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양 / 김예강 하양이라는 말에는 눈뜰 수 없을 만치 환한 물에 부서지는 빛이 있어요 하양으로 건축을 보러 갔어요 작은 교회였어요 무거운 문이 두터운 어둠을 밀어내는 닫히면 어둠에 서 있는 예배당에 서서 위에서 내려오는 빛 빛을 올려다보았지요 빛이 나에게 내려앉아 따스했는지요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구원으로 가는 길 기도하는 의자에 앉아요 절반만 보이는 절반의 십자가는 하늘이 안고 있는 작은 교회 빛이 내려앉은 물 위로 나는 조각배 저어서 볕을 쬐는 어제 빛은 저물고 오늘의 빛이 다시 부서지는 하양
— 계간 《가히》 2024년 여름호 ------------
* 김예강 시인 1961년 경남 창원 출생. 부산교대 및 동 대학원 졸업 2005년 《시와사상》 등단. 시집 『고양이의 잠』, 『오늘의 마음』 『가설정원』
********************************************************************************** 교회가 빛과 어둠으로 지어진 조각배라면, 나는 어느 예배당에 앉아 조금씩 떠내려가고 있습니다. 깊은 생각에 잠겨 내가 떠내려가고 있다는 사실도 잊은 채, 눈부신 하양 속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어떤 기도는 쏟아지는 빛과 어둠을 절반씩 맞고 있는 것과 같아서, 나는 개운함과 어지러움을 동시에 느낍니다. 이곳의 시간은 온기와 슬픔을 머금은 모래시계, 구원으로 가는 길은 어디인가요.
빛과 어둠으로 지어진 조각배가 물 위에서 찬란히 부서지고 있습니다. - 김신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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