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기 전에 미리 언급할 것이 있습니다. 적어도 한국이라는 나라에 태어나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타국에서 일어나는 엄청난 재난에 대해 비웃거나 빈정대려는 의도가 전혀 없음을 밝힙니다.
지금 일본은 정말 난리통입니다. 바로 일본 역사상 최대급이라는 태풍 산산때문입니다. 10호 태풍 산산이 처음 발생했을 때만해도 한국으로 온 9호 태풍 종다리처럼 적당히 비만 뿌리고 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예상은 크게 빗나갔고 산산은 초거대 태풍이 되어 지금 일본 전국을 휩쓸 모양으로 맹렬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어제(2024년 8월 29일) 일본 서남단인 규슈 지역에 상륙한 상황이지만 벌써 관동지역인 일본의 수도에 까지 그 영향력을 넓히고 있습니다. 초대형 태풍이어서 바람이 집도 무너뜨릴 기세인데다 태풍이 품은 물의 양이 어마어마해서 특정 지역에는 이틀동안 1,000mm가 넘는 비가 그야말로 폭포수처럼 퍼붓고 있는 상황입니다. 인명피해도 갈수록 급증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자존심이라는 토요타 자동차의 조업도 중단됐고 기술의 총아라는 항공기와 신칸센열차도 멈쳐섰습니다. 일본 열도 모양 그대로 따라가면서 느릿느릿 종단하고 있는 산산태풍에 대해 일본인들은 일본 열도를 유린하려는 것 같다느니 태풍을 누가 원격 조정하는 것 아니냐며 매우 놀랍고 우려스럽다는 반응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일본인들은 예로부터 태풍을 매우 신격화해 왔습니다. 그 유래는 바로 가미카제라는 神風(신풍)입니다. 지금부터 8백년 전인 고려때입니다. 13세기 세계 최강이었던 몽골군대가 고려를 굴복시킨 뒤 그 여세를 몰아 일본 침공에 나섭니다. 몽골군대와 고려군대는 대마도를 정벌한 뒤에 태풍 산산이 상륙한 바로 그곳 규슈에 도착합니다. 이른바 여몽 연합군의 강한 군사력에 일본군은 저항다운 저항을 한 번도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때 일본쪽으로 태풍이 불었고 태풍은 여몽 연합군의 배를 모두 파괴해 버렸습니다. 여몽연합군은 퇴각한 뒤 다시 군대를 정비해 일본을 침공했지만 그때도 태풍이 불어 일본 정벌에 실패했습니다. 일본인들은 그때부터 태풍을 가미카제 즉 신의 바람이라고 불렀습니다. 실제로 서구 여러 강국들이 일찌기 일본 정벌에 나섰지만 실패한 것도 태풍때문이었습니다. 일본인들 입장에서는 태풍을 신격화하면서 받들 만도 했습니다. 그 당시로서는 말입니다.
일본은 1900년대 들어 한반도를 식민지화하고 그 여세를 몰아 동남아지역을 수중에 넣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합니다. 그리고 1937년 중일전쟁을 일으켜 승리합니다. 세계 열강들은 일본의 강성함에 심한 우려를 표합니다. 미국은 일제의 과격한 군사행동에 대해 경제제재를 가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석유 금수조치와 철강 수출 제한 조치입니다. 기름 한방울 나지 않은 일본으로서는 대단한 걸림돌이 생긴 것입니다. 일본은 미국을 치기로 결정합니다. 1941년 12월 7일 일제 해군 항공모함 6척으로 편성된 연합함대가 하와이 미군 기지를 급습합니다. 이때 일제의 4백여대의 항공기가 동원됐는데 그 이름이 바로 가미카제입니다. 일본을 수호해 주는 태풍인 가미카제를 미국 급습의 선봉대로 삼은 것입니다. 그로 인해 태평양 전쟁이 발발했고 1945년 8월 원폭 두방을 맞고 일본은 망하고 맙니다.
일본인들이 그렇게 신격화했던 태풍은 근래에 들어 일본을 짓밟는 아주 불편한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한때 신의 바람이 이제는 저주의 바람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태평양 인근에서 발생한 태풍은 거의 절반이 일본으로 향하는 양상입니다. 특히 올해들어서는 발생한 태풍가운데 9호 종다리를 제외하고 거의 모두 일본으로 향해 많은 피해를 주고 있는 것입니다. 일본 제국주의의 앞잡이로 섬겼던 가미카제가 이제 일본을 붕괴시키는 원흉이 되는 그런 형국입니다. 이번 10호 태풍 산산이 대표적입니다.
지금 중국에서는 이번 태풍 산산에 대해 중국인과 한국인들이 흘린 눈물이다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일본 식민지속에서 한반도인들이 당한 그 아픈 과거사를 논할 필요조차 없습니다.중국인들도 일본에 의해 무자비한 살육을 당했습니다. 중일전쟁 당시 일본의 유수한 언론에 실린 기사에는 일본의 군인들이 중국인들을 처단하면서 누가 1분에 가장 많은 머리를 베느냐를 놓고 경쟁을 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바로 난징 대학살입니다. 그런 기사를 보면서 일본인들은 대단한 일본의 군인들이여 그대들이 귀국하면 성대한 환영과 함께 우리 국민들은 그대들을 영광스런 사위로 삼을 것이다라며 일제 군인들의 만행을 부추긴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일제의 만행은 이른바 마루타 실험으로 악명높은 731부대가 대표적입니다. 마루타 부대는 한국인과 중국인 그리고 만주인 등 전쟁포로를 중심으로 산 채로 해부를 하는 등 생체실험으로 자행했습니다.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악행입니다. 지금 일본인들은 바로 그러한 일제 군인과 국민들의 자손들 아닙니까.
인과응보가 무엇입니까. 선을 행하면 선의 결과가 도래하고 악을 행하면 악의 결과가 반드시 뒤따른다는 단어 아닙니까. 일제는 한반도를 비롯해 중국 그리고 동남아를 장악하면서 정말 못된 짓을 너무도 많이 저질렀습니다. 하지만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사죄가 있었습니까. 일본왕의 통석의 념을 금할 수 없다는 말이 고작입니다. 그냥 슬퍼하고 애석하게 여긴다는 말입니다. 당사자가 사죄로 받아드릴 수 없는 그냥 립스비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사죄란 당사자가 진심으로 받아드려야만 사죄의 의미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아니 앞으로도 일본은 한국과 중국 그리고 동남아에 대해 진정한 사과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진정한 사과가 없는 한 앞으로도 인과응보의 법칙은 철저하게 지켜질 것이라는 것은 너무도 명확한 사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2024년 8월 30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