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진실
그녀의 이름은 에디스 H. 아쉔바흐다. 1902년생이니까 우리 나이로 102세이다. 그녀는 1902년 7월 30일, 뉴욕 근방의 자메이카에서 태어나, 1921년 결혼을 해서 줄곧 뉴저지에서 살았다. 그녀가 일생의 최고의 업적으로 치는 것은 가장 두 딸을 아름답고 재능 있는 여성으로 키운 점이다.
54세에 홀몸이 되었고, 유방암을 앓았지만 극복해 냈다. 7명의 손주와 20명의 증손주 그리고 1명의 고손주가 있다.
그녀는 70살부터 파스텔화를 그리기 시작하여 완전기 거기에 몰입하게 되었으며, 그림 한 점은 닉슨 부인에게, 다른 한 점은 포드 부인에게 선물하였다. 그녀의 인생은 그곳에서 멈추지 않았다.
1992년, 90살이 되던 해부터 단편소설과 동화를 쓰기 시작하였다. 이제까지 모주 24권을 썼고 자비로 출간하였다. 글 쓰기를 좋아할 뿐만 아니라 그녀는 가족모임, 교회모임 그리고 여성 모임에도 적극적이다. 물론 브리지 게임도 즐기고 아주 잘한다.
그녀는 미국 전역과 캐나다를 구석 구석 여행하고, 유럽과 영국, 아시아, 캐리비언과 파나마 해협의 크루즈 여행도 하였다.
노년에서 바라다 본 인생의 이야기를 묶은 책 윌러드 스콧 편저, <삶의 열정에는 마침표가 없다>에 등장하는 주부 에디스 씨의 삶이다.
같은 책에 나오는 또 다른 한 사람의 노년을 소개하고 싶다. 소피아 겔먼의 나이는 74세이다. 그는 1930년 그루지아 공화국의 수도 바투미에서 태어난 구 소련에서 신경외과 전문의로 활동하다가 은퇴하였다. 그는 지금 제 2외국어로서 영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으며,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작가 비 미츠가 강의하는 작문 클래스를 듣고 있다. 그는 이제 영어로 유대계 러시아인들의 삶을 다룬 자서전을 준비하고 있다. 자서전을 쓰면서 자신이 글 쓰기를 시도하지 않았다면, 좀처럼 경험할 수 없었던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나이가 들면서 감각이 좀더 예민해진 것 같다. 나는 그 동안 살아오면서 놓쳐 버린 것들을 내 것으로 만들려고 열심히 서두르고 있다. 내게는 이루지 못한 꿈이 너무나 많다. 지금 하지 않으면 영영 못할 것 같다.
지나온 시간 중에서 가장 중요했던 순간들은 언제이고, 왜 그런 일들이 일어났는지 찬찬히 되짚고 보고 싶다. 좀더 열심히 살고, 생각하고, 사랑하고, 나아가서는 남다르게 살겠다는 각오를 다지려 한다. 맞다. 난 아직도 모든 것에 더 깊숙이 들어갈 필요가 있다."
두 사람의 노년을 읽으면서 여러분은 정말 열심히 사시는 분들 이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노인네라고 간주해 버릴 나이에도 그녀의 삶에도 마침표가 없었다. 항상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고, 경험하면서 자신 만의 삶을 가꾸어 왔다.
우리 모두는 자신 만의 인생을 만들어 가고 있다. 어떤 인생을 만들어 가느냐는 결국 자기 자신의 몫이다. 아내가, 남편이, 자식이 도움말을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판단하고 선택하고 행동하는 사람은 결국 자신일 뿐이다.
에디스 씨와 소피아 씨처럼 노년의 삶을 그처럼 활달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 흔하지는 않다. 오히려 주변에는 은퇴 이후에 무료함과 적절함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쉽게 많다. 갑자기 무력해져 버리거나, 늙어버리는 남편을 지켜보는 아내나 아버지를 지켜보는 아이들은 모두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를 몰라서 전전긍긍하기 쉽다.
직장을 떠남과 동시에 남자들의 공적인 인생은 끝을 맺게 된다. 그런데 학교를 마친 다음 거의 30년 이상 동안 모든 생활이 직장을 중심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그만큼 은퇴를 맞는 사람들이 갖는 충격은 커다. 누구에게나 노년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건강하고 활달하게 그 시절을 맞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나는 활달한 노년을 맞는데도 젊은 날 생활 습관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생에는 예행 연습이 없다고는 하지만, 준비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의 중요함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친 법이 없다. 멋진 인생의 후반적은 그리는 사람이라면 젊은 날부터 몇 가지 습관을 갖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첫째, 젊은 날부터 공적인 생활과 사적인 생활 사이에 일정한 간격을 둔다. 열심히 일해야 하지만 직장이 전부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둘째, 이따금 무리를 벗어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좋은 관계를 맺고 즐거운 시간을 가지되 의도적으로 무리를 벗어나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셋째, 혼자 보내는 시간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혼자서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넷째, 언제라도 새로운 것을 익히고 배울 수 있는 태도와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결국 삶을 혼자 가는 길이란 생각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출처 : 공병호 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