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앞 골목 비좁아서 대문 앞까지 장의차 못 들어 올 터인데 얼마나 고생을 할까 내 관을 멘 사람들 내 무덤 고향 바다 내려다보이는 산언덕에 만들어달라고 하고 싶은데 나와 인연했던 사람들 그 인연의 빚 갚겠다고 한 시간 반 시내버스에 시달리고 8시간 고속버스에서 흔들리고 가파른 그 고향 산언덕까지 내 무덤 찾아가느라고 얼마나 고달플까 에라 나하고 불행하게도 인연했던 사람들아 그 뼈다귀 무얼 하게 거기까지 끌고 갈 것이냐 벽제 화장장에서 태워 날리고 뼛가루는 너희들이 뿌리고 싶은데다 뿌려라 구름 되고 눈비 되고 안개비 몇 알되어 산과 들의 나무에 들풀 위에 논밭의 곡식과 바다와 강에 내려 소나 돼지나 닭이나 말이나 뱀이나 풍덩이나 새들의 피와 살 되고 사람의 영혼 속으로 스며들어 너울거리고 뛰어다니고 출렁거리게 나와 인연한 만큼의 빛졌다고 생각한 사람들아 나 보고 싶고 그 빛 갚고싶거든 그냥 구름 강 바다 산천 초목에 들꽃 한 포기한테 절하고 눈길 맞추고 입맞추고 말아라
문학과지성 시인선160 <사랑은 늘 혼자 깨어 있게 하고_ 한승원 시집 문학과 지성사 1995/1997 P93-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