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덥지근하네요.
여름방학, 해외이동학습, 중국평화캠프 ... 굵직 굵직한 이슈들이 떠돌고 있는 요즘입니다.
아이들은 우후죽순처럼 정말 멀대같이 커가는데 나는 더욱더 작아지는 기분이 듭니다.
키도 그렇고,,, 경험도 그렇고...
전등 스위치를 탈칵 켜고, 환풍기 팬을 확 돌리면서 점심을 준비합니다.
길순이모, 진순이모 그리고 나 .
냉장고에 붙여진 메뉴를 들여다보고 누가 뭐라고 할 것 없이
알아서 한가지씩 맡아 신나게 돌아갑니다.
한참 정신없이 밥하다보면 저기 현관문 파리문발을 훌러덩 열어젖히고
"안녕하세요????" 소리가 부엌까지 밀치고 들어옵니다.
줄줄이 이어지는 인사에 보지 않고도 누구인지 알아 맞춥니다.
귀담아 듣지 않으면 뭔 말을 하시는 건지 당췌 알아듣기 어려운 승철님의 대화법,
반찬이 뭐냐고 꼬박꼬박 확인하시는 재화님.
오늘 기도를 들어주셨다면서 기도응답의 간증을 하시는 상주님.(기도응답은 고기반찬!)
언제 어디서나 꼬맹이들만 보면 소리부터 지르고 퍼뜩 안아주는 민영님.
하늘아래 혼자 마당에 털버덕 앉아서 대나무 손질을 하는 성실한 예성님.
웬일인지 이모들에게 이쁘다고 은근히 가슴 설레게 해주는 연수와 세호님.
점심시간마다 당연한 듯 부엌부터 들어와 밥솥, 국솥 거뜬히 들어주는 남편같은 민호님.
찌짐굽는 솜씨 일품인 진솔님.
.........
느티나무, 앵두나무 늘어진 그늘아래서 마당밥을 먹으며 오늘도 점심을 넘어가는군요.
"더 먹어도 돼요?"
어떤날은 남기도 하고, 어떤날은 더 주지도 못하게 부족하지만
할머님은 골고루 쳐다보시곤 흐뭇해 하십니다.
"아-들(아이들) 밥 잘 먹는기 젤로 좋은기다. 잘해줘라이. 내 보니께 못 먹는 아들 별로 없고
고루 잘 먹드라. 밥 잘 먹는기 젤로 좋은기다" 하십니다.
청소당번이 상닦고, 마루 쓸고 닦고, 모아놓은 설겆이도 알아서 해줍니다.
제가 어렸을 때 어머니는 밥만 먹고 나면 "누가 설겆이 좀 해줬으면 좋겠다" 입버릇처럼 하셨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공장에 다니시며 하숙까지 쳐가며 사셨던 고단함이 조금 이해가 됩니다.
아이들이 뒷정리를 도와주니 마음껏 부려먹고ㅎㅎ 돌아갈 땐 포상도 해줍니다.
썰물처럼 아이들이 빠지고 나면 공동체는 다시 고--요---해 집니다.
하루하루 달라진 사소한 차이는 너무도 별것 아니겠지만 '오늘 반찬이 뭐냐' 만큼 중요하고
의미 있습니다.
콩나물에 물 주듯이란 흔해빠진 말이라도 우리 아이들에게 비유한다면 최상의 표현같아 집니다.
사실 콩나물 신속하게 자랍니다. 물주는 사람도 엄청 부지런해야 하구요.
물을 오랫동안 주지 않으면 콩나물이 거꾸로 자라납니다. 뿌리는 보여지지 않은 채 썩어가구요.
이 말은 물주는 이의 정성에 비해 콩나물에 주는 물만 성과없이 새어 버리는 것이 아까운 부정적 관점도 있고,
긍정적인 관점은 역시 '그렇더라도 자란다' 라는 것이겠지요.
콩나물 같은 아이들...
한 시루에 이중 삼중으로 빽빽히 들어차서 수수숙 자라다가 크고 나면 시루 밖으로 불쑥 솟아 나는...
(한 학교에 선배 후배 빽빽히 들어차서 좌충우돌 자라다가 ...ㅋㅋ)
뭔 말을 하려고 콩나물 담론만 이렇게 쏟아내는지 저도 모르겠네요.
아 ! 맞아요!
사소한 차이!
시루에 쏟아부은 콩나물 물이 한번에 아낌없이 배수되어도 콩나물은 자라듯
아이들도 매일 자란다고, 그것이 희망이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날이 덥다보니...
너무 오랜만에 글을 올려요.
담에도 자세히 살펴보고 .. 고자질... 할께요.
첫댓글 학교에서 잠깐 짬을 내서 읽는데 너무 반가워요..^^ 봉선샘의 고자질을 많은 민학모님들이 목 빼고 기다립니다..봉선샘의 고자질은 쭉~~~~
봉서니모도 이제 도사의 반열에 올라서시는 것 같습니다...ㅎㅎ...안보고도 알아 맞추는 Back도사님...
her~~
유머감각이 좀 남다른 거 아세요 재영파덜님?
경민아버님 말씀이시죠...정말 뛰어난 유모와 감각을 갖고 계신 분이죠...그래서 존경하옵는 도사님입니다...ㅎㅎ
상주가 왜 콩나물 자라듯 하나 했더니...정성껏 물을 주신 이모님들, 그리고 할머님 덕분이었군요. 반가운 소식 고맙습니다.
글을 읽다보니, 콩나물 학교를 세워보면 어떨까란 생각이 드네요...^^ 특허신청을 해야 하나? 아님, 상표등록? 뭐가 있을까요...^^
봉선이모 글에는 웬지모를 감동이 진~하~게 몰려옵니다.
민들레 우리 아이들의 일상이 눈에 선하게 (?)그리움으로 다가옵니다!!!
봉선이모, 길순이모, 진순이모 .... 수고와 섬김 늘 감사드려요^^
하림인 밥을 좋아라 하지 않았는데 민들레밥상을 경험한 뒤로는 집에서도 뭐든지 엄청 잘 먹어요 ㅋㅋ
고자질 감사합니다. 아이들이 보고싶네요
뽕써니 이모 글이 갈수록 차원이 높아 집니다. 前엔 직설적이었는데...
직설적인건 차원이 낮나요? (직설적으로)ㅎㅎ
밥한다고 생색내는 듯한 인상을 많이 준것 같네요. 그런게 아니란걸 부형님들이 잘 이해하신다고 생각하지만... 이거 왠지 도둑이 제 발 저린 느낌이 계속 찾아오네요. 아이고 저려라...
생색내야 할건 내야죠. 안그러면 몰라요...^^
전 밥 하는게 제일 힘들어요. 돌아서면 점심때고, 돌아서면 저녁때고--- 더운데 부엌에서 아이들 밥해 주시는 이모님들~
정말 감사 드려요!^^
울 아들 딸이 쑥쑥 자라는 이유가 있섰네요. 넉넉한 마음으로 안아 보살펴 주시는 공동체 이모님들과할머니...
감사합니다 .글구 싸랑합니다.
더운 날씨에,
주부라면 하루중 젤루 입맛없어 건너 뛰고 싶은 점심을 아이들 위해 봉사해주시는 울 이모님들...
건강하시구 행복하세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