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편견 속 가짜 어린이가 아니라
책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진짜 어린이를 만나자!
어린이책이 어른에게 전하는 가장 큰 기쁨은 어린이와의 만남 그 자체다
진짜 어린이를 만나는 가장 좋은 방법, 어린이책 읽기!
좋은 어린이책을 읽고 써 온 김유진의 다정하고 정확한 책 추천
아동문학 평론, 창작, 연구와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오랜 시간 어린이와 문학을 이야기해 온 전천후 아동문학인 김유진. 그의 새 책 『구체적인 어린이: 어린이책을 읽으며 다정한 어른이 되는 법』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많은 이들이 아이를 낳고 기르지 않고, 심지어 아이를 마주치는 일조차 점점 줄어드는 시대다. 어린이는 화면 속 귀여운 인플루언서로서만 관심을 끌거나, 혹은 사회 뉴스에 등장하는 영악한 ‘진상’으로 낙인찍혀 두려움과 혐오의 대상이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이러한 흐름 속에서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동료 시민인 진짜 어린이는 점점 흐려지고 멀어진다. 저자는 진짜 어린이를 만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어린이책 읽기를 권한다. 어린이와 자주 마주하는 이들 외에도, 오늘날 어린이에게 다정하고 친절한 이웃이 되고픈 어른들이 그 대상이다.
오랜 시간 좋은 어린이책을 읽고 써 온 저자는 어른이 되어 어린이책을 읽는 기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이 기쁨을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하고자, 더 많은 어른이 좋은 어린이책을 고르고 읽는 데 도움을 받길 바라며 이 책을 썼다. 어린이라는 타자를 마주하는 일의 놀라움과 기쁨, 이를 통해 우리 모두 쉽게 포기하지 않고 더 넓은 세상으로 함께 향할 수 있다는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담았다. 어린이책과 아동문학의 세계는 어린이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지만, 여기 발을 들이는 어른에게도 어쩌면 그보다 더 큰 선물을 준다. 어린이에 대해 가장 치열하게 고민해 온 아동문학은 어린이와 함께하는 일, 그들 곁에 조심스레 서는 일로 향하는 훌륭한 길을 내어준다. 직접 키우거나 부대끼지 않는 환경에 있는 이들이라도 좋은 작품을 읽고 지난날의 어린이, 머릿속의 어린이만이 아닌 오늘날 내 곁의 어린이를 비로소 만날 수 있다.
목차
들어가며― 어린이책을 읽는 어른에게
1부 내 옆의 어린이와 내 안의 어린이
내 옆의 어린이와 내 안의 어린이가 만나다
어린이는 부모를 포기하지 않았다
가족이 필요한 진짜 이유
우리가 몰랐던 할머니
심부름 가는 길
어린이의 말과 글
2부 지금 이곳의 어린이는
성, 어떻게 이야기할까
완벽하지 않은 채로 완벽해
학교에서 발견하는 마음
어린이 회장 선거와 정치적 상상력
어린이에게 밥은 먹여야지
일 등이 아니더라도 좋아하는 걸 멈추지 마
3부 슬픔에 대한 어린이의 질문들
우리는 슬픔에서 자란다
여름에 일어나는 기이하고 으스스한 일들
없음의 감각
떠난 이를 기억하기 위한 방법
어린이보다도 더 작은 세계
전쟁은 어린이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4부 이야기에서 이야기로
자기 예언이 되는 이야기
피노키오와 마틸다
다시 쓰는 공주의 법칙
잠들어야 하는 밤
놀이이자 위로인 책
5부 어린이라는 소수자
어린이다움에 대하여
유년동화라는 장르
우리가 다르다는 가능성
귀여워도, 안 귀여워도
닭의 눈, 여우의 눈, 인간의 눈
동물을 돌보는 어린이
나가며
추천의 글 (김지은)
어린이 곁에 서고픈 어른을 위한 도서 목록
저자 소개
글: 김유진
서강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인하대 대학원에서 아동문학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어린이와 문학』에서 동시를 추천받고,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 동시 부문(2009)과 평론 부문(2012)을 수상했다. 연구, 창작, 평론 등 다양한 시선으로 아동문학을 탐색하는 중이다. 동시집 『뽀뽀의 힘』, 청소년시집 『그때부터 사랑』 등을 출간했고, ‘토닥토닥 잠자리 그림책’ 시리즈 등을 썼다.
출판사 리뷰
어린이책을 읽는 어른이 되어 누리는 가장 큰 선물은 무엇보다 어린이라는 타자와의 만남 자체입니다. 좋은 작품을 읽으며 만나는 여러 어린이는 나의 경계를 한껏 넓혀 줍니다. 어느새 경계를 넘어 내 안에 성큼 들어앉아 마치 주인인 양 당당하고 자연스레 자리 잡은 어린이는 그 어떤 타자보다 더 나를 기쁘고 행복하게 만듭니다. 나아가 이 경험이 다른 타자들, 특히 가장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들에게 열리도록 이끕니다.
―「들어가며: 어린이책을 읽는 어른에게」에서
아동문학의 판타지는 어른이 규제한 현실 세계의 시공간을 뛰어넘으려는 어린이의 욕망이고 의지다. 어린이가 새로운 세계를 기획하고 실행하며 자신의 현실을 전복하는 행위다.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는 말한다. 어린이가 현실의 제약에서 새로운 세계의 틈새를 꿈꾸며 안간힘을 쓸 때 어른이 함께 꿈꾸어야 한다고.
―「내 옆의 어린이와 내 안의 어린이가 만나다」
폴레케의 희망은 어린이의 희망이다. 어른들이 수많은 절망 끝에 놓아 버린 희망을 어린이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폴레케의 희망은 어린이인 자녀가 부모에게 갖는 희망이기도 하다. 어린이는 부모에게 사랑받기를, 부모를 사랑하기를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어린이는 부모를 포기하지 않았다」
새엄마는 가족을 구성하는 핵심이 혈연이 아닌 돌봄에 있다고 한다. ‘돌봐주는 게 가족이다. 가족을 선택하는 데는 어린이 본인의 의지가 중요하다.’ 가족의 비밀이 판타지로 흥미롭게 흐르다가 마지막에 이르는 자리가 무척이나 통쾌하다. 새로운 가족 개념은 바니의 누나인 타비사가 “가족이란 다 우연히 만난 거예요.”라고 말하는 데서도 드러난다.
―「가족이 필요한 진짜 이유」
인생의 온 시기를 겪고 마지막 자리에 서 있는 사람에 대해. 유년은 노년과 만나며, 자신과 아주 다른 누군가와도 서로 이해하며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 같다. 문학 속 할머니 캐릭터가 오직 사랑과 돌봄의 전형성으로만이 아니라 인격성으로 살아 숨 쉴 때 그렇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무조건 시혜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이해하고 맞춰나갈 여지가 있는 고유한 인간으로서 평등한 관계일 때. 어린이와 할머니는 예전부터 친하고 서로를 사랑했으니 충분히 가능할 거다.
―「우리가 몰랐던 할머니」
비민주적인 성별 권력에 저항하면서 청소년 인물들은 불의한 권력과 제도에 좌우되지 않고, 새로운 사회 구성 원리를 꿈꾸며, 자신의 길을 찾아 나선다. (......) 청소년의 성장 과정이 흔히 반항이라고 일컬어지는 건 권력의 작동을 의심하고 불의한 권력에 저항하면서 비로소 새로운 세대로 성장하기 때문이다.
―「성, 어떻게 이야기할까」
동시, 동화, 그림책, 그래픽 노블, 청소년 소설......
서른 가지 다양한 주제와 장르의 좋은 어린이책 100여 편을 읽는다
영원한 고전과 새로운 명작을 한자리에서 만나다
그렇다면 수많은 어린이책 가운데 어떤 작품을 골라 읽어야 할까? 좋은 어린이책은 어른의 머릿속 관념으로 만든 가짜 어린이가 아닌 어린이의 보편적이고도 개별적인 특성을 정확히 재현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동시, 동화, 그림책, 그래픽 노블, 청소년소설 등등 여러 장르의 다양한 작품 100여 편을 엄선하여 서른 가지의 주제에 맞추어 정성스럽게 소개한다. 이 목록에는 수많은 어린이와 어른에게 사랑받아 온 영원한 세계적 고전과 더불어 오늘날 가장 앞선 자리에서 새로운 전설이 되어가고 있는 최신 명작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
학교, 심부름, 가족, 할머니, 밥, 스포츠 등 일상의 소재로 어린이의 세계를 그려보고 전쟁과 폭력, 죽음, 가난, 애도, 실연 등 여전히 어떤 어린이들에게는 현실이기도 한 슬픔의 문제를 다룬다. 장애와 차별, 억압, 돌봄, 동물권 역시 작고 약하며 보호(혹은 통제)받아야 하는 어린이의 존재적 성격에 기반하여 아동문학의 오랜 고민이 담긴 주제다. 특히 아동청소년문학이 지금까지 발굴해 낸 여성 화자의 내면과 경험을 세심히 살피는 모습에서는 성평등 어린이책을 큐레이션하는 ‘다움북클럽’의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저자의 특별한 시선이 빛난다.
1부 ‘내 옆의 어린이와 내 안의 어린이’는 가족이나 부모를 비롯하여 우리 일상생활에서 어른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어린이의 자리를 주의 깊게 살핀 작품을 소개한다. 2부 ‘지금 이곳의 어린이는’에서는 오늘날 어린이를 둘러싼 현실을 두고 다양한 각도에서 세심하게 다룬 작품을 볼 수 있다. 3부 ‘슬픔에 대한 어린이의 질문들’에서는 전쟁과 죽음, 폭력 등 무거운 주제를 어린이책이 어떻게 고민하고 전달해 왔는지 살펴볼 수 있다. 4부 ‘이야기에서 이야기로’는 어린이책의 문학적 아름다움과 서사적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 포진해 있다. 5부 ‘어린이라는 소수자’는 저자의 오랜 고민이 응축된 글들로, 가장 약하고 보잘것없는 이들과 연결되고 이로써 세계의 경계를 더욱 넓히는 어린이라는 존재를 성찰한 작품을 읽어낸다.
‘밥의 민족’이여,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밥을 주자. 앞서 살핀 동화들처럼 그들의 밥상을 계속 눈여겨보며 채워야 하겠다. 풍성함을 세상 모두와 나누던 그림책의 밥상이 바로 그들의 밥상이 되길 바란다.
―「어린이에게 밥은 먹여야지」
성장은 슬픔이 사라지거나 슬픔을 극복한 후 일어나는 ‘미래의 일’이 아니라 슬픔과 함께하는 ‘현재의 일’이 된다. 성장이란 결핍 없이 온전한 존재를 지향하는 과정이라기보다는 계속 몰아치는 슬픔 가운데서도 끊임없는 희망으로 굳셀 수 있는 능력에 가까워진다. 어쩌면 그것만이 조금 앞서 살아온 어른이,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미리 일러줄 수 있는 가장 정직한 희망일 것이다.
―「우리는 슬픔에서 자란다」
세 작품은 삶과 죽음을 분리시키지 않고, 어린이의 삶 한가운데서 죽음을 말한다. 여름에 깃든 죽음은 더욱 짙은 그늘을 드리우지만, 그늘 위 하늘엔 어느 때보다 짙푸른 생명이 있다.
―「여름에 일어나는 기이하고 으스스한 일들」
어른이 기준인 세계에서 어린이의 능력은 어른과 다르고, 어른이 기준을 만드는 세계에서 어린이에게 주어지는 권한은 적다. 그러니 어린이에게는 욕망과 능력 사이를 가늠하며 희망하고, 욕망이 애초부터 허용되지 않는 권한에 절망하는 일이 매일의 과제일 것 같다. 욕망을 충족하지 못하는 상태를 가난이라고 한다면, 모든 어린이는 가난하다. 어린이는 작을 뿐 아니라 가난할 수밖에 없다.
―「어린이보다도 더 작은 세계」
장애인과 어린이는 언뜻 아무 관련이 없다고 생각될지 모른다. 하지만 소수자성이라는 동일한 정체성은 서로 연대하며 서로를 해방시킬 수 있는 든든한 지반으로 보인다. 장애인 어린이가 등장하는 동화에서 그 믿음을 더욱 굳건히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다. 서로 같다는 공감에 더해, 서로 다르다는 가능성으로 꿈꿀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도 설렌다.
―「우리가 다르다는 가능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