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글은 제자들교회 홈페이지에 그 교회 남전도회에 소속된 인남식 집사님이 쓰신 글입니다.
갈말에도 함께 나눌 만한, 하나님의 일하심이 세세하게 표현된 글이어서 올립니다.
인남식 집사님은 외교부에서 교육을 담당하시는 교수님이며 중동 쪽 외교 업무를 맡고 계시는 분입니다.
황교진 형제가 갈릴리 마을 게시판에 옮겨 놓은 것인데 아이티의 지진으로 믿어지지 않는 고통 중에도
하나님의 일하심이 세세하게 표현되어 있는 유익한 글이라 생각되어 다시 옮겼습니다.
아이티
10월말 쯤 이었습니다. 맡았던 국제회의를 마무리하고 한동안 아이들과 시간을 갖지 못한 미안함에 가족과 함께 교보문고와 광화문 광장으로 나들이를 했습니다. 길을 가다보니 광화문 네거리에서 진흙비스킷 체험 행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이티라는 나라에서는 아이들이 먹을 것이 없어 진흙을 과자모양으로 빚어 실제로 먹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 그 아이들이 먹는 흙과자를 만들며 후원하는 행사였습니다. 영이는 진흙으로 과자모양을 만들어보았고, 사람이 과연 먹을 수 있을지 의심이 가는 이런 흙과자를 먹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 자리에서는 마음이 움직여 ARS를 통해 후원을 했지만 바로 잊었습니다. 그 나라가 바로 아이티였습니다.
그 아이티에 대 재앙이 임했습니다. 많게는 20만이 죽었다고 합니다. 금세기 최대 재앙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들어오는 외신보도나 현지 대사관 전문을 유추하면 아비규환 상황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대담한 언론들은 '신이 외면한 땅', '하나님이 계시다면...' 등의 언사들을 내어놓습니다. 혹자들은 희망이 없는 지옥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현지 한국인 선교사와의 대담이 CBS 방송을 탔습니다. 현지에서 고아원을 운영하며 '사랑의 교회'를 시무하는 백삼숙 선교사님이었습니다.
(앞부분 생략)
앵 커: 만약 우리가 한국에서 백삼숙 선교사께 좀 보내고 싶다고 하면 다른 루트는 없나요?
백삼숙: 없고요. 제가 알기로는 도미니카 밖에 아직은 안 되거든요. 공항이 폐쇄된 상태여서....
앵 커: 도미니카를 통해서?
백삼숙: 도미니카에 의해서 육로로 밖에 할 수가 없어요.
앵 커: 언제쯤이면 구호품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소문들도 없습니까?
백삼숙: 없죠. 제가 주로 시테솔레이 쪽을 목회를 했었는데 그쪽 주민들이 날마다 찾아옵니다.
일단은 조금씩이라도 나눠주고는 있지만 역부족이고요.
앵 커: 앞으로 목사님,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백삼숙: 이미 저는 여기서 죽기로 결정을 했고요. 저는 여기 살 겁니다.
앵 커: 그 말씀은 떠나지 않고 계속 그 아이들, 고아들을 돌보고 계시겠다는 말씀이세요?
백삼숙: 네, 고아뿐만 아니라 제가 수호할 수 있는 정말 모든 병든 자들은 제가 치료할 수 있도록 하고요.
치료하다 죽는 한이 있어도 저는 그 계획으로 있어요.
앵 커: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이 남더라도 끝까지 치료하면서 그 곳을 지키겠다는 말씀이시군요?
백삼숙: 네.
앵 커: 알겠습니다. 목사님, 기도하겠습니다. 또 여기서 도울 수 있는 일이 없는지 더 열심히 저희들 찾아보겠습니다.
백삼숙: 관심 가져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여러 가지로 감사합니다.
"이미 저는 여기서 죽기로 결정을 했고요. 저는 여기 살겁니다"
아이티에서 뼈를 묻을 각오를 결연히 보여준 64세의 노 선교사는 하나님이 미리 보내신 분이었습니다. 고아들의 어미가 되어 아이들을 품어안고 어려움을 헤쳐나가고 계신 백선교사님을 10년전에 아이티에 보내셔서 이 어려운 때에 '남겨진 자'로 일하게 하시는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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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서기관은 제가 가장 신뢰하는 외교관입니다. 외양은 자유롭지만 중심은 하나님께 깊이 헌신된 청년입니다. 때가되어 하나님이 부르시면 언제든 외교부를 나와 신학을 할 마음을 가지고 때를 기다리는 친구입니다. 비록 입부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정 서기관으로 인해 기쁨을 얻습니다.
이 친구는 일을 몰고다니는 사람입니다. 저와 같이 근무할 때 전현직 정상 불러다 국제회의 하느라 거의 반년동안 초죽음이 되도록 일했습니다. 매일 새벽 1-2시 퇴근, 아침 6시 출근이 일상이었고 함께 밤도 부지기수로 세웠습니다. 그러나 억지로 하지 않고 그 일들 하나하나를 하나님이 직접 시키시는 일들로 받아들이던 정 서기관이었습니다.
작년 여름, 정 서기관은 뜻밖의 인사발령을 받았습니다. 영어와 스페인어에 능통한 친구였기에 유럽 혹은 중남미 강대국에서 근무하기를 희망했는데, 갑자기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발령을 받은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일도 잘하고 공을 많이 세웠는데 좀 잘사는 나라 공관으로 보내주지 않은 인사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아까운 인재를 '별로 일 없는' 공관으로 발령을 내다니요. 스페인이나 멕시코, 브라질 등의 선호공관이 아니었기에 정 서기관 본인도 좀 실망을 했고, 좋은 곳으로 보내주지 못한 저희도 여간 미안한 게 아니었습니다.
떠나는 날, 정 서기관은 "교수님 꼭 놀러오세요. 바쁘지 않은 공관이기에 제가 잘 모실께요. 휴가 내서 가족과 함께 꼭 오세요" 하고 떠났습니다. 바쁘지 않은 공관임을 강조하면서요.^^ 당시 도미니카에 정 서기관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하나님의 평안과 축복이 그 땅 온나라에 임하기를, 3년간 도미니카를 위한 제사장 역할을 정 서기관이 감당할 수 있기를 기도했었는데... 지금 아이티를 위해 하나님께서 사용하게 계십니다.
지금 3인 공관인 도미니카 공화국 대한민국 대사관은 전세계의 한국 대사관 중에 가장 바쁩니다. 바로 아이티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아이티에는 한국 대사관이 없어서 도미니카 한국 대사관에서 관할합니다. 때문에 한국에서 파견된 긴급 구호팀을 비롯, 각종 한국 NGO, 기자단 및 정부 요원들을 지원하고 현지 파견을 진두지휘해야 합니다. 아이티 수도인 포르토 프랭스 공항이 마비가 되어 국제 구호인력과 물자들은 접경한 도미니카 산토도밍고에 내려 육로로 수송중입니다. 지금 정 서기관은 하나님께서 왜 이 땅에 자신을 보냈는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300여킬로미터 떨어진 재앙의 땅을 육로로 계속 왕복하며 현지 구호팀을 조율하고 있습니다. 스페인어와 영어 통역이 가능하고, 무엇보다 '하나님의 눈길'을 가지고 기도하는 친구이기에 얼마나 맹활약을 하고 있을지 선합니다. 어제 전화통화를 잠깐 했습니다. 몸은 녹초가 되어 있겠지만, 목소리는 씩씩했습니다. 그를 통해 '버려진 땅'이라 불리우는 아이티가 소망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아이티의 역사는 고난 그 자체이더군요. 스페인이 점령하면서 원주민들을 몰살시키고 아프리카 노예들을 강제로 데려와 정착시킨 땅... 열강과 강대국의 점령, 괴뢰 정권들의 폭압적 독재와 끝없는 빈곤으로 인해 빈곤이 대물림되고 있는 땅에 믿기지 않는 고통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난 가운데 임하시는 신실하신 하나님께서 '사람들'을 보내시고 일하게 하시는 작은 증거들을 발견할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하나님의 사람들'이 이곳저곳에서 일하고 있겠지요. 그들을 통해 하나님의 도우심이 차곡차곡 쌓여나가기를 구체적으로 기도해야겠습니다. 그리고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아야겠습니다. 우리가 기도하고 손을 내미는 한, 그리고 백선교사님과 정 서기관이 거기 계신 한 아이티는 결코 '버려진 땅'이 아닐것입니다. 고통 중에 나타내실 하나님의 섭리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