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대학 간호학과
4803713 윤 연 주
택시 블루스...
한 시간 사십 여분동안 택시 속 승객들의 모습을 담아낸 영화이다. 승객들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우리들의 실제 삶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저 여러 승객들이 타고 내리고를 되풀이 하는데에 지루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택시’라는 좁은 공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에 흥미와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
영화 속 배경이 되고 있는 곳은 서울이다. 커다랗고 높은 빌딩으로 꾸며진 대도시의 서울을 부러움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았던 나에게 ‘택시 블루스’는 서울의 또다른 모습을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품위있는 반듯한 모습과 유식한 서울 사람들에 대한 나의 환상이 무너졌다. 그저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어쩌면 우리들보다 훨씬 악한 곳에 물들어 사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가 가진 환상이 문제였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밀폐된 공간 속의 승객들 모습만으로 사람들의 생활 모습과 더불어 ‘서울’이라는 도시에서의 삶 또한 짐작할 수 있었다. 어쩌면 조금도 승화시키지 않고 직설적으로 보여준 승객들의 모습 속에서 우리는 문제점을 알아내고 해결책을 찾아야 할 과제 또한 안은 것 같다.
택시 안에서 간간이 흘러나오는 라디오 방송... 다른 관객들에게는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르는 라디오 소리가 나는 다른 어느 것 보다도 뜻깊게 들렸다. 라디오 방송은 그 때의 사회 모습을 자연스레 보여주는 역할을 했다.
특히나 라디오 방송 뉴스에서 나오는 故 김선일씨의 생생한 사고 소식이 나의 귀를 기울이게 했다. 그리 오래되지도 않은 일을 나는 벌써 잊고 살았다. 故 김선일씨의 죽음에 우리 국민은 함께 분노하고 슬퍼했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모두 잊고 산다. 자신의 일에만 몰두한 채... 우리 나라의 냄비정신을 또 한번 느꼈다.
‘택시 블루스’ 의 최하동하 감독..
영화 속 택시 운전 기사가 최하동하 감독 본인이라는 사실에 조금 놀랐다. ‘택시 운전 기사’ 라는 직업이 최하동하 감독에게는 15번째 부업이였다고 한다. 다큐멘터리, 영화 등을 찍고 돈벌기를 반복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마도 안정적인 아르바이트가 될 수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감독의 말을 빌려보면 영화를 찍으며 재연 뿐만 아니라 실제 승객들에게 또한 영화 찍기를 요청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난 영화를 보며 재연 배우와 실제 승객을 구분할 수 없었다. 나의 영화를 보는데에 대한 눈썰미가 없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나’라는 영화의 관객 한 사람이 구분할 수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최하동하 감독의 실력을 어느 정도 인정해 볼만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택시 운전 기사‘라는 직업..
여러 승객들을 만나고 대하는 일이라 어려운 일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 영화를 통해 승객들을 간접적으로나마 겪어보면서 기사 아저씨들의 수고가 여간 힘드신게 아니구나 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분명 택시만은 아닐 것이다. 어떤 일이든 지금 나의 위치가 아닌 다른 곳의 사람들을 나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영화를 통해 다른 한 분야의 사람들에 대한 어려움을 함께 이해해 본다는 의미만으로도 아주 뜻깊은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
내가 대학생이 되기 전 가졌던 희망사항 중 하나가 규모가 큰 영화들이 아니라 작은 영화제를 통해 영화, 다큐멘터리의 참된 의미와 재미를 느끼는 진정한 문화인이 되는 것이였다. 이런 문화생활은 서울에서만 즐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대구에 있는 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나의 희망사항은 그저 꿈으로만 남겠구나 생각했다. 이런 문화생활을 서울에서만 즐길 수 있다고 생각했던 무지한 내가 이번 독립 영화제에 참여하여 감상문을 쓸 수 있다는 것에 무척이나 만족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