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만나는 이웃이 사촌이다. 안 보면 멀어지는 인지상정. 처남은 부모님이 돌아가시자 걱정했다. "우리 형제가 자주 만나야 할 텐데." 만날 일이란 부모님 기일 밖에 딱히 없다. 이때 마치 구원 투수처럼 아내가 나선다. 형제들 생일에 만납시다. 집에서 상을 차리면 주부의 고역이니 밖에서 봅시다. 밥만 먹고 헤어지지 말고 먹고 이야기합씨다. 장소는 큰 처형 둘째 처형이 즐겨 다니는 문막 참숯집. 처남 차에 큰 처형 셋째 처형 부부, 우리 차엔 둘째 처형 부부. 서울서 용인서 문막으로 간다. 저마다 삭신이 아픈 6070 나이이니 불가마 찜질을 겁내기는 커녕 당당히 들어서서 죽을 고생을 하고도 " 아, 시원하다" 모이면 9명이니 거의 한 달에 한 번은 모이게 마련이다. 아침 부터 저녁까지 있으니 희희낙락하여 골샌님 처남께서도 당신 몸은 불편하여도 잘 안 보이는 눈을 크게 뜨고 운전을 하여 온다. 백수들이 왜 이리 바쁜지. 날자 맞추기 만만찮은 일정을 아내가 조정하여 오늘 길을 나선다. 교통 사고로 온몸이 늘 시리고 쑤시는 아내는 화끈화끈 불가마 속에 갔음하나 자신의 걸음으로 들어서지 못한다. 내가 안아서 일으키고 안아서 앉혀야 한다. 그러니 숯을 뺀 첫불말고 하루 묵어 식은 가마에서 우리 부부는 들어간다. 다른 처형들은 불가마에 수시 입장이다. 아낙네들은 깔깔깔 호호호. 오늘의 생일 주인공 둘째 동서는 참숯집에 온 다른 이들 대화에 가끔 끼는 외도를 하기도 하여 마나님의 눈총을 받기도 한다.
이런 불을 때서 숯을 굽는다.
산더미 처럼 쌓인 나무가 어느 날 불가만 속에서 참숯될 날을 기다린다.
새로 바뀐 주인이 난로에 불을 지폈다. 밖이 따뜻하여 안도 따뜻하다.
시설은 뭐 있나. 찜질하고 누으면 잠자리지.
김치와 미역국을 주는 주방은 참 초라하나 점심은 늘 입에 달다.
초라한 밥상이 당연한 것이. 찜질하고 밥 주고 단돈 5000원. 그것도 이번에 올라서다.
찜질을 하고서 일이 있다는 처남을 따라 우리는 처남댁 근처 또순이 순대집에 왔다.
고기를 안 먹는 나는 순대국을 평생 서너 번 먹었을까. 그러나 그런 내 입에도 맞는다. 거기다 가격은 단 돈 5000원으로 착하다.
늙은 형제들이 모인다. 여기서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른다. 만나서 즐겁고 밥 한그릇이 행복하다. |
출처: 일파만파 원문보기 글쓴이: 일파 황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