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5회 산행기(2013. 9. 13. 청계산)---폭우 속 산행

[jspark]

오늘은 일기예보를 이기지 못했다. 이기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 처음 겪는 폭우 속 
산행이었다. 인터넷 예보 화면에 나타난 시퍼런 우산이 마음에 걸려 엊저녁 
바오로한테 이메일을 보냈더니 “국지성 호우.....빗속 산행도 추억... 백두대간 
때도...” 운운하는 답장이 왔다. 사실은 안 갈 생각이었는데 이 답장 받고 안 갈 
수 없었다. 답장을 발송한 시간은 3시 6분. 도대체 이 친구 잠은 언제 자는지...

출근하는 젊은이들로 가득 찬 비좁은 전철에 등산 가방 메고 쑤시고 들어갈 땐 
항상 눈치가 보인다. 특히 비오는 날엔. 우천 불구 산행에 나선 용감한 늙은이
라고 칭찬해 주기보다는 “얼마나 할 일이 없었으면 아침부터 우리한테 불편을 
주면서 저러고 다니느냐”는 핀잔을 주는 것 같다.



청계산입구역에 6명이 모였다. 회장이 좀 늦어지니 기다려달라는 전화가 왔다. 
그가 나타난 시간은 약속시간을 30분이나 넘긴 10시 30분. 우리산악회가 
특정인을 이렇게 오래 기다려본 역사가 없다. 회장이니까 한 번은 봐주기로 한다. 

지상으로 올라오니 가벼운 비가 내리고 있다. 어느 회원 말마따나 “17산악회가 
출동할 땐 비가 피해가는 것”인가? 



등산로 초입에서 임총장부부는 산행을 포기하고 근처 찻집에서 우리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겠단다. 임총장이 감기가 잔뜩 들었는데 우중 산행이 안 좋을 것 
같다는 김여사의 결정이었다. 마누라한테서 늘 저런 과보호를 받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임한석과 기자는 못내 부러워했다. 

산행 10여분 지나면서부터 빗발이 굵어지기 시작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강해진다. 사람을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뇌성벽력까지 친다. 하필 오늘 왜
이런가? 서양사람들이 싫어하는 13일 금요일라서 그런가?
그런 와중에도 김회장은 天下之大本이라는 농업의 종자개량의 중요성을 얘기
하고 전정원은 캐나다 달러의 환율과 실질구매력을 설명한다. 



날씨 덕분에 등산객은 거의 없다. 항상 붐비는 청계산이 이렇게 호젓할 때도 
있다니...믿어지지 않는다. 산행 코스를 단축, 점심시간도 1시에서 12시로 
당기기로 하고 식사 참여를 약속한 임종홍과 한영구에게 통보한다. 

늘 쉬던 두 번째 팔각정에 도착. 오늘은 여기가 반환점이라고 바오로가 선언
한다. 창대 같은 빗줄기 아래 김회장이 갖고 온 게르마늄 계란을 얻어먹는다. 
내려오는 길에는 빗발이 더 강해진다. 지난 날 백두대간 할 때에도 우중 산행은 
여러 번 했다. 하루 종일 비 맞으면서 걸은 적도 있었지만 이렇게 센 비는 처음 
본다. 크게 불어난 청계산 계곡물이 설악산 비선대 같은 소리를 낸다. 바오로는 
계곡을 그냥 지나지 못하고 계속 사진을 찍어댄다. 



12시 곤드레밥집. 폭우를 뚫고 내려온 일행은 왕성한 식욕을 과시한다. 막걸리를 
계속 시키는 기자를 보고 임총장이 “박모는 매주 등산을 했으면 좋겠지?” 한다. 
아무렴, 不敢請焉이나 固所願이로소이다! 

배가 좀 불러지니까 산에서는 입도 뻥긋하지 않던 사람들이 시사평론을 시작한다. 
주제는 목하 최대의 화제꺼리인 채동욱과 아들과 임여인. 조선일보가 표면에 
나섰지만 배후에는 모 정부기관이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지금 검찰과 갈등을 
빚고 있는 그 기관에서 당초에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으면 조선일보가 그렇게 
상세한 내용을 어떻게 알았겠느냐는 얘기였다. 듣고 보니 딴은 일리가 있다. 
대한민국에서 혼외 아들 하나 있다는 게 그렇게 驚天動地할 뉴스인가? 그게 
신문 1면 톱 감인가? 조선일보를 수십 년간 보고 있지만 이 사건에 관한 
그 신문의 판단과 지면 제작에 관해서는 개인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 

오늘 점심은 전정원이 쏘았다. 캐나다 달러의 환율 사정이 그렇게 좋지도 
않은데 거금을 쾌척한 그에게 감사한다. 그리고 오늘 30분이나 지각한 
김회장은 다음 번 산행 때 페널티를 내야 한다는 제안이 있었다. 회원들은 
제286회 산행 때에도 계속 無錢取食할 수 있을 것 같다. 

산행 참가자(7명): 구명회, 김택열, 박정수, 임종수(김경자), 임한석, 전정원
식사 참가자(2명): 임종홍, 한영구

[燕巢岩]

70 노인들 雨中登山이라! 이건 갓쓰고 자전거 타는 것처럼 이상한 것 아닌감?

[jspark]

보기 나름인데...사람이 고정관념을 버려야지!

[김윤기(溫齋)]

이번 산행기를 왜 오늘에서야 보게 됬을까? 폭우 속에서도 독일 병정 처럼 한치의 흐트러짐이 없이 산행을 감행한
젊음에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