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 곧 하늘이다
애공이 유약에게 물었다. “올해는 기근이 들어 재정이 부족한데, 어떻게 하면 좋겠소?” 유약이 대답했다. “어째서 십분지일의 세법稅法을 쓰지 않습니까?” 애공이 말했다. “십분지이를 거두어도 나는 모자라는데, 어떻게 십분지일의 세법을 쓰겠소?” 유약이 대답했다. “백성이 풍족하다면 어떤 임금이 부족하겠습니까? 백성이 부족하다면 어떤 임금이 풍족하겠습니까?”
哀公問於有若曰:年饑, 用不足, 如之何? 有若對曰:盍徹乎? 曰: 애공문어유약왈 연기 용부족 여지하 유약대왈 합철호 왈 二, 吾猶不足, 如之何其徹也? 對曰:百姓足, 君孰與不足? 百姓不足, 이 오유부족 여지하기철야 대왈 백성족 군숙여부족 백성부족 君孰與足? 군숙여족
이 단락은 국가의 재정 사상에 관한 것인데, 고대에 국가와 정부의 지출은 모두 백성들의 납세에 의존했습니다. 고대에는 세금을 ‘徹’(철)이라고 불렀는데, 보통 10분의 1의 주요 세금田賦을 거두었습니다(자세한 숫자는 따로 고증해야 하므로 여기서는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이것은 매우 합리적인 징수였었는데, 춘추전국시대에 이르러 사회가 불안하고 정치가 혼란했기 때문에 정부의 재정이 부족해서 더 많은 세금을 징수했습니다. 지금 애공은 공자의 제자 유약有若에게 묻고 있습니다. “올해는 기근이 들어(年饑)―농업 사회에서 수확이 좋지 않거나 사회 경제가 쇠퇴하여 불경기인 것을 모두 기근이 들었다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국가의 재정 수입이 지출에 비해 부족한데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그러자 유약은 세금을 줄여야 한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는 세금을 늘리지 말아야 할 뿐만 아니라, 세금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애공은 “세금을 10분의 1로 줄이라고요? 10분의 2를 징수해도 부족한데 어떻게 줄일 수 있겠습니까? 줄이고 나면 국가 재정은 어떻게 하겠어요?” 하고 반문합니다. 이에 대해 유약은 애공에게 하나의 원칙을 말해 줍니다. 재정은 반드시 정책과 조화되어야 한다는 정치상의 중요한 원칙입니다. “세금을 줄이면 국민의 생활이 안정되고 사회의 생산 능력이 증가하는데, 국가가 부유하게 되지 못할까 걱정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국가는 당연히 부유해집니다. 만약 세금을 늘리면 백성들은 더욱 힘들어지기 때문에 경제는 불황에 처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때는 백성이 한 마음 한 뜻이 되지 않고 불화반목하게 되는데 어떻게 세금을 징수하겠습니까?” 중국 역사를 보면 변란의 시대마다 거의 이런 문제가 생겼습니다. 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라마다 재정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므로 국가에 공헌하려면 재정 경제에 관한 책을 많이 읽어야 합니다. 큰 일이든 작은 일이든 재정 경제에 관한 지식이 부족해서는 안 됩니다. 회사를 창업하고는 경리가 가져온 회계 장부도 제대로 볼 줄 모른다면, 속으면서도 모를 것이니 큰일입니다. 더더구나 시대가 혼란에 처하면 항상 이런 종류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명나라 말엽에 특히 심각했는데, 그 때는 이런저런 세금으로 인해 “백성들의 원성이 들끓었다.”(民怨沸騰)고 역사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역사를 읽을 때 이런 구절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지나치지만, 자세히 연구하면 백성들이 정부에 대해 애정이 없고 물이 부글부글 끓듯 원성이 들끓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정도에 이르면 더 이상 수습할 수 없는데, 명나라 말엽이 이런 상황이었습니다. 송나라 문학가인 범석호範石湖는 이런 시를 썼습니다.
벼를 심고자 괴롭게 쟁기질과 호미질을 하고, 種禾辛苦費犁鋤, 무덤까지 개간하느라 손가락에 피가 흘렀네. 血指流丹鬼質枯。 밭을 살 힘이 없어서 물에다 재배했더니, 無力買田聊種水, 요즘에는 그것조차 세금으로 거둬가네. 近來湖面亦收租。
범석호와 육방옹陸放翁, 소동파와 같은 사람들은 모두 송나라의 저명한 문인이자 정치적으로도 뛰어났습니다. 범석호는 금金나라에 사신으로 가서 큰 교섭을 타개하여 정치적 공헌이 컸습니다. 그의 시사詩詞 문장은 송나라 4대가 중 하나로 찬양되는데 ‘문질빈빈’文質彬彬하다고 할 만합니다. 이 시는 난세의 세금 납부 상황을 이야기한 것으로, 정치의 근본 문제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는 힘들게 호미로 토지를 개간하는데 심혈을 쏟는 농부를 묘사했습니다. 개간할 땅이 더 이상 없자, 묘지까지 파서 농토로 개간하여 생산에 힘껏 종사합니다. 그러나 수입으로는 과중한 세금을 납부할 수조차 없습니다. 이런 사실은 그 다음 두 구절에서 더욱 분명해집니다. 돈이 없어서 땅을 사지 못한 농민들은 배를 마련해서 물에서 고기를 잡거나 연꽃을 재배해서 살아갈 수밖에 없었는데, 나중에는 물에서 재배하는 것마저 세금으로 납부해야 했습니다. 문인이자 정치인인 범석호는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개탄한 것입니다. 이것은 그 시대의 백성들 마음을 대표하는 유명한 시구가 되었습니다. 각 왕조 말기에는 거의 백성들의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소리를 대표하는 이런 작품이 나타났는데, 이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되돌아가 유약의 대답을 보겠습니다. “재경세수財經稅收는 정치 철학의 대원칙을 떠날 수 없습니다. 백성이 부유하고 사람마다 생활이 안정되고 사회가 안정되면 정부도 자연히 풍족해집니다. 만약 백성이 가난하게 되면, 그 국가와 사회는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논어강의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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