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부 3년 넘게 남았는데… 與野 모두 潘총장 거론하며 불지펴
박관용·임채정 前국회의장 "현안 쌓여 있는데 부적절한 처사"
학계도 "親朴까지 차기 언급, 기가 찰 노릇… 대통령 힘 빼는 일"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8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 때 이른 차기 대권(大權)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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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與野) 정치권은 최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자당(自黨) 후보로 차기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는 등 차기 대권 논란에
앞다투어 불을 붙였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4일 기자들과 만나 "반 총장 지인들이 반 총장을 차기 대통령 후보로
새정치연합에서 검토하면 어떠냐는 의사를 타진해 왔다"며 "이에 따라 일부 인사들 사이에서 반 총장과 함께 반노(反盧) 신당을
창당하자는 얘기도 있었다"고 했다. 앞서 권노갑 상임고문은 지난 3일 "반 총장 측근들이 (반 총장이) 새정치연합 쪽에서 대통령
후보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타진해왔다"며 '반기문 영입론'을 띄웠다.
새누리당 내 친박계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도 지난달 29일 반 총장의 대선 출마 가능성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친박계 내에선 "김무성 대표 등
비박(非朴)계 차기 대선 후보군에 맞서 반 총장을 친박계 대선 후보로 밀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여야에서 공히 반
총장 영입 문제 등을 걸어 차기 대권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치권의 조기(早期) 대권 논란 점화에 대해
정치권 원로와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제 할 일은 안 하고 대권 놀음에만 빠지면 되겠나" "임기가 3년 이상 남은 대통령의 힘을
빼는 부적절한 처사"라며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본지 통화에서 "후계 구도를 벌써 언급하는 것은
한참 잘못됐다"며 "지금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경제와 안보 등에서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것이지 차기 대선 궁리가 아니다"고
했다. 임채정 전 국회의장도 "정치권 앞에 민생 경제와 사회 통합 문제, 남북관계 등 숙제가 산적해 있는데 한가하게 차기 대권을
논의하는 것은 한심한 처사"라며 "나라 장래에도 결코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김철수 명지대 석좌교수는 "여야 모두
국민이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감이 없으니 자기들도 답답한 마음에 반 총장을 서로 끌어당기고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임기가 남은
유엔사무총장을 국내 정치의 무대로 끌어들이는 것은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원종 한양대
특임교수는 "박 대통령의 임기가 반환점도 돌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의 친박계가 차기 대선을 운운하는 것부터 기가 찰 노릇"이라며
"이렇게 되면 박 대통령이 정권에 주어진 과제를 어떻게 추진력 있게 밀고 나갈 수 있겠느냐"고 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차기
대권 논란이 조기 점화하게 되면 현직 대통령의 영(令)이 안 서게 되고, 자칫 레임덕이 가속화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