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깎아놓은 사과를 멍하니 잠시만 지켜보자.
색깔이 하얀색에서 갈색으로 변해간다.
책상 위에 물방울 한방울 올려놓고 한동안 지켜보자.
물방울은 졸아들며 끝내는 사라지게 될 터이다.
방금 쓴 잉크의 글씨도 세월이 흐르면 그 빛깔이 서서히 옅어져가고 바래져간다.
설렘도 식으면 미움의 대상이되는 것이다.
뜨거운 찐빵도 잠시 후엔 식은 빵이 되는 것처럼, 이 세상에는 그 무엇도 변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다.
변화하고 모양을 바꿔가며 끝내는 한 점 바람처럼 사라지는 것이다.
영원할 것 같았던 사랑도 병든 어금니처럼 세월이 흐르면 흔들리게 되어 있다.
환경이 바뀌고 상황이 바뀌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변하는 것은 입맛만이 아니다.
느낌도 취향도 나이테 둘레가 넓어짐에 따라,
이몽룡을 그리워하던 춘향이가 변 사또와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에스프레소 한 잔을 나눌 수도 있는 것이다.
흥부를 향한 측은지심도 값싼 동정임을 알아차려 실용적인 놀부 쪽으로 기울 수도 있는 것이다.
어떤 사상도 철학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해간다.
그러므로 우리네 삶에는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고 빛과 어둠이 뒤엉키며 종교의 신앙마저 흔들릴 수 있는 것이다.
열 명의 애인이 있어도 채울 수 없고 주머니가 빵빵해도 허기질 수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은변한다.
집착하지 말 일이다.
사람이 앓는 모든병은 집착에서 비롯된다.
내가 그 누구의 것이 될 수 없듯 그 누구도 나의 것이 영원히 될 수 없을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