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인의 로망 원두막을 짓다.
금년도 봄이 되자 농장에 원두막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그래서 인터넷을 뒤졌다. 어떤 형태로 지을 것인가?. 비용은 최소로 얼마 정도일까?. 크기는 얼마로 할 것인가?. 등등 고민을 하다가 마음에 결정을 했다.
텃밭을 하거나 농장을 하거나 모든 귀농인의 로망은 원두막을 짓는 일이다. 거기서 시원한 여름을 보내며 옥수수와 감자와 단호박을 쪄다 먹고, 때로는 수박이나 참외를 따서 깍아 먹으면서 하루를 보내는 여유를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원두막을 짓고 싶은 욕망이 점점 더 강해져서 그걸 실현하고 싶은 생각으로 머릿속이 꽉 차 있었다. 나는 2013년부터 농장을 과수원으로 만들고 싶어 나무를 심기 시작하였고 그해 과수원 이름을 淸水圓이라 명했다. 그러나 아직 간판은 없다. 단지 나만이 그렇게 부르고 있을 뿐이다.
7월 초 들뜬 마음으로 아침 일찍 농장으로 향한 나는 우선 원두막 터를 잡기 위해 이곳 저곳을 둘러 보았다. 밭 사이에는 작은 하천이 하나 있다. 이 하천은 우기엔 물이 오랫동안 흐르지만 건기엔 말라 건천이 된다. 본래 이곳 주변 땅들은 모두 논이었으나 약 10년 전부터 밭으로 전환하는 매립으로 지금은 대부분의 논이 밭으로 형질변경 된 상태다. 우리 밭 하류 약 300미터 자점에는 부천시 소유 농업용 관정이 하나 있는데 그 취수량이 1000톤/일 정도로 수량이 풍부하고 음용이 가능할 정도로 깨끗하다. 나도 내 밭에 관정 5개를 준비했는데 이 지하수가 매년 가뭄에 큰 효자 노릇을 했다. 그런데 작년부터는 우리 밭 사이에 있는 하천이 마르질 않았다. 원인은 상류부 밭을 경작하는 분들이 모두 부천시 소유 관정 물을 이용하기 때문에 쓰고 남은 물들이 하천으로 모여 흐르기 때문이다. 이 하천 곁에는 내가 오래전에 파 놓은 지하수 관정이 3개가 있다. 이 관정에는 2마력과 1.5마력 짜리 양수기 두 대를 설치해 놓았는데 올 가뭄에도 하루에 서너시간씩 물을 퍼올려 사용하였다. 그래서 원두막 터를 이 하천변에 잡았고 관리기로 평탄작업을 했다. 평탄작업을 한 부지 위에 4m 정사격형의 줄을 띠우고 그 높이를 투명관에 물을 채워 조절하면서 수평을 잡았다. 그 안에 원두막 밑그림을 그렸다. 가로 10자(3m), 세로 10자(3m)로 3평정도 크기다. 원두막 마루는 평상 형태를 생각했다. 그 높이를 두자(60cm)로 하되 받침 각재와 마루 판재의 높이가 있어 실제 평상마루 높이는 지면에서 70cm 정도가 될 것이다.
원두막 바닥은 평상을 고려하여 마루 주변에는 45cm 높이의 난간을 만들기로 하고, 4개의 기둥은 2.7m를 가장 높은 기둥으로 하고 작은 기둥은 2.4m로 하여 경사진 지붕을 생각했다.
드디어 작업을 착수했다. 7월 10일이다. 기초를 팠다. 3m 정사각형에 한뼘정도 깊이로 줄을 띄워 골을 파고 네기둥 깊이는 두뼘 깊이로 구덩이를 파서 자갈과 큰 돌로 채우고 물을 조금씩 부어가면서 다짐 작업을 했다. 중앙에도 1 x 1m크기에 한뼘정도 골을 파고 자갈을 채운후 다짐 작업을 했다. 그 기초위에 각재를 눕혀 놓아 수평을 잡았다. 우선 중앙부에 설치할 두 개의 받침대를 만들었다. 높이 두자에 길이 10자로 하였고 아래 받침대 기둥 밑에는 수평을 유지하기 위한 받침목을 추가하여 한 개의 받침대를 새워 놓아도 넘어지지 않게 하였다. 몇일후 목재상에 가서 목재를 구입했다. 기둥으로 4치각 x 12자 4개. 중간도리와 보 그리고 난관도리, 처마도리용 4치 x 2치 x 12자 합쳐 12개. 서까래 받침목 2개, 서까래로 사용할 1.5치 x 1.5치 x 12자 각목 12개, 마루용 19mm x 286mm x 12자 판재 12장을 구입해 농장으로 운반했다. 도로에서 원두막 작업장까지 약 150m는 목도로 메고 날랐다. 땀이 범벅이 돼서 속웃까지 땀에 젖었다. 누가 돈을 주고 이 일을 하라고 했다면 못했을 것이다.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이라 혼자서 모든 걸 다 해야만 했다. 7월 16일 아침 일찍부터 4기둥을 새웠다. 기둥을 세울 때 짜 맞춤을 위하여 2치 × 4치 목재를 기둥마다 2개씩 중간과 땅에 빗 경사로 조정 설치하여 4개의 기둥을 세원가면서 기둥의 수직도와 수평도를 수평계로 맞췄다. 그리고 기둥과 기둥의 외각 길이를 3m로 맞추면서 중간 받침대에 피스로 고정 작업을 하였다. 기둥을 연결하는 도리에는 2자 높이의 받침목 2개씩을 미리 고정한 도리를 기둥에 피스로 고정하였더니 평상도리가 완성되었다. 그 위에 마루용 판재를 마름하여 올려 놓고 피스로 고정하여 원두막 마루를 완성했다. 그 기둥위에 중간도리와 처마도리를 했고 서까래 받침목을 고정한 후 몇일을 보냈다. 이 몇일 동안에 이문형동문, 백상목동문과 울릉도, 독도 여행을 같이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천장은 눈 비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튼튼해야 할 것 같았다. 샌드위치 판넬로 할 것인지 또는 합판으로 할 것인지 고민을 했다. 시장 조사를 마친후 합판으로 정했다. 혼자서 사다리를 타고 2.7m 높이에서 천정 작업을 해야 할 것을 고려해서 무게가 가벼운 5mm x 4자 x 8자 합판 4장으로 지붕을 덮고 그 위에 비닐과 90% 차광막을 씌우는 것으로 정했다. 합판을 구입해 작업장으로 반입했다. 합판은 폭과 길이가 넓어 혼자 운반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그래도 혼자 힘으로 질질 끌다시피해 가며 합팝을 옮겨 놓고 지붕 서까래 작업을 했다. 합판을 지붕위로 올리는 일 또한 무척 어려웠다. 합판을 제재해서 지붕위 올려놓고 사다리를 타고 지붕작업을 했다. 그리고 합판위에 비닐을 덮기 위해 테두리 작업을 했다. 물호수를 갈라 합판 테두리에 끼워넣는 작업도 사다리 작업으로 완료하고 모서리엔 천으로 감싸는 작업도 했다. 그 위에 비닐하우스용 비닐(폭8M)과 차광막을 덮는 작업을 했다. 비닐 끝에 줄을 매고 그 줄을 원두막 지붕위로 던져 넘겨 줄을 당겨서 비닐과 차광막을 씌웠다. 이 때가 7월 30일 오후 5시경이었다.
드디어 꿈에 그려보던 원두막을 완성했다. 원두막에 올라가는 계단도 만들고 페인트 칠까지 모두 혼자서 조수도 없이 7월 한달동안 땀의 결실을 만들었다.
재료비와 운반비가 약 70만원정도 들었다,
그러면서 감사한 일은 아직 내 체력이 이 정도는 감당할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었다. 내 나이 올해 희수(喜壽)가 아닌가. 나는 7월 한달 동안 늙어가는 나를 보면서 늙어감에 한탄하기를 멈추고 활동하는 나를 발견하였습니다. 나는 오늘도 밭에서 6~7시간동안 예초기로 풀을 깍고 관리기로 밭을 갈았다. 가을 갈이를 위해서다. 올 가을엔 김장 배추와 무 그리고 쪽파를 심을 것이다. 내년에 수확할 마늘도 1800쪽을 심을 준비를 하고 있다. 눈개승마를 모종하기 위해 두덕을 만들고 부직포로 덮는 작업도 하고 있다. 모든 밭에 물대기는 해바라기 타이머를 설치하여 하루에 45분씩 분무 호스로 물을 주고 있다. 이제 밭에 물주는 일에 신경 쓸 필요없이 해 놓았다. 올해 년말엔 가지목 파쇄기를 준비하고 있다. 밭에서 나오는 과수목을 전지 가지들과 콩대, 참깨와 들깨 대, 고추대등을 파쇄해 밭으로 되돌려 보내 토양의 양분을 더 할 것이다. 이것들이 농사에 쓰이는 우드칩인 것이다.
중천에 뜬 해가 기울 수밖에 없듯이 내 인생도 이제 내리막 길임을 알고 있다. 그러나 아름답게 내려 온다면 마음은 늘 즐거움이 가득할 것임을 알기에 오늘도 하루를 내가 하고푼 일에 몰두하며 살아간다. 하루의 농삿일에 지친 몸을 원두막에 누워 쉬면서 여태까지 내가 듣지 못했던 소리를 들으며 보지 못했던 아름다움을 보면서 말이다.
이제 이 원두막에 손자 손녀들이 와서 쉬어 갈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화평하고 즐겁다.
이것이 내가 지은 원두막에서 누리는 행복이다.
2017년 8월19일 저녁에 씀
[강장신 Assay 중에서]
첫댓글 원래(?) 입지조건이 좋은 곳이라 훌륭한 청수원이 개대됩니다.
행복하시겠습니다.
청수회님! 아담한 원두막 준공을 축하드립니다.
더욱이 모든걸 자력으로 하셨다니 대단하십니다.
혹시 원두막 이름을 淸水閣 이라 지으시면 어떨른지요?
그리고 준공식 겸 현판식도 한번 하시고...ㅋㅋㅋ
부럽기짝이 없고.
그런데 이 찌는 여름에 그 큰 공사를 벌렸으니...
얼마나 고생했을까...
존경스럽소이다.
자랑스럽기짝이 없네.
친구야 !
나도 같이 놀자 !
미봉이가 영하다.
댓글 너무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살겠습니다.
강형은 그 무더위에 그런 역사를 혼자서 했다니 역시 강철 체력이시구려. 부럽소이다.
그곳 지형은 안 가봐서 잘 모르겠는데 시골 농촌에서는 논 가운데 외따로 원두막만이 우뚝 솟아 있으면
낙뢰사고가 빈번하다는 사고 뉴스가 가끔 나오던데 지형을 살펴서 참고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