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수술 직후 ‘사망’ 초래하는 이 합병증…위험 줄이려면?
췌장은 소화효소와 인슐린·글루카곤 등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을 분비하는 중요한 장기다. 췌장암은 이곳에 발생한 악성종양으로 표준 치료의 효과가 현저히 낮고 표적치료제가 없어 난치성 암으로 분류된다.
췌장암에 걸려도 가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체 췌장암 환자 가운데 약 20%, 즉 10명 중 2명 내외의 환자는 완치되며, 치료를 받고 건강을 유지하는 이들도 많다. 다만 췌장암 치료에 있어 수술이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수술방법 자체가 어려울 뿐 아니라 사망을 초래할 수 있는 조기 합병증의 발생도 매우 높은 편이다. 췌장암 수술 후 가장 위험한 합병증인 ‘췌장루(지연 출혈)’에 대해 자세히 살펴본다.
◆췌장루란?=췌장‧십이지장절제술은 췌장‧십이지장‧담도 일부를 절제해 췌장암 등을 치료하는 수술이다.
이때 발생할 수 있는 췌장루는 췌장과 소장을 연결한 부위에서 췌장액이 장기 밖으로 흘러나와 주변 신체조직 등을 손상시키는 합병증을 뜻한다.
췌장액은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을 소화시키는 아주 강한 소화효소다. 탄수화물·지방·단백질을 분해할 수 있기 때문에 수술 후 사람의 조직을 소화시키듯 녹이면서 주변 조직이나 혈관을 손상시킨다. 심한 경우 동시다발적인 출혈을 일으켜 사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합병증으로 발생하는 췌장루를 100% 방지할 수 있는 수술 방법은 아직 없다. 서울대학교 암병원에 따르면 많은 경험을 가진 병원에서도 수술 후 췌장루가 발생하는 경우가 10% 이상으로 보고되고 있다.
간담췌외과 교수는 “췌장‧십이지장절제술 이후 발생하는 췌장루는 간담췌외과 의사에게는 영원히 해결해야 할 숙제와 같은 합병증”이라고 밝혔다.
◆위험 줄이려면?=최근에는 췌장‧십이지장절제술 후 PGA 시트(Polyglycolic Acid Sheet)를 덮고, 지혈제(fibrin sealant)를 뿌려 간동맥을 보강하는 ‘동맥 보강법’이 사용되기도 한다.
실제로 병원에서 2011년 3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췌장‧십이지장절제술을 진행한 환자 345명 중 동맥 보강법을 시행한 120명 가운데 췌장루 합병증이 발생한 환자는 1명(3.3%)에 불과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동맥 보강법을 시행하지 않은 225명에서는 췌장루 합병증이 14명(23.3%) 발생했다.
교수는 “췌장루로 발생하는 지연 출혈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치명적”이라며 “동맥 보강법은 치사율이 높은 지연 출혈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으로, 췌장루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