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라니 울음 / 손진은
고라니 울음소리
사십하고도 석삼년이나 들으며 산다는 문수 고모
큰 콧구멍과
광대뼈의 협곡을 가진
고모 떠올릴 때마다 아프다
살점 뜯기고
뼈를 가는 순간에야
터져 나올
기어코 몇 죽어 나간 후에야 끝날 법한 울음
인공 치하에 부역자로 몰려
뒷산 굴에 숨은 고모부
끼니 갖다 줄 때마다
아직 살아 있다는 신호의 비명처럼
골짝에 떠서 흐르는 신음 떠올리게 한다고
그 후론 영 소식 없는 이녁 목구멍에서
나오는 울음 같아서
밤마다 몸에 칭칭 감으며
가슴 구멍 뚫리며 산 세월, 이젠 소풍이 됐다고
전화선 타고 급류처럼
건너오는 소리에
온밤의 늑골이 또, 아프다
— 계간 《가히》 2024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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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진은 시인(문학평론가)
1959년 경북 안강 출생. 경북대 국문학과 및 동 대학원 박사과정 졸업.
1987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95 <매일신문> 신춘문예 문학평론 당선.
시집 『눈먼 새를 다른 세상으로 풀어놓다』. 『고요 이야기』 『저 눈들을 밤의 창이라 부른다』 등
이론서 『시창작교육론』 외 8권.
금복문화상, 시와경계문학상, 대구시인협회상 등 수상
경주대 교수를 거쳐 현재 성결대 재직. 동리목월문예창작대학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