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중국 산둥성 웨하이(威海)를 방문했을 때 몇가지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산둥성은 중국에서 한반도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지역이다. 인천에서 청명한 날이면 아스라이 그 동쪽 끝이 보인다고 할 정도다. 산둥성 사람들은 새벽녘에 인천에서 닭 울음소리가 들린다고 말한다. 웨하이는 칭다오나 옌타이와 함께 한국인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산둥반도의 도시다. 통일신라시대 해상왕 장보고의 중국 쪽 거점이기도 했다.
그런데 관광안내원이 장보고를 당나라 사람이라고 선전하는 것을 보고 필자는 너무 어이가 없어 자빠질 뻔했다. 장보고의 부친이 당나라 사람인데 신라에 건너가 살다가 그를 낳았다는 얘기였다. 그러잖아도 중국의 ‘동북공정’과 고구려사 왜곡문제로 국내 여론이 들끓고 있을 때였다. 필자는 화가 치밀어 공무원인 여성 안내원에게 “그 말이 어떤 자료에 근거한 것이냐”고 물었다. 대답은 더욱 걸작이었다. “한국인 역사학자의 논문에 근거한 것이다.”
필자는 추호도 그럴 리가 없다는 확신에서 다시 따졌다. “내가 돌아가 공식적으로 조사하겠다. 근거가 확실하게 밝혀지기 전에 장보고가 중국인이라고 말한다면 한국인 관광객은 더 이상 이곳에 오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귀국한 뒤 국회 문화관광위에서 국립박물관장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국내 장보고 관련 연구논문을 모두 조사하도록 요청했다. 물론 결과는 ‘뻥’이었다. 나는 산둥성과 웨하이 시정부에 관광안내서 등을 시정하라고 문서로 요구했다. 한 달여 만에 그들은 시정하겠노라는 답신을 보내왔다. 웨하이 시정부가 순순히 응한 이유는 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이었을 것이다. 웨하이시 재정수입의 60% 이상은 현지에 진출한 한국의 1,800여개 중소기업들이 내는 세금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또 공식 오찬과 만찬에서 고구려사 왜곡문제를 비난했다. 그랬더니 시 간부들은 동북 3성이 관광사업 등을 위해서 그러는 모양이라고 변명했다. 필자는 “후진타오 주석과 베이징 정부가 나서서 하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그로부터 사흘 후 그들은 “베이징 중앙정부에 진상을 알아보겠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이 모두가 황해를 넘나드는 우리 기업인들 덕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유럽 문명의 근원에 지중해가 있었다면 21세기 동북아시대의 내해는 말할 것도 없이 황해다. 그래서 황해경제권 건설이야말로 새로운 시대사조나 다름없다.
황해는 연안에 인구 수백만명 규모의 대도시와 주요 경제거점들을 품고 있다. 우선 한반도 쪽에 전라도, 충청도, 경기도 등의 해안과 그 배후도시가 있다. 중국 쪽으로 지린성, 요령성, 산둥성, 광둥성과 상하이 등이 황해경제권을 구성하는 지역이다. 중국에서 소득수준이 가장 높은 곳이 황해 해안이다.
황해경제권은 사실 장보고 시대에도 활성화됐었지만 최근 들어 동북아시대와 함께 다시 뜨고 있다. 지난 87년 한국은 중국과의 교역을 늘리기 위해 서해안 개발 구상을 발표했다. 황해경제권을 염두에 둔 조치였다. 중국도 이에 호응이라도 하듯 88년 산둥반도와 랴오둥반도 개발 계획을 수립했다.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경제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이 세계에 내보내는 물동량의 3분의 1 이상은 황해를 거쳐 나가고 있다. 황해경제권의 태동을 알려주는 중요한 지표인 셈이다.
그러다가 20세기 후반 아시아·태평양 시대가 펼쳐졌다. 8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태평양의 해상교역이 대서양을 오가는 교역량을 능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태평양 교역의 아시아 쪽 주요 국가들은 말할 것도 없이 한국, 중국, 일본이다. 바로 동북아국가들이다. 이제 경제학자뿐 아니라 역사가들도 세계 역사의 중심이 동북아시아로 이동했다고 말한다. 동북아시대에 황해를 다스리는 나라가 역사를 주도할 것이다.
김재홍 국회의원(열린우리당)
약력: 1950년 전북 익산 출생.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87년 서울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 96년 하버드대 니만펠로십 수료. 78년 동아일보 기자. 17대 국회의원, 문화관광위 간사 겸 법안심사소위원장(현)
첫댓글 김재홍 의원이라... 마음에 드는군.
그래도 생각없이 황해라는 이름은 아무렇지도 않게 쓰는구나... 뭐, 상관 없는건가...?
황해란 말은 일본해라는 말과는 달리 우리도 옛부터 써오던 말인걸요. 중국 입장에서만 황해가 아니라, 우리 입장에서도 황해는 황해인겁니다.
우리도 써오던 말이라고 다 옳은 건 아니죠. 조선시대에 사대했다고 지금도 사대하시렵니까?
님같이 성실하게 나라를 위해서 일하시는분도 국회엔 있나보군요 기억하겠어요
이런분이 있기에 희망을 가집니다.
잊지않을께요.
똥속에서도 진주조개가 자라고 있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