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사람이면 다 아는 유명인사다. 언젠가 지역신문에서 여론조사를 했는데, 군수와 국회의원 그리고 최경주를 누르고 일등을 했다. 그런 그의 엄청난 '권력'도 완도 아닌 다른 섬에 미치지는 못한다. 이름은 신용칠, 나이는 환갑이 거론되나 확인할 길 없다. 모두가 그를 알지만 동시에 두려워한다. 특히 여성들이 그렇다. 그렇다고 무슨 전자발찌와 관련된 건 전혀 아니니 안심하시라. 완도읍 모든 아이들의 친구고 적이다. 그의 취미는 아이들에게 가운데 손가락으로 하는 욕, '뽀큐'(凸)다. 묵언수행하는 그의 목소리를 누구도 들은 적이 없다. 그가 하는 凸의 유래와 의미를 아는 이 없다. 단순한 욕은 아닐 거라는 것이 내 추측이나, 그걸 모르는 애들은 맞서며 뽀큐한다. 그러다가 투석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머리에 돌 맞고 난 혹에 바르는 된장 맛은 ㅋㅋㅋ
그의 다른 취미는 침던지기다. 침을 뱉지 어떻게 던지냐고? 작고 두터운 손에 침을 뱉어 그걸 다시 적들에게 던지는 수법으로 그만의 전매특허이자 비밀병기다. 그 정확도가 백발백중이라니 감히 누가 흉내라도 내겠는가? <세상에 이런 일이> 제작진이 여러 번 섭외를 요청했으나 결국 빈손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벌써 오래 전에 허접 쌈마이 세속적 관심과는 담을 쌓았다는 그다. 그의 침던지기에 당한 아이들의 수를 헤아릴 수 없다고 한다. 그러니 아이들의 숙적일 수밖에. 대신 아이들이 먹는 것들에 대해 욕심이 많다. 더러 먹던 과자를 그에게 상납하는 아이들도 있다.
그에게도 직업은 있다. 수협 활어 경매가 있는 시간이면 어김없이 거기에 있다. 어민들이 배에서 경매장까지 활어를 운반하는 일을 돕거나 위판 관련된 일을 도와준다. 그 댓가로 생선을 얻어 다시 그걸 되팔아 생활한다. 굳이 따지자면 수산물 중개업이다.
또 그를 볼 수 있는 곳은 상갓집이다. 거기서 식사를 때우기도 하고 장례가 끝난 뒤, 조화를 장식하는 대나무 구조물을 모아 꽃집에 판다. 화환이 많은 큰 행사에서도 그를 볼 수 있다. 친환경적이며 자원 재활용의 대가이다. 환경부는 그에게 큰 상이라도 주는 것이 마땅하다.
그렇게 모은 돈을 그는 은행에 맡기지 않고 자신 만이 아는 땅 속 어딘가에 숨긴다고 알려져 있다. 일설에는 그 장소를 그도 잊어먹고 애태운 적도 있다고. 어떤 놈들은 그 '보물섬'을 찾느라 무척 고생했지만 아직 못 찾았단다. 효자라는 소문도 들린다. 반대로 수박을 좋아하는데 모친 몰래 혼자만 먹는다고 한다. 오래 전에 부인을 쫒아냈다고 한다.
모든 아이들의 친구지만, 동시에 대단하고 또 만만한 숙적인 그도 늙어가나 보다. 나같은 빡빠기 머리가 희끗희끗 반백이다. 여전한 건 짧은 머리만큼 짧은 다리로 매번 양손에 생선 몇마리 들고서 항상 어디론가 바삐 걸어간다. 그는 항상 걸어다닌다. 짧은 팔과 다리로 보통 사람들의 두배 속도로 걷는다. 대신 완도읍에서 먼 곳에 갈 때는 반드시 군내버스를 이용한다. 버스요금을 내는지는 잘 모르겠다.
거짓말 안 하고 남 뒷통수 치지 않고 일한 만큼의 댓가만으로 정직하고 부지런히 살아가는 용칠이 아저씨. 여름 막바지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오늘, 해변공원 바닥분수대에서 아이들과 물놀이를 한다. 왕따 아닌 '울트라따'로 늘 고독하지만 정직하고 근면하며 순수한 그가 나는 좋다. 오래 오래 건강하시길 빈다.
8월 22일 완도읍 해변공원 바닥분수대에서
첫댓글 용칠이 아저씨~ ㅎ
중.고교시절에 흔히 보던 거물(?) ..
남을 해치지도 ..비난도 하지않고 늘 정면을 보면서 부지런히 걷는다.
여럿이 가면서 용칠아~ 하고 놀려도 못 들은체하고 앞만보고 간다 ...
어판장에서는 흔히 볼 수가 있다..잽싸게 구석으로 고기를 가끔 챙긴다..재빠르게...ㅎㅎ
건강하시길 빕니다...
좋은 자료 올려주셨습니다.
신용칠씨는 실제 나이는 알수없으나 병역 신체검사를 할 때 봤으니 62~3세쯤으로 알고 있으며
정확한 것은 망석리에서 함께 자랐던 친구들에게 알아보면 될 것입니다.
중학시절목격담......파리도 잘 잡아 입으로..............
오마이뉴스에 실린건가요? 어찌된게 여기에서 여러번 게시되었던 글귀 그대로 실렸네요
아!그건 전번에 오마미뉴스 기사 쓴분아고 완도에 살았던분 이런기사들은 외지사람들은 쓰기힘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