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소서를 시작으로 초복·중복·말복까지 여름 무더위는 첩첩산중이다. 닭의 보양효과야 두말할 필요가 없지만, 그 많은 무더운 날들을 삼계탕만으로 버틸 수는 없는 일. 다채로운 맛과 이야기가 담긴 전국의 닭 별미를 찾아다니다 보면 험준한 ‘무더위산’도 거뜬하게 넘을 수 있지 않을까.
●영양 가득 푸짐한 한접시 ‘안동 찜닭’
안동 찜닭은 전국 어디에서나 맛볼 수 있지만, 본고장인 안동에서 먹어야 제맛이다. 안동시내에 위치한 안동구시장(adjang.kr)이 바로 찜닭의 고향. 안동구시장 서문 쪽에는 30여개의 찜닭 가게가 밀집된 ‘안동찜닭골목’이 있다. 이 골목은 1970년대에는 ‘통닭골목’으로 불렸으나, 1980년대 양념치킨의 등장에 위기를 느낀 상인들이 찜닭을 개발하면서 이름이 바뀌었다. 안동 찜닭은 닭을 고온에서 조리해 기름기가 적고 담백한 것이 특징이다. 매콤달콤한 간장양념에 감자·당근·버섯·당면 등이 어우러져 영양 면에서도 손색이 없다. 1마리(2만5000원)면 어른 3~4명이 먹기에 충분할 정도로 푸짐한 양과 저렴한 가격도 장점.
●시원한 전통 보양식 ‘경기 초계탕’
이열치열이 싫다면 차가운 초계탕은 어떨까? 닭을 곤 국물을 차게 식혀 식초와 겨자로 간을 한 뒤 잘게 찢은 닭고기와 오이·표고 등 채소를 넣은 초계탕은 궁에서 즐기던 전통 보양식이다.
궁중에서 민간으로 전해진 초계탕은 주로 함경도와 평안도 지방에서 즐겨 먹었으나, 30~40년 전부터 파주·고양·동두천·포천·양평 등 경기 지역에 초계탕전문점이 생겨나고 있다. 이들 식당에서는 대부분 평양식 물김치와 메밀전·닭날개 등을 초계탕과 함께 내놓고 있으며, 국물에 메밀국수를 말아준다. 40여년 전통을 지닌 파주시 법원읍 법원리의 ‘초리골초계탕’(☎031-958-5250)과 고양시 덕양구 도내동 ‘평안감사’(☎031-966-0696)가 ‘경기으뜸맛집’으로 선정돼 유명하다.
●똥집의 변신 ‘대구 튀김똥집’
대구에서는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을 단돈 7000원에 파는 곳이 있다. 바로 동구 평화시장의 ‘닭똥집골목’(www.ddongzip.com). 골목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의 주인공은 치킨이 아니라 닭똥집(모래주머니)이다. 이 골목에는 28개 업체들이 튀김똥집 등 다양한 닭똥집 요리를 판매한다. 튀김똥집은 1970년대 평화시장 앞의 막노동꾼들을 위한 저렴한 술안주로 개발돼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메뉴도 다양해져 ‘누드똥집’ ‘간장마늘똥집’ 등이 있다. 특유의 누린내가 없고 쫄깃하면서 고소한 맛이 별미다.
●해변의 간식 ‘속초 닭강정’
동해 바닷가에 웬 닭강정? 그것도 해산물을 파는 속초관광수산시장(sokchomarket.co.kr)에 닭전골목이 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처음 닭강정집이 생긴 것은 시장을 찾는 이들에게 요깃거리를 제공하는 차원에서였다고. 그러다 닭강정이 알려지면서 현재는 10여개의 가게가 성업 중이다. 바삭하게 튀긴 닭고기를 조청과 청양고추로 맛을 낸 소스에 버무린 닭강정은 한입 크기라 먹기 좋다. 또 집집마다 더덕·견과류 등을 더해 차별화하고 있으며, 명태강정과 코다리강정도 판매한다. 가격은 한마리에 1만5000원 안팎이며 택배 주문도 된다.
<농민신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