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왕성에서 온 이메일/장이지
안녕, 여기는 잊혀진 별 명왕성이야.
여기 하늘엔 네가 어릴 때 바닷가에서 주었던
소라 껍데기가 떠 있어.
거기선 네가 좋아하는 슬픈 노래가
먹치마처럼 밤 푸른빛으로 너울대.
그리고 여기 하늘에선 누군가의 목소리가
날마다 너를 찾아와 안부를 물어.
있잖아. 잘 있어?
너를 기다린다고, 네가 그립다고,
누군가는 너를 다정하다고 하고
누군가는 네가 매정하다고 해.
날마다 하늘 해안 저편엔 콜라병에 담긴
너를 향한 음성 메일들이 밀려와.
여기 하늘엔 스크랩된 네 사진도 있는 걸.
너는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웃고 있어.
그런데 누가 넌지 모르겠어. 누가 너니?
있잖아. 잘 있어?
네가 쓰다 지운 메일들이
오로라를 타고 이곳 하늘을 지나가.
누군가 열없이 너에게 고백하던 날이 지나가.
너의 포옹이 지나가, 겁이 난다는 너의 말이 지나가,
너의 사진이 지나가.
너는 파티용 동물 모자를 쓰고 눈물을 씻고 있더라.
눈밑이 검어져서는 야윈 그늘로 웃고 있더라.
네 웃음에 나는 부레를 읾은 인어처럼 숨 막혀.
이제 네가 누군지 알겠어 있잖아, 잘 있어?
네가 쓰다 지운 울음 자국들이 오로라로 빛나는,
바보야, 여기는 잊혀진 별 명왕성이야.
*장이지1976~
시집으로 『안국동울음상점』 『연꽃의 입술』 『라플란트 우체국』 등이 있다. 평론집 『환대의 공간』 등이 있다.
<시 읽기> 명왕성에서 온 이메일/장이지
여전히 너를 향해 사랑 노래를 부르는
우리가 생성 대우를 해주지 않지만, 아직도 태양계의 저 바깥에서 떠밀려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다해 발에 힘주고 있는 별 명왕성. 부모가 버린 자신 같은, 형제들이 버린 막내 같은, 그러나 여전히 너를 향해 사랑 노래를 부르는, 이 아리따운 젊은 시인의 내면에는 아직도 슬픈 궤도를 돌며 우리의 소식을 묻는 잊혀진 별 하나가 찬란하게 떠 있구나.
―박형준 엮음, 『당신에게 그 어떤 위로보다』, 사흘,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