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스위스에 살고있구요, 지난 싸월에서는 가뭄에 콩나듯 글을 쓴적이 있습니다^^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방금 끝난 일본 파라과이 경기 보셨습니까?
일 마치고 집에 와서 후반 중반부터 볼수 있었습니다만 양 팀 공히 특별한 기회도, 위기도,
그렇다고 해서 미들에서의 치열한 공방전도 볼수 없는 경기였습니다.
한국전 얘기부터 해볼까요?
지난 한국전은 독일 ZDF에서 중계를 했구요, 당시 올리버 칸이 해설을 맡아서 경기평가를 했습니다.
(스위스 채널은 지난 독일 월드컵 이후로 잘 안보게 됩니다. 상처를 받아서요ㅜ.ㅜ)
당시 칸은 경기전 한국의 1:0승리를 예상하기도 했구요, 아시아팀의 선전에 크게 고무된 느낌이었습니다.
칸의 해설은 깊이가 있고 생각외로 차분했으며 종종 골키퍼의 관점에서도 분석을 하는등
신선하고 재미있었다고 생각됩니다.
경기가 끝난뒤 칸의 해설은 패배로 아쉬웠던 제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줄수 있었습니다.
"우루과이는 정말 잘 싸웠다. 수비에서 지능적이고 완벽했으며 2대1싸움에서도 곧잘 이겨내었다. 기회는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축구"를 한팀은 바로 한국이다. 포기하지 않고 그렇게 견고한 수비를 상대로
이상적으로 공간을 찾아내고 끊임없이 움직였다. 놀라운 경기력이다."
사실 경기전 우루과이의 무실점에 대해 영상과 함께 분석한 자료를 보여주었는데요,
패스가 가는방향으로 행해지는 2명의 대인방어와 그 뒤에서 간격을 좁혀주는 압박은
가히 놀라운것이었습니다. 사실 경기전 이걸보고 나니까 한국이 과연 득점할수 있을까 회의가 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경기후 칸이 이러한 우루과이의 수비진을 한국이 어떻게 공략했는지를
영상을 통해서(박주영이 페널티 오른쪽에서 슛해서 골대위로 넘어간 장면) 보여주는데
사실이지 공간을 만들기 위해 선수들이 패스하며 기회를 찾는 과정이 그대로 보여졌고
마침내 박주영 선수가 공을 받기전 중앙부근에서 페널티에어리어까지 확 열린 공간이 시원하게 보이더군요.
한국의 경기력을 칭찬하면서도 실점 장면에서의 질책도 있었습니다.
첫번째 실점장면은 너무나 많은 말이 나와서 언급을 하지 않겠습니다. 칸의 분석도 별 다를바 없었습니다.
한국의 동점골 상황에서 칸은 우루과이 골키퍼의 실책을 지적했습니다.
"이청용 선수에게 공이 넘겨지기 전 수비수 머리에 공이 닿고 뜨는 순간
골키퍼는 이동을 했어야 한다. 만약 그랬다면 저 볼은 편안하게 손으로 잡을수 있는 공이었다.
화면을 보면 골키퍼가 아주 잠시 나갈까 말까 하며 멈칫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헤딩 순간 나갔어야 했다. 체공시간도 충분했고 어려움이 없었다"
한국의 두번째 실점장면에서는 당연히 결정력에 대한 칭찬이 있었고
동시에 정성룡 선수의 위치 선정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었습니다.
"저 각도에서 중앙쪽으로 치고 오고 있고 이미 두명의 수비수가 같은 방향으로 달라붙고있었다.
그렇다면 슛을 쏠 방향은 파포스트쪽일수 밖에 없다는 답이 나온다. 그곳밖에 없다.
골키퍼가 장면을 주시하면서 뒤로 물러나지 말고 위치를 횡으로 중앙쪽으로 옮겨서
파포스트를 방어권에 뒀더라면 실점을 막을수 있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골키퍼로써 훌륭한 해설을 해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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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오늘 일본전은 독일 ARD에서 중계했습니다.
제가 지난 독일 월드컵 한국 토고전 후에 바로 이 해설가의 해설을 소개해드렸습니다.
이분은 균터 네처라는 독설가로, 냉정하고 정확한 해설로 정말 유명한 분이고
이번 월드컵을 끝으로 마이크를 놓게 되는 독일의 대표적인 해설가입니다.
당시 한국전 후 저는 이분의 해설로 인해 낯이 화끈해질 정도였습니다.
한국은 최악의 경기력을 보였다. 평가전을 이용해 단점을 고치겠다고 아드보카트가 호언장담을 했는데
헛소리였다.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약한 팀의 경기였다 등등...
그런데 이번 일본전 이후 이분의 해설은 그때의 화끈함을 한방에 날려주는 수준이었습니다.
경기직후.
"우리는 방금 이번 월드컵 최악의 경기를 보았다. 120분동안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찬스도 위기도 템포도 슛팅 기회마저, 아무것도 없었다. 끔찍한 시합이었다.
우리가 경험할수 있는 가장 지루한 경기였다. 서로 상대편에게 공을 갖다바치기 급급하고
아무도 달리기는 커녕 움직이지 않았으며 컴비네이션은 눈뜨고 찾아볼수 없었다"
(오카다 감독이 표정변화 없이 경기 내내 서있는 모습을 시간대 별로 보여주며)
"변화를 요구하기 싫은 모양이다, 저런 자세를 보고있자니. 아니면 선수들이 감독의 뜻을 못알아듣던가"
뭐 화면을 보여주며 하는 독설에 대꾸가 나올수 없을정도로 맞는말이더군요.
일본이어서가 미워서 하는말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두팀 다 서로 골이 날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주지 않는 경기를 한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정말 솔직히 말씀드려서
한국, 일본이 이번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유럽사람들은 그리 관심이 없는것 같습니다.
너네 이겼더라? 축하해. 이정도입니다.
TV하이라이트에도 항상 뒷전이고 배정 시간이 항상 제일 짧습니다.
오히려 전날 경기 분석이나 다음날 중계할 예고에도 뒤지는 관심수준입니다.
미칠 노릇이지요. 한국미디어의 칭찬을 여기서도 듣고싶은데.
유일하게 그리스 전때 조금 관심이 높았던것이
월드컵 초반 경기중 하나였고 전 유로 챔피언을 이겼기 때문입니다.
그 그리스도 초라하게 탈락하고 말았습니다만.
이런 모습을 보며 분한 마음에 한국, 일본 둘다 8강에 갔으면 했고
한국이 떨어지고 난 후 분하지만 일본이 올라갔으면 하는 마음이 손톱만큼은 들더군요.
그만큼 아시아의 위상은 아직까지는 "관심 밖"입니다.
양국 스타에 대해서도 정말 냉정합니다.
"팀의 기둥들이 그나마 이정도 한다"의 뉘앙스랄까요.
오히려 박지성보다 혼다에 대한 깜짝 관심이 더 높습니다.
금발의 외모도 튀지만 대회 최고의 골로 꼽힐만한 프리킥을 보여주었으니까요.
그러하기에 이번 일본의 졸전이 고소하면서도 아쉽고
한국의 탈락이 강팀으로써 어필할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면에서 정말 정말 아까웠습니다.
두팀이 8강에만 갔어도 아시아 축구 전체에 대한 대접이 달라질수 있었을 것입니다.
양국 모두 냉정하게 자신을 다시한번 돌아보고
4년 뒤 더 위대한 도전을 할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P.S)저는 이번에도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 동료(사실 동료의 남편)에게 상처를 받았습니다.ㅜ.ㅜ
그리스 동료에게는 이겨서 미안하다고 아량을 베풀었지만요.
다음에 만나면 더 해볼만 하겠지요?
첫댓글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한국과 우루과이전은 졌어도 충분히
만족하고 정말 재미있게본 경기였는데 칸이 인정해주니
더욱 기분 좋네요
해외에서의 생생함이 전해져 오네요.. 좋은 평가를 받았다니 기쁩니다.
고맙습니다.컬럼으로도 가져갑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혹시 FC Basel에 대해서도 좀 알려주시면 안될까요?
칸 역시 세계최고의 선수는 보는 시야가 다르군;;; 우루과이전 결승골은 막을 수 없는 골이라 생각했고, 동점골도 수비수 헤딩클리어 실수라고 생각했었는데,.
칸도 골은 먹는데요..뭐..ㅎㅎ
동감합니다... 하지만 유럽,남미 축구 강국은 80년이상 전쟁처럼 축구에 올인해서 이룬 업적을 단기간에 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변방에서 조금이라도 중심으로 나가려는 한국,일본 모두 고생햇습니다... 다음 대회부터 아시아 국가는 지금보다 조금더 관심의 대상이 될겁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사실 그동안 아시아가 무시당할 정도로 성적을 못냈었던 게 맞죠...이제 첫걸음을 뗀 기분입니다. 서서히 아시아를 무시 못하도록 한국이 만들어 가야 하고, 또 그렇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한국 언론과 네티즌들 분석은 항상 이선수 써야했다 저선수 써야했다가지고 백날 싸우니 심심하기 그지 없습니다..
상대 전술의 제대로 된 분석이나 우리 전술의 장단점을 좀 체계적으로 까발려 줬으면 좋겠는데...
1승1무2패 하지만 과거에 비하면 생각보다 정말 잘한거라 생각되내요.
냉철하고 객관적으로 보면 발전은 했으나 국내언론은 너무 붕 띄우기만 하는듯한 느낌이 있죠.
흥미롭고 좋은 글이었습니다.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스위스에서는 바젤팀을 응원하시는가 봐요?
챔스나 유로파리그도 보셨는지 궁금하네요 ㅎㅎ ^^
올리버 칸 예전에 우리국대랑 상암에서 평가전하다가 이동궈의 족구스파이크 발리슛에 털린적 있죠 ㅋ
3-1로 한번 발린 상대에 대해서 혹평하기 어렵죠 ㅋㅋ
상암 -> 부산 ㅋㅋ
상암이 아니라 부산이죠~ ㅎㅎ
칸을 골키퍼 코치로 모셔오고 싶네요 -0-
독일사시는분이 올린 블로거 보니깐 칸은 한국축구에대해 상당히 호의적인 해설과 발언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독일사시ㅡ는분도 우루과이에 져서 우울하긴하지만 칸의 한국축구에대해 평소에나 월컵해설에서 좋은 발언으로 기분은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잘 읽었습니다. 정성룡선수가 참 불안하네요. 앞으로도 주전차지할 것같은데...
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만....순발력이......좀.....사실...제가 전남 팬이 여서 그렇긴하지만.....염동균이 짱인듯....김영광을 시원스럽게 울산 보낼 수 있었던 이유도....동균이때문.....
개살볶음밥// 동의 합니다.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정성룡 선수가 좀 더 적극적으로 수비진을 리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좋을텐데요 그런점에서는 김영광선수도 장점이 많은데 아쉽~
이번 우리와 일본의 16강 동반 진출로서 이제 세계무대에서도 관심을 보여줄지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군요;;
아시아권 나름 잘했지만 주목 받기엔 조금 부족한가보네요..아쉽네요
현장에서 자주 축구를 보는 사람으로써 우리나라 두번째 골은 글쎄요 이론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실전에서 저러한 각도의 슛은 90% 이상 골리가 손도 못대고 당하는 골입니다.
그 상황에서 골리는 100% 반대편으로 감아 찬다는 확신도 못합니다.
클레스의 차이 일수도 있지만 가정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실전과 경기의 차이는 엄청나지요..
차붐의 해설을 보면 특히나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수원의 최근 성적은..?
이런 생생한 글을 이곳에서 볼 수 있는 즐거움때문에 싸월에 중독되나 봅니다. 좋을 글 감사합니다. 매번 그저그런 기사로 식상했는데,,,,,기자분들은 좀 더 분발 하셔야 할 것 같네요..ㅋㅋㅋ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말은 그렇게 하지만 수아레스의 두번째 골은 칸도 못 막았을 것 같습니다. ^^
그런데 정성룡선수의 최근인터뷰기사를 보면,, 첨엔 떨렸지만, 첫경기 잘하고나서 긴장도 풀리고 상당히 잘했다는 식으로 생각하고 있더군요. ; 댓글이 상당히 안좋았지만,, 사실 저도 좀 동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