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드라마는 실제 범죄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허구를 가미해 재구성했습니다."
에피소드 6. [지하철2호선 연쇄살인 사건 - ②]
S# 8. 오후 11:50. 아현역 2번 출구 165m 주택가.
아침 드라마를 보던 엄마가
송준희 아이고 벌써 점심 시간이네
(소파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고,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아들을 향해)
아들! 아들! 점심 뭐 해 줄까?
아들 (엄마가 수 차례 큰 소리로 부른 후에야 뒤돌아 보며)
아무거나.
송준희 비빔밥 해 줄까?
아들 (다시 이어폰을 끼며) 네.
송준희 (아들 방문을 닫고 혼잣말로)
휴가를 나왔으면, 친구들도 만나고 그래야지
하루 종일 방구석에 틀어박혀서 인터넷 게임만 하고 있으면 어떡해.
송준희 씨가 주방으로 가서 점심 준비를 시작한다.
3040대로 보이는 남성이 문을 열고 살며시 안을 살피며 거실로 들어선다.
이상한 느낌이 든 송준희는 뒤를 돌아 보고
송준희 (반찬 그릇을 떨어뜨리며)
누 누 누구세요?
남성은 칼로 송준희 씨의 배와 옆구리를 마구 찌른다.
S# 9. 오후 13:40. 송준희 씨의 집 주변.
주택가 골목은 끔찍한 사건 소식을 듣고서 동네주민들로 북적이며 소란스럽다.
경찰들이 출입을 통제하며, 폴리스 라인을 지키고 서있다.
S# 10. 오후 13:40. 송준희 씨의 집안 거실.
김 팀장이 얼굴을 찡그리며, 피 비린내가 진동하는 거실로 들어선다
박 형사 (김 팀장에게)
괴한은 열린 출입문을 통해 침입한 듯 보입니다.
초여름 날씨에 대낮인데다가, 군에서 휴가를 나온 아들까지 있어서
특별히 문단속을 하지 않은 것 같고요.
강력 팀장 (아들 방에 걸린 군복을 보며)
장성한 아들까지 집 안에 있었으니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곤 상상도 못했겠지.
박 형사 네. 아들은 피살 당시에,
이어폰을 끼고 게임을 하고 있어서,
거실에서 벌어지고 있던 상황을 듣지 못했던 것 같고,
심지어, 자신의 방으로 들어온 범인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아들은 흉기에 찔린 부위가 주로 등과 옆구리 쪽이고요.
어떨 결에 당하는 바람에, 제대로 반항도 못한 것 같습니다.
강력 팀장 (주방 바닥에 엎드려 있는 시신을 보며)
엄마는?
김 형사 (마스크를 벗고 일어나며)
점심을 준비하다가 몰래 들어온 괴한에게 당한 것 같습니다.
제가 육안으로 확인한 것만,
배 8군데, 옆구리 대여섯 군데에 깊은 자상(刺傷)이 나 있습니다.
강력 팀장 (놀란 표정으로)
그렇게나 많이?
단순 강도살인으로 보기에는 너무 끔직하게 죽인 거 아니야?
어떻게들 생각해?
김 형사 제 생각에는,
안방을 뒤진 흔적이 있고, 두 사람의 핸드폰과
안방 화장대에 있던 피해자의 지갑에서 현금을 가져간 점,
여자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었던 흔적인 살이 눌린 자국이 있는 것으로 봐서
반지도 가져간 것으로 미루어 전형적인 강도살인으로 생각됩니다.
강력 팀장 단순 강도살인이라? 또?
김 형사 낮 시간대에는 집을 혼자 지키고 있는 주부들이 많은데다,
요즘 들어, 상당수의 가정집에서 문단속을 철저히 하지 않아
방범이 상대적으로 허술한 이런 다세대 주택을 노리고
강도 사건이 부쩍 자주 발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강력 팀장 음~. 김 형사 말마따나,
요즘 강도 사건이 우리 관내에서 꽤 는 것은 사실이지.
박 형사 생각은?
박 형사 단순 강도살인으로 위장을 한 느낌이 듭니다.
강력 팀장 위장을 했다? 어떤 점이?
박 형사 (주방에 누워있는 시신을 보며)
주부에게 너무 끔찍하게 살인을 저지른 점과
현관문 앞에 놓인 군화를 보고서도 범인은 들어 와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입니다.
단순 강도라면, 군화가 놓여 있는 집까지 털 생각을 하진 않죠.
자신을 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으니깐요.
강력 팀장 두 사람의 의견에 상당히 일리가 있어.
그렇다면, 투 트랙으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소리인데.
S# 11. 아래 층 이웃.
유 형사가 아래 집 입주민과 얘기 중이다.
유 형사 많이 놀라셨겠어요?
임신 7,8개월 되신 것 같으신데?
입주민 (손사래를 치며) 네. 말도 마세요.
만약에 제가 현관문을 열어 놓았더라면,
강도가 저희 집에 침입했을 것을 생각하면.
남편이 지금 회사에서 오고 있는 중이에요.
유 형사 아이고, 다행이네요.
12시 전후로, 혹시 윗집에서 무슨 비명 소리 같은 거 듣지 못했어요?
입주민 뭔가 큰 소리를 듣긴 한 것 같은 데,
그때는 TV에서 나는 소리인줄로만 알았어요.
아주머니가 가끔씩 TV를 크게 틀어 놓고
이웃집 아주머니들과 드라마를 보실 때가 있어서.
유 형사 윗집하고는 왕래가 자주 있으신가요?
입주민 네. 제가 임신 8개월이다 보니깐,
아주머니가 제가 해놓은 빨래를 옥상에 대신 널어 주시기도 하시고
시장도 가끔씩 봐 주시고요.
아들 군대 휴가 나왔다고 말씀 하셨는데,
아들까지 어떻게.
(눈물을 훔치며, 만삭인 배를 어루만진다)
S# 12. 무교동 한강빌딩 8층 장수생명 보험 대리점 .
보험 설계사들 수 십 명이 자리에서 일하고 있다.
김 설계사 희선 씨. 오늘 기준가표 좀 가져다 줘.
김희선 네.
영업지원부 소속의 김희선 양이 미리 준비한,
김 설계사와 변액보험 상품 계약을 맺은 고객의 수익률표를 건넨다.
류 설계사 (커피를 책상에 놓으며) 오늘은 어때?
김 설계사 응. 땡큐.
(엑셀로 만든 표에 마크를 하며)
이곳도 조금 더 빠졌네.
류 설계사 (속상한 말투로다가)
지금 주식장이 제3차 북핵 실험 때문에 너무 급락을 하고 있으니
김 설계사 그러게. 너무 요동치는 것 같은데.
류 설계사 나 믿고서 돈을 많이 적립하신 고객의 경우에는 민감한 부분이니
내가 월요일부터 또 신경이 곤두서니깐 변비 시작이야.
김 설계사 (웃으며) 자기 그래도 오늘 한 건 한 것 같은데.
류 설계사 저축성은 아니고, 보험 좋아하시는 분이
아이들에 대해서 부족한 부분 채워 달라고 하시더라고.
얼마 안 남은 것들 일시납도 하신다고 말씀 하시고.
김 설계사 (웃으며) 자기가 오늘 플라자 호텔 뷔페에서 점심 사야겠다.
류 설계사 아이고 이 입이 주책이지.
둘이 크게 웃는다.
S# 13. 보험 대리점.
박 형사가 보험 사무실로 유리문을 열고 들어선다.
이 설계사 (박 형사를 보며, 환하게 웃으며)
누구 만나러 오셨어요?
박 형사가 신분증을 보이며,
이 설계사 아. 송 설계사님 일로 오신 거죠?
박 형사 예. 대리점장님 좀 뵙고 싶은데요.
이 설계사 (자리에서 일어나며)
자, 이리로 오세요.
이 설계사가 열린 문을 두드리고,
이 설계사 점장님. 형사 분이 송 설계사 일로 오셨는데요?
대리점장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 오며)
아. 그러세요. 이리로 앉으세요.
대리점장이 책상에서 명함을 가져와 박 형사에게 건넨다.
대리점장 (정색한 목소리로)
송 설계사 일은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희 대리점에서 실적도 우수한 편이었고, 고객 관리도 잘 하셨는데.
박 형사 송준희 씨가 보험 일을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 인가요?
대리점장 15년 약간 안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남편이 지하철 공사에서 근무하시는데,
15년 전만 해도, 지하철 파업 투쟁이 자주 있었잖아요?
그래서, 두 아이의 학비를 벌려고 시작하신 것으로 들었습니다.
박 형사 송준희 씨를 통해서 생명보험에 가입하신 고객들이 많으신가요?
대리점장 (기억을 더듬으며)
딸이 대학에 들어 가기 전까지는
중부 지역 통틀어서, 톱3에 들지 않은 적이 없으셨죠.
한창 때는 저희 회사 연말 시상에서 장려상을 받기도 하셨고요.
연봉이 1, 2 억이었으니깐요.
박 형사 (놀라며) 그렇게나 받아요?
대리점장 (미소 지으며)
저희 회사 ‘보험왕’ 이신 분은 연봉이 10억이 넘습니다.
박 형사 (감탄사를 연발하며)
요즘은 어떠신가요?
대리점장 아이들 다 대학 졸업시킨 후부터는
영업 실적이 전에 비해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에 15년 전부터
기존에 관리하시고 계신 오랜 단골 분들이 많으시고
보험계약 유지율이 거의 90%에 육박하시니깐, 그것만으로도
저희 대리점 실적 상위에 드시니깐요.
박 형사 혹시, 고객들과 금전 문제라든지, 원한을 살 만한 일은 없으셨나요?
대리점장 글쎄요. 저도 송준희 설계사님과 대리점에서 함께 일한 지
5년이 안돼서요.
가만 게셔 보세요.
대리점장이 나가서 김 설계사를 데리고 와서 소파에 마주 앉는다.
대리점장 박 형사님. 여기 김 설계사님이 송 설계사님과
같이 일한 지 10년이 넘으시니깐요
박 형사 아. 그러세요.
두 사람은 서로 명함을 주고 받으며, 인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