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남들보다 한 발 늦었지만 그래도 기분 좋은 그것! 꿀보다 더 달달하고, 명품백보다 더 가치 있는 그것은? 한가하게 즐기는 늦휴가다. 올해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도 꿋꿋이 자리를 지켰던 이들에게 이만한 보상이 또 있을까. 한여름을 다 보내고 떠나는 휴가라지만 더위가 남아 있는 지금이 여행을 떠나기엔 적기다. 늦은 발걸음을 제주로 돌려보자. 에메랄드 빛 바다에 숨겨진 환상적인 천연 풀장과 천년의 신비를 간직한 숲이 지친 이들을 환한 미소로 반겨 맞아 준다. 북적이는 사람들 없이, 한적하고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나만의 힐링 타임을 갖기 딱이다. |
|
바다 안에 숨겨진 환상적인 천연 풀장 |
여름 내내 계속된 폭염에도 참고 견딜 수 있었던 건 우연찮게 본 사진 한 장 때문이다. 눈이 부시도록 맑은 옥빛 바다 가운데에 마치 도넛이라도 튀겨낸 듯 검은 현무암 바위로 둥글게 에워싸인 신비로운 바다다. 요샛말로 마음이 심쿵했다고 할까. 사진만 봐도 온 몸에 덕지덕지 붙어 있던 무더위마저 단숨에 날아가 버린다. 휴가만 시작되면 당장 이곳을 찾아 떠나리라! 잠깐, 근데 여긴 어디지? 태평양 어느 외딴 섬? 동남아 유명 휴양지? 너무 먼 곳에 있으면 곤란한데…. |
|
|
한참을 수소문한 끝에 찾아낸 사진 속 장소는 놀랍게도 제주도다. 제주 동쪽에 자리한 행원리 마을 앞바다에 이처럼 매혹적인 풍경이 숨어 있다. 하루에 두 번 물때에 맞춰 환상적인 자태를 드러낸다. 밀물 때는 바닷물에 잠겨 있다가 물이 빠져나갈 때 바위들이 수면 위에 드러나며 둥그렇게 웅덩이를 만든다. 화산이 폭발하면서 흘러나온 용암이 빚어낸 자연이 가꿔온 순도 100% 천연 풀장이다. 물이 빠지면 수심이 1m 정도 밖에 되지 않는데다 바닥이 고운 모래층으로 이뤄져 물놀이하기 좋은 환경이 갖춰진다. 물은 어찌나 맑은지 햇빛에 아롱지는 물그림자가 바닥에 훤히 비춰진다. 알음알음 찾아오는 사람들을 제외하곤 아는 이들이 거의 없어 한적하고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 포인트이다. |
|
이토록 비밀스런 바다가 제주 안에 숨겨져 있었다니, 그동안 누구도 알지 못했던 이곳이 어떻게 알려지게 된 걸까? 이곳을 처음 발견한 건 더 섬 카페 김태진 씨다. 몇 년 전 이 부근을 여행하며 드론 촬영을 하다 우연하게도 천연 풀장이 사진에 찍힌 것이다. 이곳의 환상적인 풍경에 반한 그는 아예 거주지를 행원리로 옮기고, ‘코발트빛보다 더 나은 비치’라는 애칭을 붙여가며 숨어 있던 비경을 세상에 알렸다. 그 덕에 여행자들 사이에서 이곳은 ‘코난비치’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그가 올린 사진들에 제주 마니아를 자칭하는 여행 고수들도 ‘제주에 이런 곳이?’하며 놀란다. |
‘물때’를 맞춰야 열리는 보물섬 |
|
|
|
숨은 비경인 만큼 찾아가는 길이 쉽지만은 않다. 천연 풀장이 평소에는 물에 잠겨 보이지 않는데다, 주변 작은 해변들에 공식 지명이 있는 것이 아니니 때문이다. 어등포 해녀촌이나 더 섬 카페를 내비게이션에 찍고 오면 좀 더 찾기 쉽다. 더 섬 카페는 코난비치를 처음 발견한 김태진 씨가 운영하는 곳이기도 해서, 천연 풀장에 대한 정보를 가장 쉽게 많이 얻을 수 있는 장소다. 해변에서 천연 풀장까지 카약을 이용하거나 헤엄쳐 가면 약 5~10분 정도 걸린다. 하늘에서 보면 둥근 형상이 선명히 나타나지만 해변에서는 평면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주변을 살펴가다 보면 보물섬 마냥 눈앞에 드러난다.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건‘물때’를 맞추는 일이다. 물때는 매일 변하기 때문에 당일 썰물 시간대를 확인한 후 떠나도록 하자. |
영혼까지 맑아지는 알싸한 향기, 비자림 |
|
|
푸른 바다에서 한껏 에너지를 발산하며 힐링했다면 남은 시간은 초록빛 숲에서 평안하게 보내보자. 행원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천년의 숲으로 불리는 비자림이 자리한다. 수령이 600~800년 이상인 된 비자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룬 곳으로 고즈넉하고 신비로운 분위기가 흐른다. 아름드리 고목부터 줄기가 한데 붙어 버린 연리목, 갖가지 기묘한 형상으로 자라난 나무들이 숲 안에 가득하다. 붉은 화산송이가 깔린 오솔길은 걸을 때마다 자박자박 경쾌한 소리를 내며 산책하는 즐거움을 더한다. 나뭇가지 사이로 비쳐드는 찬란하게 빛나는 햇빛과 사락사락 귓가에 스치는 바람도 마음을 따스하고 가볍게 만들어준다. |
|
|
이 맘 때면 숲 안에 알싸한 향이 퍼져나가기 시작하는데, 마치 늦은 휴가를 떠나온 여행자들을 위해 비자림이 준비한 특별한 선물처럼 느껴진다. 비자나무 열매가 익어가며 풍겨내는 향기가 여간 좋은 게 아니다. 알싸한 박하와 달콤한 오렌지, 유자 등이 한데 어우러진 듯한 독특한 향기에 가슴이 시원해지며 영혼까지 맑아지는 기분이다. 호로롱 호로롱 지저귀는 새 소리까지 더해져 마음이 더 없이 평화로워진다. 남들보다 늦었지만, 몸과 마음을 온전히 채우고 돌아가는 풍성한 늦휴가 길이다. |
여행정보더 섬 카페 - 주소 : 제주시 구좌읍 해맞이해안로 609
문의 : 010-5520-****
비자림 - 주소 : 제주시 구좌읍 비자숲길 62
문의 : 064-710-79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