘리자벳> 특유의 환상적인 분위기를 완성하는 핵심이기도 하다.
비애를 품은 비엔나 뮤지컬의 매혹
뮤지컬 <엘리자벳>은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는 만큼 역사적 사건과 시대의 분위기를 무대 위에 배치하지만 일반적인 전기 뮤지컬과는 다른 노선을 확보한다. 엘리자벳을 살해한 루이지 루케니를 무대를 이끌어가는 화자로 설정해 모순으로 가득했던 엘리자벳의 삶을 관객에게 고발한다. 그녀의 인간적 약점을 비웃고 자신의 죄를 그녀에게 되돌리는 도발도 서슴지 않는다. 그 도발에는 지배 계층을 향한 날카로운 풍자도 함께 한다. 뮤지컬 <엘리자벳>의 이러한 태도는 유럽의 역사와 문화를 현대에 와서 어떻게 재해석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모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1992년 초연 이래 24년 동안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헝가리 등 유럽 전역을 장악하고 아시아까지 진출하며 960만 관객을 돌파한 저력이 여기에 있다.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세 개의 극장 테아테 안 데빈, 라이문트 테아테, 로만허 테아테를 중심으로 작품을 제작하는 비엔나 극장 협회(VBW)의 장인정신을 기반으로 일궈낸 성취이기도 하다.
오스트리아 대부분의 뮤지컬을 제작하는 비엔나 극장 협회(VBW)의 작품 중 세계무대에 알려진 작품은 <엘리자벳>을 비롯하여 <모차르트!>, <황태자 루돌프>, <레베카>가 대표적이다.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오스트리아’라는 국적 외에도 하나가 더 있는데, 작가 미하엘 쿤체와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 콤비의 작품이란 것이다. 강렬한 드라마를 품은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고 서사가 짙은 음악을 더하는 쿤체와 르베이 콤비의 장점이 가장 도드라지는 작품을 뽑으라면 단연 <엘리자벳>이다. 미하엘 쿤체의 영리한 선택과 집중으로 완성된 대본과 실버스터 르베이가 완성한 아름답고 기품 있는 음악은 엘리자벳의 삶과 죽음을 관객들의 가슴 깊숙이 새겨 넣기에 충분하다. 특히 단번에 귀에 꽂힐 만큼 호소력 있는 아리아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에선 느낄 수 없는 유럽 뮤지컬 특유의 웅장함을 자랑한다. 오케스트라를 기반으로 쌓아올린 선율은 엘리자벳의 고독과 슬픔을 대표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네이버 지식백과] 뮤지컬 [엘리자벳]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극 (공연장 나들이, 이유진, EMK뮤지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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