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레스보스 섬에 위치한 난민 캠프
교회
레스보스 섬… 이주민·난민 곁의 스칼라브리니안 선교수녀회 수녀들
유럽에서 구원을 찾는 수천명의 사람들을 돕고자 산 에지디오 공동체와 협력한 한 그룹의 수녀들이 그리스의 레스보스 섬으로 순회 선교를 떠난 것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Francesca Sabatinelli / 번역 이창욱
지치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끝 모를 여정을 거쳐 터키와 인접한 그리스의 레스보스 섬에 도착한 수많은 이주민과 난민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많은 사람들 중에는 ‘성 보로메오 이민 사목 수녀회(스칼라브리니 선교수녀회)’ 수녀들이 있다. 이주민을 위한 복음적이고 선교적인 봉사의 영성을 살아가는 이 수녀들에게 있어 레스보스 섬에 머문다는 것은 “순례자 그리스도, 이주민 그리스도를 섬기는 일”을 뜻한다. 수녀들은 산 에지디오 공동체가 오는 8월 31일까지 ‘모리아2’라 불리는 난민 캠프에서 진행하는 여름 연대 활동에 함께한다. ‘모리아2’ 난민 캠프는 모리아 난민 캠프가 지난해 9월 화재로 전소된 이후 현재 약 4500명의 난민들이 해안가에 마련된 천막과 컨테이너에서 지내고 있는 캠프다.
레스보스 섬 난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7명의 수녀들
이번 여름 시기 동안 총 7명의 스칼라브리니안 수녀들이 레스보스 섬에서 교대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유일한 이탈리아인인 파트리치아 본고 수녀는 스위스에서 간호사로 선교활동을 했다. 파트리치아 수녀는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할아버지가 오래 전 독일로 이주했기 때문에 이민에 관해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트리치아 본고 수녀는 자신이 “부유한 이민 집안의 딸”이라고 말했다. “저는 자동차를 타고 독일로 갔어요. 어디로 갈지 몰랐던 가엾은 제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없습니다. 할아버지는 풀리아에서 기차를 타시고 어딘지도 모르는 독일의 한 역에 내리셨습니다. 저는 언어적 어려움 때문에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이민 생활을 경험했습니다. 이민의 상황에 동화될 수 있었지만, 난민이나 망명의 상황은 제가 살아본 적이 없어서 여기에서 이런 상황을 보는 게 정말 가슴 아픕니다.”
철책, 철조망, 경찰
레스보스 섬에서 수녀들은 비상상황에 처해 있으며, 이는 지중해의 항로로 계속 몰려드는 모든 사람들을 도와야 하는 요청에 응답하는 것이라고 파트리치아 수녀는 설명했다. 이어 이 섬에서 자신들의 선교활동이 구체적인 필요에 응하는 것뿐 아니라 모든 것을 잃은 사람들, 특히 가장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들을 위로하려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 레스보스 섬에서 우리 스칼라브리니안 수녀들은 드넓은 대양에 비하면 아주 단순한 물 한 방울에 불과합니다. 우리의 역할은 미소를 짓고, 우정을 나누며, 사랑을 주는 것입니다.” 레스보스 섬에 도착하기 전에 파트리치아 수녀는 감격에 젖었다. 산 에지디오 공동체를 통해 이곳 상황에 대한 정보를 듣고 몇몇 사진을 살펴봤지만, 실제 사람들이 처해 있는 상황까진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제가 이 섬에 도착해 캠프에 이르렀을 때, 철책과 철조망, 검문 경찰들을 봤습니다.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가 생각났습니다. 이곳의 상황이 매우 복잡한 것을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주민, 난민, 피난민들이 해안가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숨막힐 듯한 무더위와 45도를 웃도는 매우 더운 장소입니다. 비좁기 짝이 없는 ‘컨테이너’에서 8-9명의 사람들이 산다는 것은 정말 힘들다고 말해야 합니다.”
매일의 생존
수녀들의 표현은 매우 비극적이다. 하지만, 그 상황을 넘어 캠프에 갇힌 수천명의 고통을 말하는 것은 유럽 전역에서 이들을 돕기 위해 도착한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끈기도 드러낸다. 파트리치아 수녀는 “이주민에게 손 씻는 법, 개인 위생 관리를 가르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마스크를 나눠주는 단체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족한 것도 있습니다. 예컨대 흐르는 물이 부족합니다. 우물도 없기 때문에, 이 사람들이 이를 닦거나 식기를 세척하려면 작은 물통이나 물바가지를 사용해야 합니다.” 또한 가장 취약한 이들 중에는 몸이 마비돼 휠체어 신세를 진 사람들도 있다. 휠체어가 비포장 도로를 지나기에는 역부족이다.
기도와 유럽의 무관심
수녀들은 한때 구명조끼를 던진 자리의 구석진 곳에서 기도 공간을 마련했다. 거기서 강제로 이주해야 하는 모든 사람들을 도와달라고 하느님께 기도했다. 파트리치아 수녀는 “우리는 비록 마스크를 썼지만, 미소 지을 수 있다”면서, 왜냐하면 자신들의 눈으로 미래의 희망을 말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모든 것은 5년 전 모리아 캠프를 방문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요청에 응답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교황의 요청은 변방에 있는 사람들에게 가고, 바깥으로 나가는 교회가 되라는 것이다. “우리의 카리스마는 교황님이 원하시고 말씀하시는 바를 따르는 것입니다. 곧, 사람들을 환대하고, 증진하고, 통합하고, 보호하는 것이죠.” 수녀들은 이 네 동사를 마음속에 간직하고, 이를 매일의 삶에서 실천하도록 노력한다. 하지만 파트리치아 수녀는 극적인 질문도 거리낌 없이 던진다. “오늘날 유럽이라는 제1세계에서, 유럽이 전혀 고려하지 않는 이 모든 어려움, 복잡하고 비참하며 비인간적인 상황이 왜 지금도 존재하는지 의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