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무리한 기대였을까. 국민을 위한 나라를 만들겠다던 사람들이 정작 자신의 가정은 다스리지 못해 질타를 받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자녀들의 잘못된 행동 때문에 부모로서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고 있다. 보좌관 특채 논란에서 절도 혐의까지. 현역 국회의원들의 자녀들이 잇따라 도마 위에 오르내리면서 자연스레 의원들의 '가정 교육 책임론'이 일고 있다.
<더팩트>는 자녀들 때문에 곤혹을 치른 정치인들을 살펴봤다.
◆ 아들, 성추행·절도 혐의 때문에 '쩔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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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때문에… 최근 이자스민(가운데) 새누리당 의원의 아들은 담배 절도 혐의를 받았으나 무혐의로 결론 났고, 모 의원의 아들은 펜션에서 지갑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남경필(오른쪽) 경기도지사는 지난해 8월 아들이 군에서 후임병에게 가혹행위와 성추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국민 사과를 한 바 있다./더팩트DB |
최근 현직 의원들의 자녀가 각종 범죄 혐의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경기 양평경찰서는 지난해 11월 2일 오전 1시께 발생한 양평 펜션 절도사건에 대한 용의자로 최모(30) 씨 등 3명을 긴급 체포했다고 6일 밝혔다.
문제는 이 용의자 가운데 한 명이 현직 국회 안정행정위원회 소속 한 야당 의원의 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의원실에선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며 사건 진상 파악에 나서고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아들 때문에 대국민 사과를 해야 했다. 지난해 8월 보병 6사단에서 발생한 후임병 가혹 행위와 성추행 가해 병사가 남 지사의 아들인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남 지사는 당시 기자회견을 열어 "군에 아들을 보낸 아버지로서 모든 것은 아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저의 잘못"이라며 고개를 숙였고, 남 지사의 아들은 불구속 기소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자스민 새누리당 의원은 아들의 담배 절도 의혹으로 곤란한 상황에 놓였다. 지난달 2일 이 의원의 아들이 서울 마포구 홍대의 한 편의점에서 담배 200여갑 이상을 훔쳤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해당 조사 결과, 무혐의로 결론 났다.
잇따른 현직 의원 자녀들의 사건 사고와 관련해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12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가정이 편해야 나라가 편하다는 말이 있듯 국회의원 개개인이 가정생활에도 힘쓰도록 해야 할 것이며 특히 자녀들 교육에도 더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자녀를 보좌관에 채용, '특권 남용'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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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권의 폐단, '자녀 보좌관 채용' 박윤옥(왼쪽) 의원과 백군기 의원은 보좌관에 자녀를 채용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더팩트DB, 박윤옥 의원실 |
국회의원 자녀들의 보좌진 채용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 1월 5일 박윤옥 새누리당 의원 아들이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보좌관 역할을 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에는 박 의원실 소속 4급 보좌관이 문창준 씨로 등록돼 있으나, 실제로는 박 의원의 차남인 이모 씨가 문 씨 행세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의원실은 "문창준 보좌관이 지난해 12월 그만두면서 이달까지 유예기간을 두고 새로 온 보좌관을 받았는데 그게 아들 이 씨였던 것”이라며 "보좌관을 3명 둘 수 없어 (아들은) 무보수로 일을 배우고 있다”고 해명했다.
백군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역시 의붓아들을 5급 비서관으로 채용한 사실이 알려져 비난을 받았다. 당시 백 의원은 "재혼하면서 얻은 아들로 2012년 국회에 함께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백 의원은 결국 아들을 면직 처리했다.
'자녀 보좌진 채용'에 대해 이 실장은 "미국 하원은 엄격한 기준을 제시해 친인척 보좌진 채용을 금지하고 있다"면서 "세계 어디에도 우리 국회의 보좌진 채용과 같은 곳은 없다. 현재 국제적 기준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고 비판했다.
◆ 자녀의 '말 한마디'에 눈물 흘린 의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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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이 뭐라고' 정몽준(왼쪽) 전 새누리당 의원과 고승덕 변호사는 자녀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로 낙선하며 눈물을 흘려야 했다./더팩트DB |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과 고승덕 변호사는 자녀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으로 정상에서 나락으로 떨어졌다.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은 막내아들의 철없는 페이스북 활동으로 눈물을 흘렸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당시 정 전 의원의 막내아들은 페이스북에 "국민이 미개하니까 국가도 미개한 것 아니겠나"라는 글을 올렸다. 글은 삽시간에 퍼졌고 국민들은 분노했다.
정 전 의원은 바로 진화에 나섰지만 돌아선 국민들의 마음을 돌릴 수 없었다. 결국 정 전 의원은 서울시장 직에서 고배를 마셨야 했다.
서울시 교육감 후보로 나섰던 고승덕 변호사는 "가정을 잘 돌보지 않았다"는 딸의 폭로로 눈물을 흘려야 했다.
선거 일주일을 앞둔 시기 미국에 사는 전처의 딸인 고모 씨는 페이스북에 "(고승덕 후보는) 자녀들 교육에 대해서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다"며 "자신의 피붙이도 가르칠 뜻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한 도시의 교육 지도자가 될 수 있겠냐"는 글을 올렸다. 이 글로 고 변호사는 하루아침에 비정한 아버지가 됐고, 낙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