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본문은 예수님께서 갈릴리 호수 건너편, 갈릴리 지역의 맞은편에 있는 거라사(Gerasene)에서 귀신을 쫓아내신 사건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거라사는 데가볼리(Decapolis)에 있는 한 성읍으로 갈릴리 호수의 동남쪽에 있습니다. 마태복음 8:28에서는 “가다라”(Gadara)라는 지명을 사용하고 있는데, 가다라 지역의 거라사라고 이해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지역은 주로 유대인이 아닌 사람들이 사는 지역으로 이방인의 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지역에서는 유대인들이 부정하게 여기는 돼지를 기르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 귀신 들린 사람 한 명이 쇠사슬과 족쇄에 묶인 채 생활하다가 때로는 귀신의 힘으로 그 쇠사슬과 족쇄를 끊고 광야로 나가기도 하는 자였고, 주로 무덤 사이에 지내는 자였습니다. 귀신의 힘이 얼마나 센지, 사람들이 이 귀신 들린 자를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육체적으로는 사람들에 의해 쇠사슬과 족쇄로 채워져 매여 있었고, 영적, 정신적으로는 귀신에 매여 있는 자였습니다. 이 귀신 들린 자가 예수님을 만나자 예수님께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여, 당신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 당신께 구하노니 나를 괴롭게 하지 마옵소서!”라고 큰 소리로 외치며(28절) 예수님께 불평했습니다. 예수님은 이미 이 귀신에게 그 사람에게서 나오라고 명하셨고(29절), 이 귀신도 예수님이 하나님이시며, 하나님의 아들로서 귀신들까지도 예수님께 저항하기 힘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귀신에게 이름을 물으시자, 귀신은 자신의 이름을 군대(軍隊, Legion)라고 답합니다(30절). 군대라는 단어는 헬라어 원문에서 “레기온”(λεγιών)이란 단어가 사용되었는데, 레기온은 보병(步兵) 6천 명 정도의 병사에 120명 정도의 기마병(騎馬兵)으로 구성되어 있는 로마의 군대 단위입니다. 보통 군단(軍團)이라고 번역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많은 귀신이 이 사람에게 들려있었습니다.
이 귀신은 자기를 무저갱으로 들어가게 하지 말아 달라고 간청합니다(31절). 무저갱(無底坑, Abyss)은 헬라어로 “아뷧소스”(ἄβυσσος)란 단어인데, 바닥이 없는 구덩이를 일컫는 단어입니다. 바닥이 없이 끝없이 추락하는 곳을 의미하는 것으로 지옥(地獄)을 의미하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고통과 괴로움이 끝없이 이어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귀신들은 때마침 그 옆에서 많은 돼지 떼가 있는 것을 보고 그 돼지 떼에게 들어가도록 허락해 달라고 요청하였고, 예수님께서 허락하자 귀신들이 그 돼지 떼에게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돼지 떼는 비탈로 내리달아 호수에 빠져 몰사(沒死)하는 일이 벌어집니다(32절, 33절). 마가복음에서는 이 돼지들의 숫자가 이천 마리나 되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막 5:13). 예수님은 한 사람의 영혼을 이천 마리나 되는 돼지 떼보다 귀하게 여기셨습니다.
돼지 떼를 치던 사람은 이 상황을 보고 동네에 가서 사람들에게 알렸고(34절), 사람들이 와 보니 귀신 들렸던 사람은 정신이 온전해져서 옷을 갖추어 입고 예수님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35절). 사람들은 사건의 자초지종(自初至終)을 들을 후에 예수님께 그 지역에서 떠나달라고 요청합니다(37절). 거라사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행하신 놀라운 일을 목격했지만, 예수님을 자기 마을에 모시려고 하기보다는 오히려 두려워했습니다. 그리고 자기들의 재산인 돼지 떼가 몰살하게 되는 경제적 피해를 오히려 더 안타까워한 것입니다. 그들은 한 사람이 귀신 들린 상태에서 놓여 온전한 상태가 되었다는 것에 관심 두기보다는 수많은 돼지 떼가 죽게 된 것에만 더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으로 인하여 더 풍성하게 누릴 영적 축복을 마다한 셈이 되었습니다. 우리도 종종 나의 개인적 유익들로 인해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은 놀라운 축복을 잃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귀신 들렸던 사람은 예수님을 따르겠다고 고백하지만, 예수님께서는 그가 예수님을 따라서 예수님과 동행하는 것을 금하시고, 마을로 가서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어떤 놀라운 일을 행하셨는지 증거하게 하십니다(38절, 39절). 예수님을 따르며 섬기는 일도 각자에 따라 그 역할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합니다. 어떤 사람은 예수님 곁에서 예수님을 섬기며 예수님께서 명하시는 일을 행하는 자들도 있지만, 어떤 사람은 예수님의 보내심을 받아 자기에게 맡겨진 곳에서 예수님을 증거해야 하는 자들도 있습니다. 주님께서 내게 맡겨주신 사역이 무엇인지를 살펴 그 사역에 충성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이시며, 구세주(메시아,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러한 주님을 따르는 우리는 주님보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지 않고 오직 주님만을 온전히 따르며, 주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맡겨주신 사역에 신실하게 임하여 충성을 다하는 삶과 사역이 되어야 합니다. 이번 한 주간도 그러한 태도로 한 주간 승리할 수 있길 소망합니다. (안창국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