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득의 심리학 *
영업의 극치는 에스키모에게 냉장고를 팔고, 아프리카 사람에게 선풍기를 파는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 영업 사원의 설득이 얼마나 호소력이 있었으면 자기에게
별 필요도 없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을까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설득은 다른 사람이 내 의사대로 하게 만드는 것이다.
효과적인 설득을 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상대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이다.
아무리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고 해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예전에 면담을 하던 한 20대의 환자가 있었다.
그 사람은 어려서부터 아버지에게 억압적으로 양육되었다. 그래서 그에 대해서
매우 큰 불만이 있었다. 그래서 ‘아빠가 말하는 것이 다 옳은 것 아는데, 아빠도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 아버지의 설득을 듣지 않으려 했다.
아버지의 말이라고 해야 "운동해라", "영어공부 같은 거 미리미리 해라"라는
식으로 안들어도 되는 말이었지만, 들어주어도 큰 불편은 없는 그런 말이었다.
그런데 그 말 한마디 한마디가 자신의 마음을 전혀 헤아리지 않은 채 했기 때문에
전혀 듣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나중에는 자해에 가까운 선택을 하였다.
위의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설득은 상대의 마음을 알고 다른 얘기를 꺼낼 수 있는
융통성이 있어야 한다. 자기가 아무리 준비를 많이 했다 하더라도, 그리고 아무리
자기의 생각이 확고하다 하더라도, 그리고 아무리 욕심나더라도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은 상대를 살펴보고 내 얘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 가를 판단한 후에 본론을
꺼내야 한다.
얼마전 개봉한 우리 영화 "범죄의 재구성"을 보면 (비록 범죄라서 그일을 권할 수는
없지만) 사기를 치기 위해서 많은 준비를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의 마음을 읽고 거기에 맞는 카드를 뽑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내가 상대에게 얻으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상대가 내게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아야 한다.
막연히 도와달라고 하면 상대가 마음이 있어도 어떻게 해줘야 할지 모르거나
아니면 아직 이 사람에게는 뭔가를 줄 단계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기 쉽다.
이건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쉽다. 누군가 내게 부탁을 한다고 하자. 그런데 완전히
거절할 생각은 없다. 그런데 막연하게 부탁을 하면 아마도 이런 부탁의 끝이 어디
인가? 하고 생각하게 되고 그것이 분명치 않으면 아예 시작도 않으려는 마음이
되기 쉽다. 괜히 어설프게 손 댔다가 욕만 먹는 것이 사회의 이치이니까.
그렇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것이 막연하면 그 자체로 거절당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따라서 상대가 내게 줄 수 있는 한도를 생각해서 그 안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는 반대로 상대가 내게 얻으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상대에게 제공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되어야 한다.
설득이란 타협이고, 타협은 서로 주고 받는 것이다. 일방적인 관계는 없다.
심지어는 깡패들이 시장 상인들에게서 돈을 빼앗을 때도 '보호비'라는 명목이 있
다. 이것이 현실성이 있으면 돈을 주는 사람도 억울하지만 인정할 것이다. 그런데
만약 한 깡패에게 돈을 주었는데 다른 깡패에게 또 빼앗긴다면 그 사람은 반감이
커질 것이다. 깡패와 일반인과의 관계도 이럴진데, 일반인끼리의 관계는 더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상대에게 줄 것이란 꼭 현실적인 것뿐 아니라 신용이나 인맥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것조차 없다면 그 사람에게 내가 줄 것을 마련해서 설득하는 자
리에 가야 할 것이다.
설득이 쌍방 간에 이뤄진다면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타협이 된다. 이것은
가장 가까운 부부사이, 연인사이나 상거래를 하는 사업 관계에서나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타협에 있어서 찾아가고 아쉬운 소리를 하면 내가 더 많이 내놓아야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나를 찾아오게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진료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지나가다 들린 사람과 소문을 듣고 온 사람은 천양지차이다. 사회의 초년생때는
내가 찾아가서 부탁을 할 수 밖에 없지만, 아마도 30대의 10년 동안은 다른 사람들
이 나를 찾게 만드는 것이 꼭 해야할 과업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출처 www.psylove.co.kr 이종호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