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방공식별구역 설정을 선포함에 따라 동북아 정세가 크게 요동치고 있다.
한국도 이어도까지 방공식별구역을 확장한다고 발표했다.
주변 국가에 미치는 영향이나 물리적 규모 등을 따져 보면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은 하늘에 쌓은 만리장성이라고 부를 만하다.
진시황이 장군 몽염을 시켜 흉노를 완전히 북쪽으로 쫓아낸 뒤 길고 튼튼한 장성을 건설했듯이, 중국의 이번 설정도 과거의 방어적인 외교에서 더욱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외교로 전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을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장벽의 공통분모는 ‘두려움’이라고, 프랑스의 역사학자 클로드 케텔은 저서 <장벽>에서 얘기하고 있다.
장벽을 건설하는 자는 장벽이 힘을 과시하는 행위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장벽은 나약함의 징조라는 것이다.
장벽을 세우는 것 자체가 국가가 법과 규범으로 나라를 다스릴 수 없음을 과장해서 보여주는 것이라고도 했다.
실제로 최초의 장벽은 선사시대 우리 조상들이 굶주린 짐승과 침입자를 막기 위해, 동굴 입구에 돌무더기를 쌓아올린 데서부터 비롯된다.
만리장성 또한 한족을 끊임없이 괴롭힌 북방민족을 막기 위한 보호 장벽의 성격이 더 짙었고, 국경 밖으로 더 나아가지 않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었다.
또 다른 제국 로마가 구축한 영국의 하드리아누스 성벽도 스코틀랜드 부족의 침략을 막기 위한 방어용이었다.
만리장성은 ‘세상에서 가장 큰 무덤’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희생을 불렀다.
일꾼 10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고도 하고, 1,000만명이라는 학설도 있다.
하지만 그런 만리장성도 군사적인 측면에서는 비효율적이었다.
이민족의 침입으로 여러 번 무너졌고, 내팽개쳐진 역사가 1000년도 넘는다.
하드리아누스 성벽의 돌들도 나중에는 마을 사람들이 교회와 집을 짓는 데 사용했다.
클로드 케텔은
“장벽의 원인인 갈등과 반목이 사라지면 장벽도 사라질 것”
이라고 얘기한다.
인류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장벽인 휴전선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