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의 세계-3rd
이어지는 얘기는 실리콘 칩이다. 스페인 ‘산디에고’ 인근 ‘세라발’의 석영 광산 이야기다. 하얀 먼지 쌓인 덩어리가 몇 달을 거치면 차세대 반도체가 된다. 유럽 최대 실리콘 제조사인 ‘엠켈’의 이사 ‘호바르드 모에’는 “실리콘을 제조하기 시작한 지, 100년이 지났지만, 화학반응 중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여전히 모르는 부분이 있습니다. 많은 화학 작용이 강해서 전기장 내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그 영향을 받습니다. 이를 수학적 모델로 정리하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석영암을 실리콘으로 만드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아직도 우리는 실리콘 여행의 초입에 서 있다. 이 실리콘 덩어리가 독일의 ‘바커’사로 향한다. 세계 최대 폴리실리콘 제조사로 폴리실리콘은 일반실리콘보다 순수한 실리콘이다. 순도가 실리콘 원자 1,000억 개 중 불순물 원자가 딱 1개인 수준이다.
‘신에츠’는 일본의 세계적인 웨이퍼 제조사다. 폴리실리콘이 웨이퍼로 탈바꿈하는 상당히 에너지 집약적인 과정이다. 웨이퍼는 반도체 파운드리에 보내기 전 갖춰져야 하는 순수 결정 조직이다. ‘신에츠 엔지니어’들은 ‘초크리스탈키’법의 이른바 세계적인 전문가들이다. 폴리실리콘은 석영을 녹인 도가니로 들어가 섭씨 1,500도에서 가열된다. 연필 크기인 실리콘 막대기인 ‘시드 크리스털’을, 석영을 녹인 쇳물에 담갔다가 위로 잡아당기면서 회전시킨다. 고체 ‘잉곳’이 쇳물에서 나와 형태를 잡기 시작한다. 완성된 실리콘 ‘잉곳’은 2~3미터 높이인데 탄화규소 실톱으로 잘라서 두께 1밀리미터도 안 되는 조각으로 분리한다. 지난 70년간이 과정은 과학인 동시에 예술이었다.
이 실리콘은 금속 용기에 밀봉된 채 세상의 반대편인 대만의 수도 ‘타이완’의 교외에 도착한다. 컴퓨터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이곳은 우주의 중심이다. 초소에 둘러싸인 건물은 ‘대만남부과학단지’이지만 건물 외곽에는 TSMC라고 붉은 글씨로 쓰여 있다. 세계 최첨단 Fab 18이다. 1987년에 ‘모리스 창’이 설립한 회사다. 51세에 ‘텍사스 인스트루먼츠’의 CEO에 실패하면서 그의 경력은 끝이 날 때, 대만 총통이 전화를 걸어 고국에 기업 창업을 권유한다. 당시 컴퓨터 업계는 미국이 장악한 상태라 대만은 기술도 경험도 없었기 때문이다. 대만 정부는 꾸준히 TSMC를 지원했다. 한 나라에서 소수의 현장에 기반한 회사를 단기에 어떻게 이토록 많은 돈을 투자할 수 있을까? 지금 돈으로 건설비만 170억 달러가 든다. 이 공장의 크린룸은 시간당 600회 환기한다. ‘크린룸’ 아래는 ‘웨이퍼’를 세척하는 곳으로 ‘서브팹’이라 불린다. ‘서브팹’ 아래는 정교한 ‘댐퍼’가 있다. 진동을 줄여주는 장비이다.
오늘날 반도체 공장에는 ‘클린룸’에 불순물을 차단하기 위한 흰색 방진복을 입은 사람 한두 명이 있고, 나머지는 로봇이 맡는다. 노동자 없이 작동할 수 있어 불 꺼진 공장이라 불린다. 실리콘 웨이퍼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지저분한 손톱, 피부, 오염된 숨결 등을 통해 불순물을 실어 나르는 운반자다. 반도체 공장을 망하게 하려면 엉뚱한 원자 하나를 반입해서, 수천 달러어치의 트랜지스터 속에 집어넣기만 하면 된다. ‘웨이퍼’는 ‘FOUP’라는 이동 상자에 담겨 천정 레일을 타고, 옮겨 다니면서 몇 달을 보낸다. 지난 수십 년간 트랜지스터를 만들 때 손이나 기계가 아니라 빛으로 식각된 ‘시리콘 웨이퍼’가 사용되었다. 현재 ASML은 이런 기계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회사다. 삼성전자나 TSMC는 이 기술을 활용하여 반도체 칩을 대량생산 할 수 있는 곳이다. 중국의 반도체 제조사인 SMIC는 미국의 제재로 이 기계를 구입하지 못하고 있다. 이론상 미국의 수출 금지 조치가 대만과 한국을 따라잡으려는 중국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이들과 시차는 10년 전에 SMIC의 기술은 TSMC에 비하여 12년 뒤떨어진 것으로 평가되었다. 중국이 각 지방성에서 새로운 반도체 공장을 짓는 데, 문제는 공장을 운영할 기술자가 없단 것이다. 1960~1970년대에 중국의 개방 정책으로 대졸자들이 미국에 유학을 보낼 때 미국의 기술 산업 판도는 바뀌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들 같은 소프트 회사들이 부상했다. 유학생들이 중국으로 귀국해 배운 것을 바탕으로 인터넷 서비스 회사를 창업했다. 알리바바, 위쳇, 텐센트, 틱톡 등이다. 중국의 반도체 의존도는 생각보다 크다. 석유를 수입하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다.
인간의 역사는 소금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는 생물학적 특성 때문인데, 우리 몸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해마다 수 킬로의 소금이 필요하다. 소금은 우리 몸의 신경, 근육, 인대가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해주고 우리 몸에 전류가 흐르도록 돕는다. 소금에는 박테리아를 죽이는 방부 기능이 있어 고기를 소금에 절이면 부패를 막을 수 있다. 그래서 소금은 생명의 물질이라고 말한다. 이 말은 로마 시대도 진실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소금의 알갱이가 화학 산업의 기초를 이룬다. 소금은 자본주의와 권력을 이해하는 데 가장 좋은 출발점이기도 하다. 베네치아 사람들은 인근 경쟁자와 소금 전쟁을 벌여 소금공장을 빼앗았다. 소금은 교역을 통해 더 큰 돈을 벌 수 있음을 깨달았다. 국가 재무 수입의 7분의 1을 담당했다. 소금을 지배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했다. 소금 전매권은 중국의 한나라가 건국되기도 전인 기원전 7세기까지 올라간다. <관자>는 제나라 군수 환공을 섬긴 관중이 썼다. 이런 내용이 있다. “어른이나 아이에게 인두세를 부과하겠다고 하면 백성은 불평하고 반대할 것이다. 그러나 소금에 과세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하면 통치자가 거둬들이는 수입이 100배나 증가할 뿐 아니라 백성들은 이를 피하지! 못한다. 이것이 재정 관리다.”
프랑스는 염세를 ‘가벨’이라 부르고 매우 큰 액수였다. 프랑스 혁명이 일어났을 때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던 가벨이 사태의 핵심에 있었다. 수년간 세율은 점점 높아졌고 기아와 영향 결핍에 시달리는 가구가 늘고 있었다. 모든 사람이 1년에 7킬로 소금을 사야 한다는 의무가 부과되었기 때문이다. 과세를 피할 길이 없었다. 탈세에 대한 처벌은 점점 강화되었다. 분노가 들끓는 가운데 세수는 더 늘었다. ‘루이 14세’에 이르자, 염세는 프랑스 공공 재정의 버팀목으로 자리 잡았다. “과세 요령은 가능한 한, 야유를 적게 받으면서 거위의 깃털을 많이 뽑아내는 데 있다”. 1790년 혁명가들이 왕정을 폐기한 뒤 염세는 사라졌고, 소금 밀매나 조세 포탈로 투옥되었던 사람들이 석방되었다. 인간에 필수적인 물질인 소금으로 세수를 올리던 나라 중, 독일과 인도의 예를 필자는 들었다. 영국 식민지 인도에서 소금을 염전에서 천일염으로 만드는 것을 금지하고 영국 소금만 판매해야 한다고 강매를 한 것이다.
소금을 만드는 방법은 세 가지다. 첫 번째는 바닷물을 증발시켜 소금을 얻는 연일염 방법이고, 두 번째는 암염을 캐내는 것으로 소금 광산에서 캐는 것이다. 예는 ‘파키스탄’의 ‘케우라’ 소금으로 히말라야산맥의 기슭이다. 세 번째 방법은 지하에서 소금물을 추출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바닷물의 염도는 3%지만, 추출한 지하수의 염도는 30%이다. 일명 ‘용해채굴법’으로 광부가 광산에서 채굴하는 방식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 방법은 오늘날 소금을 얻는 중요한 방법이다. 바닷물을 증발시킬 에너지와 햇볕이 충분하지 않은 지역에서 사용한다. 채굴 과정은 과학인 동시에 예술의 영역이다.
영국 ‘체셔’ 소금은 거대한 소금 호수가 암염층으로 남아있다. 이 지역의 숲은 소금물을 증발시키는 연료로 쓰기 위해, 마구 벌목되었다. 영국에서 ‘체셔’ 소금을 인도에 강매하다가 간디의 비폭력 저항운동을 맞닥뜨려 멈췄다. 다른 식민지국들도 자체적으로 소금을 생산하면서 영국은 판매를 중단하게 된다. 이곳은 지반 침하로 구멍이 생기고 땅이 가라앉았다. 공식 소금회사 외에도, 밀매 업자가 몰래 소금물을 퍼 올렸다. ‘체셔’ 소금의 비참한 종말은 공급이 과도해지면서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폭락해 버린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체셔’ 소금 산업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더 많은 소금을 생산하고 있다. 그 많은 소금은 어디에 쓰일까? 소금이 오늘의 화학 산업과 제약산업에 쓰이기 때문이다. 공정을 수행하는 사람조차 이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화학 산업 종사자는 보안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 업계에 가장 먼저 배우는 교훈은 절대 언론과 이야기하지 말라는 것이다. 언론을 상대해야만 하는 경우라면, 긴급 상황이나 재난이 발생할 거겠죠?“. 그래서 보통 사람은 ‘클로르알칼리’ 공정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 ‘클로르알칼리’ 공정은 현시대가 성취한 가장 중요한 산업적 성과 중 하나이다.
소금과 건강은 로마인들에게 같은 말로 통했다. 그래서 건강의 여신에게 ‘살루스 Salus’라는 이름을 붙였다. 현대의 바이오테크 산업과 화학 산업은 소금에 의존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화학회사, 제약회사는 여전히 소금 생산지 근처에 자리 잡고 있다. 화학 혁명은 어쩌면 산업혁명에서 가장 간과되어 온 측면이 아닐까. 화학제품의 발달은 강철의 대량생산보다 우리 생활을 더 많이 바꾸어 놓았다. 많은 목숨을 구했고, 식수를 정화했고, 주택을 청결히 했고, 박테리아와 세균의 위협에서 우리를 보호했다. 필자는 주장한다.
2026.06.21.
물질의 세계-3rd
에드 콘웨이 지음
이종인 옮김
인프르엔설 간행
첫댓글
석영
웨이퍼
소금
좋은 글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