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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21일 스위스 바젤 극장 / 109분 / 한글자막>
=== 프로덕션 노트 ===
슈베르트, <어느 겨울나그네>, 2022년 스위스 바젤 극장 실황
안네 소피 폰 오터(메조소프라노), 크리스티안 베주이덴호우트(포르테피아노), 크리스토프 로이(연출)
최고의 예술가들이 슈베르트의 삶을 '겨울나그네'에 빗대 구성한 새로운 음악
<겨울나그네>는 슈베르트 만년의 연가곡집이지만 <어느 겨울나그네>는 작곡자를 겨울나그네에 빗댄 새로운 구성물이다. 유럽 일급 오페라하우스와 페스티벌에서 큰 환영을 받는 실험적 연출가 크리스토프 로이가 메조소프라노 안네 소피 폰 오터,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베주이덴호우트와 협업해 구성했다. 연주는 슈베르트의 영혼 역인 폰 오터와 베주이덴호우트의 피아노가 대부분 담당하는데, <겨울나그네> 외에 연가곡 <백조의 노래>와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 그 이전의 리트들과 함께 피아노곡과 짧은 글들이 삽입된다. 젊은 시절의 슈베르트, 친구 쇼버, 그들 주변의 두 여인은 연극배우들이 맡았다. 무대는 슈베르티아데 공간을 연상시키고 수많은 의자는 피나 바우쉬의 무용극 <카페 뮐러>를 떠올리게 한다.
메조소프라노 안네 소피 폰 오터와 연출가 크리스토프 로이는 여러 해 전부터 슈베르트의 생전의 사적 콘서트 '슈베르티아드'를 함께 재현해 보자는 열망으로 만났다. 공연 형태를 개념적 기반으로 삼는다는 컨셉트를 구축했고, 학구적인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베주이덴호우트까지 가세해 <겨울나그네>뿐 아니라 슈베르트의 수많은 리트와 피아노곡을 검토하고 선정한 곡들을 프로그램에 포함시켰다. 그 결과 'A Winter Journey: Music by Franz Schubert - An Evening'이란 개념의 'Eine Winterreise'가 스위스 바젤극장에서 공연되었다.
비더마이어 시대 어느 홀의 부서진 채광창을 통해 어둠 속 어딘가에서 빛이 사라진다. 슈베르트의 성숙한 영혼을 상징하는 안네 소피 폰 오터가 오른쪽 문을 열고 들어와 생전의 슈베르트를 찾는 듯 방을 확인한다. 베주이덴호우트는 다른 유리문을 통해 들어와 조명을 켜고 겨울 코트를 벗고 슈베르트 시대의 포르테피아노 앞에 앉는다. 폰 오터는 그 곁에 앉아 슈베르트의 영혼 여행에 적합한 프리드리히 클롭슈톡의 시에 곡을 붙인 슈베르트의 젊은 날의 리트 '여름밤'으로 공연을 시작한다. 이 바젤의 슈베르티아데에서는 자유분방하고 성적 충동으로 충만한 라이프 스타일을 향유한 친구 프란츠 폰 쇼버를 중요한 연극적 인물로 병치시킨다. 쇼버는 슈베르트가 가장 좋아했지만 친구를 빈의 유곽에 데리고 다니며 매독에 걸리게 만들었고, 가장 필요한 순간에는 슈베르트 곁에 없었던 야속한 친구이기도 하다. 로이와 여러 차례 함께 작업한 배우 니콜라스 프린시스쿠스는 슈베르트의 영혼인 폰 오터가 바라보는 젊은 날의 분신이다. 이 도펠갱어(그림자)는 몽환적 내러티브로 연기하고, 쇼버 및 두 처녀 역의 연기자들과 어울려 삶의 기쁨과 사랑, 우울함을 드러내는가 하면 시끄럽게 충돌하기도 한다.
=== 작품해설 === <2009년 1월 5일 네이버캐스트>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 Die Winterreise D.911
사랑에 실패한 청년의 괴로움이 진하게 고여있는 노래
총 24개의 노래로 이루어진 [겨울 나그네]는 슈베르트의 대표적인 연가곡으로 1827년 그의 나이 30세때 작곡된 작품이다. 연가곡이란 하나의 이야기를 이루는 완결적 구성체를 가진 가곡 모음을 뜻한다.
슈베르트는 [겨울 나그네]를 작곡하기 4년 전(1823년) 같은 뮐러의 시에 곡을 붙인 연작 가곡 [아름다운 물방앗간집 아가씨]를 작곡했다. [아름다운 물방앗간집 아가씨]는 청춘의 서정과 아름다움이 듬뿍 담긴 작품이었지만 [겨울 나그네]는 음울하고 어두운 정조가 가득한 비극적인 노래이다. 슈베르트는 다가올 죽음을 예감한 듯 가난에 시달리며 고독한 삶을 살고 있었고, [겨울 나그네]를 완성한 이듬해에 가난과 병 속에서 세상을 떠났다. 연가곡 전체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사랑에 실패한 청년이 추운 겨울 연인의 집 앞에서 이별을 고하고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들판으로 방랑의 길을 떠난다. 눈과 얼음으로 가득한 추운 들판을 헤매는 청년의 마음은 죽을 것만 같은 고통과 절망 속에서 허덕이고 어느덧 까마귀, 숙소, 환상, 도깨비불, 백발과 같은 죽음에 대한 상념이 마음 속에 자리잡게 된다.
마지막으로 마을 어귀에서 라이어를 돌리고 있는 늙은 악사에게 함께 여행을 떠나자고 제안하는 장면에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이 독백과도 같은 노래는 다음과 같은 24개의 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1. 안녕히 주무세요 (Gute Nacht)
사랑을 잃은 청년은 연인의 집 문에 '안녕히 주무세요'라고 써넣고 먼 길을 떠난다. "이방인으로 왔다가 이방인으로 떠난다. 5월은 아름다웠네. 그녀는 내게 사랑을 말했고, 그녀의 어머니는 결혼을 약속했지만, 이제 세상은 슬픔으로 가득차고 길은 눈으로 덮혀 버렸네 …… 네 꿈을 깨트리지 않도록, 네 휴식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내 발자국 소리가 들리지 않게 살며시 문을 닫는다. 지나는 길에 네 집 문 앞에 ‘안녕히 주무세요’라고 적으리라. 얼마나 너를 생각하고 있었는지 언젠가는 알 수 있도록"
2. 바람개비 (풍향기, Die Wetterfahne)
짧은 곡이지만 변화가 많은 선율이 매력적이다. 바람 속 풍향계의 움직임이 청년의 방황하는 심리를 나타낸다. “내 아름다운 연인의 집 지붕에서 바람이 풍향계를 희롱한다. 나는 망상에 휩싸여 생각한다. 풍향계가 나를 비웃는 것만 같다고 ……”
3. 얼어붙은 눈물 (Gefror’ne Tränen)
소박한 피아노 반주가 돋보이는 곡으로 뜨거운 가슴에서 솟아난 눈물이 차가운 눈물로 얼어버린 슬픔을 표현한다. “볼 위로 얼어붙은 눈물이 떨어진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울고 있었다. 아, 눈물아 따뜻했던 너는 이제 차가운 아침이슬처럼 얼어붙었구나.……”
4. 얼어붙음 (Erstarrung)
자신의 죽은 마음 속에 얼어붙은 연인의 모습을 노래하고 있다. “그녀의 발자욱을 따라 눈밭을 헛되게 헤맨다. 그녀가 내 팔을 잡고 거닐었던 그 푸른 들판을……"
5. 보리수 (Der Lindenbaum)
가장 유명한 민요풍의 노래이다. 폭풍의 효과 나뭇잎의 움직임을 묘사한 피아노 반주가 돋보인다. 청년은 한밤중에 불어닥친 돌풍 속을 뚫고 거리를 떠나지만 마음은 그곳에서 맴돈다. “성문 앞 우물가에 서 있는 한 그루 보리수, 나는 그 그늘에서 꿈을 꾸었다, 갖가지 달콤한 꿈을. 나는 그 나무 밑동에 숱한 사랑의 말을 새겼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내 마음은 거기에 이끌렸다. 나는 지금도 깊은 한밤의 고요 속에 그 곁을 지나야 했다, 캄캄한 어둠 속이었으나 두 눈을 감았다……."
6. 홍수 (Wasserflut)
청년은 다가올 봄을 노래하며 봄바람이 자신의 눈물을 실어갈 것을 바란다. “넘치는 눈물은 계속 눈 위에 떨어지고 나의 불타는 슬픔은 눈에 빨려 들어간다. 초목이 돋아날 때에 따뜻한 바람이 불고 얼음이 녹고 눈도 녹으리 ……"
7. 냇물 위에서 (Auf dem Flusse)
흐르던 냇물이 딱딱하게 얼어붙은 얼음의 옷을 입고 있다. 청년은 얼어붙은 냇물 위에 연인의 이름을 새긴다. “…… 딱딱한 얼음으로 너 자신을 뒤덮은 채, 차갑게 꼼짝도 않고 강 바닥에 달라붙어 있다. 너를 덮어 버린 얼음에 날카로운 돌로 새기련다……."
8. 회고 (Rückblick)
청년은 여행을 떠났지만 마음은 과거에 머물러 연인의 눈빛을 떠올린다. 회상하는 부분에서 상냥한 선율이 나타난다. “나는 지금 거리를 빠져나가고 있지만 그 거리는 나를 맞이해 주었던 날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그때는 그녀의 눈도 빛나고 있었다. 이미 모든 것이 지나가 버린 일이다. 그렇지만 다시 한번 그녀 집 앞에서 멈춰 서 있을 수 있다면 ……."
9. 도깨비 불 (Irrlicht)
기쁨도 슬픔도 모든 것은 도깨비불의 소행으로 치부하고 길을 재촉하는 청년의 불행한 마음이 나타나 있다. “깊은 골짜기 저편에서 도깨비불이 나를 부르고 있다. 기쁨도 슬픔도, 모든 것은 도깨비불의 소행. 그러나 개의치말고 나아가자……."
10. 휴식 (Rast)
추위에 지친 청년은 아무도 살지 않는 오두막을 발견하고 휴식의 장소를 찾는다. 그러나 마음의 상처는 좀처럼 쉬지 못하고 괴로움으로 들썩인다. “몹시 지친 나는 숯 굽는 오두막에서 휴식의 장소를 찾았다. 그러나 몸은 쉬지 못하고 싸움을 계속해온 마음의 상처는 아직도 타오르듯이 욱신거린다."
11. 봄날의 꿈 (Frühlingstraum)
사랑의 회상이 노래를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비참한 현실이 꿈을 깨뜨려 버린다. “나는 꿈꾸었다, 5월에 활짝 피는 갖가지 싱그러운 꽃을. 나는 꿈꾸었다, 즐겁게 새들이 지저귀는 푸른 들판을. 이윽고 닭 울음 소리에 두 눈을 떴다. 둘레는 춥고 어둡다, 지붕 위에서는 까마귀가 울고 있었다. 허나 저 유리창에 나뭇잎을 그린 사람은 누구일까? 그는 꿈꾸던 사람을 비웃을까, 한겨울에 꽃을 본 그 사람을? 나는 꿈꾸었다, 오직 사랑만을, 아름다운 소녀를, 뜨거운 마음과 입맞춤을, 기쁨과 행복을 ……."
12. 고독 (Einsamkeit)
무거운 다리를 끌며 들판을 걸어가는 청년의 마음이 나타난 노래다. “전나무 가지 끝에 부드러운 미풍이 스치면, 맑은 하늘에 음울한 구름이 지나간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내 길을 간다, 밝고 행복한 세상 삶을 스치고 지나 외롭게 누구 하나 반기는 이 없이. 아, 이 고요한 대기여, 밝은 세상이여! 태풍이 휘몰아칠 때도 이렇게 비참하지는않았다."
13. 우편마차 (Die Post)
길거리에서 우편마차의 나팔소리가 들려온다. 우편마차 소리에 청년의 가슴은 울렁거리지만 연인의 편지가 올리는 없다는 자조섞인 한탄이 슬픔과 뒤섞인다. “길 거리에서 우편마차의 나팔 소리가 울려 온다, 어째서 이다지도 설레는가, 내 가슴이여? 우편마차는 너에게 편지 따위를 가져오지 않는다, 어째서 까닭없이 두근거리는가, 내 가슴이여? 그래, 우편마차는 그 거리에서 왔다, 내 사랑하는 이가 사는 곳, 내 가슴이여! 우편마차를 한번 보고 싶은가, 그곳 사정을 듣고 싶은가, 내 가슴이여!"
14. 백발 (Der greise Kopf)
머리에 내려 얼어붙어 서리를 보고 백발을 떠올린 청년은 젊음과 죽음에 대해서 생각한다. 머리에 하얗게 내려앉은 서리를 보며 노인이 되었다고 좋아하지만, 죽음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은 것에 괴로워한다. “서리가 내 머리에 흠뻑 내려 백발을 만들었다, 나는 노인이 되었다고 얼마나 기뻐했던가. 허나 어느덧 다 녹아 버리고 본래의 검은 머리로 돌아왔다. 젊음이 나를 괴롭힌다, 아직 무덤까지는 얼마나 먼가! ……"
15. 까마귀 (Die Krähe)
머리 위를 날아다니는 까마귀는 청년의 음울한 운명을 상징한다. 청년은 까마귀에게 무덤까지 나를 따라와 달라고 노래한다. “그 거리를 떠날 때부터 줄곧 한 마리 까마귀가 나를 따라온다. 언제나 떠나지 않고 내 머리 위를 맴돌고 있다. 까마귀여, 괴이한 까마귀여, 나를 놓아주고 싶지 않은가? …… 까마귀여, 끝까지 따라와 내 마지막 날 무덤에서 너를 보게 해다오."
16. 마지막 희망 (Letzte Hoffnung)
극적인 고조가 돋보이는 노래로서 낙엽을 묘사하는 피아노 반주가 절묘하다. 청년은 땅에 떨어진 나뭇잎에 자신의 고독한 마음을 투영하고 있다. “여기저기 나뭇가지에 단풍 든 잎이 남아 있다. 나무 앞에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나는 희망을 걸고 잎사귀 하나를 지켜본다. …… 아, 그 잎이 땅 위에 낙엽지면 내 희망도 따라 떨어진다. 나 또한 대지에 몸을 던져 희망의 무덤에서 운다."
17. 마을에서 (Im Dorfe)
개가 짖는 마을을 지나가는 청년의 고독한 모습에 적막함이 감돈다. “개가 짖고 사슬이 울린다. 사람들은 모두 잠자리에 든 채, 평소 지니지 못한 갖가지 것을 꿈꾼 뒤, 좋건 싫건 원기를 되찾는다. 다음날 아침이면 모두 사라진다. 이제 그들은 분수껏 즐기고 나머지 소망은 잠자리 속에서 찾기 바란다. 잠 이룰 줄 모르는 개여, 나를 짖어 내쫓으라! 이 잠의 시간에 나를 쉬지 못하게 해다오. 온갖 꿈을 다 꾸어 본 내가 잠든 사람들 틈에서 무슨 볼일이 있겠는가?"
18. 폭풍의 아침 (Der stürmische Morgen)
폭풍이 몰아치는 아침의 을씨년스러운 풍경이 청년의 마음을 대변한다. “폭풍이 부숴버린 하늘의 회색빛 구름 조각. 구름 조각은 처절한 사투에 지쳐 하늘에 흩날리네. 붉은 번개불이 그 사이로 번쩍이고, 이것은 내 가슴 속에 있는 소용돌이치는 아침과도 같다."
19. 환상 (Täuschung)
현실에 대한 절망이 환상을 불러낸다. 빛의 환상을 따라가던 청년은 그곳에 연인의 집이 있음을 본다. “친숙한 한 줄기 빛이 내 앞에서 춤을 춘다. 그 빛을 여기저기 뒤쫓는다. …… 얼음과 밤과 공포 저편에 즐겁고 따뜻한 집을 보여준다. 거기 사랑하는 사람이 살고 있다 – 거짓 환상만이 내 유일한 차지이다!"
20. 푯말 (Der wegweiser)
발걸음을 나타내는 피아노 반주가 인상적이다. 이정표를 보며 길가에 서있는 청년은 정처없이 가야만 하는 자신의 결심을 드러낸다. “어째서 나는 다른 나그네들이 택하는 길을 피해, 눈 덮인 바위 산의 은밀한 오솔길을 찾는가? …… 푯말이 거리의 방향을 가리키며 길가에 서있다. 그리고 나는 끝없이 방황을 계속한다. 휴식처를 찾아 쉴 사이 없이. 문득 내 눈앞에 꼿꼿이 서 있는 푯말을 하나 본다. 거기 내가 가야할 길이 있다, 누구 하나 돌아온 사람이 없는 그 길이……."
21. 숙소 (Das Wirthaus)
길을 걷던 청년은 무덤을 발견하고 그것을 자신의 숙소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무덤이라는 숙소에조차 자신이 쉴 곳이 없다는 것을 알고 조용히 탄식한다. “길이 나를 무덤으로 이끌어 갔다. 여기 머물러야 겠다고 홀로 마음 속에 생각했다. 초록빛 조화는 지친 나그네를 차가운 여관으로 인도하는 간판인 셈이다. 허나 나는 지쳐 쓰러져 죽을 지경이건만, 이 여관에는 남은 방이 없단 말인가? 오 무정한 주인이여, 나를 거절하는가? 그럼 다시 길을 떠나야지, 나를 더욱 멀리 이끌고 가 다오, 충직한 내 지팡이여!"
22. 용기 (Mut!)
청년은 살아갈 기력을 잃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나, 곡의 장조와 단조의 교체가 마음의 불안을 드러내고 만다. “나는 쉬려고 묘지에 당도했다. 그러나 이 곳의 방도 다 찼다고 한다. 무정한 숙소여, 그러면 충실한 지팡이에 몸을 맡기고 앞으로 더 나아가자. …… 온갖 비바람에 맞서리라! 이 땅 위에 하느님이 계시지 않다면, 우리 자신이 하느님이 되어야지.”
23. 환영의 태양 (Die Nebensonnen)
3개의 태양을 두고 가라앉으라고 말하는 청년은 이상한 분위기에 휩싸인다. “하늘에 3개의 태양을 오랫동안 지긋이 바라 보았네. 그러자 그들도 역날 떠나지 않으려는 듯이 나를 쳐다보며 서있었네. 너희는 나의 태양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얼굴이나 비춰 주려무나. 얼마 전까지 나도 세 개의 태양을 지니고 있었다, 가장 좋은 두 개는 이미 저물어 버렸다. 저 세 번째 태양마저 뒤따라 사라져 준다면! 차라리 어둠 속이 내게는 훨씬 편하련만 …… .”
24. 거리의 악사 (Der Leiermann)
변두리에 서있는 거리의 늙은 악사가 손풍금을 돌리는 모습을 본다. 청년은 노인에게 비슷한 처지의 동질감을 느낀다. 자신과 함께 여행을 떠나자고 말을 건넨다. 악사의 쓸쓸한 모습과 청년의 고독이 속절없는 슬픔을 절망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마을 저편 어귀에 손풍금을 켜는 사람이 서 있다. 얼음 위를 맨발로 이곳저곳 비틀거리며 찾아다니고 있으나, 그의 작은 접시는 빈 채로 있다. 누구 하나 들으려 하지 않고, 어느 누구도 눈여겨 보지 않는다. …… 노인이여, 저와 함께 가시지 않겠습니까? 제 노래에 맞추어 손풍금을 연주해 주지 않겠습니까?”
추천 음반
베이스 한스 호터(1954, EMI)의 노래는 육중한 목소리와 귀족적인 기품으로 겨울 나그네의 애잔한 발걸음을 그려낸 명연입니다.
가곡 연주에 큰 업적을 남긴 피셔-디스카우(1971, DG)는 언어-음악이 하나가 되는 예술의 높은 경지를 선보였습니다.
프레가르디엥(1996, Teldec)의 1996년 녹음은 포르테피아노와 함께 한편의 극적인 모노드라마를 펼쳐냅니다.
바리톤 괴르네의 노래(1996, Hyperion)는 깊고 낮은 음색으로 심원한 고독을 정적으로 그려냈습니다.
이외 이언 보스트리지(2004, EMI) 음반도 훌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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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24곡 가사 === <아름다운 독일 연가곡 / 피종호> 103 ~ 165쪽>
1. 밤 인사
낯선 이로 찾아 왔다가 / 낯선 이로 다시 떠나네.
오월은 많은 꽃다발로 / 나를 반겨주었지.
소녀는 사랑에 대해 말하고, / 그 어머니는 결혼까지 얘기했는데,
지금은 온 세상이 우울하고, / 깊은 눈에 덮여 있네.
길 떠나야 할 시간을 / 내가 선택할 수는 없네.
나 스스로 이 어둠 속에서 / 갈 길을 찾아야 하네.
달 그림자만 홀로 / 나의 친구 되어 따르고,
하얀 풀밭 위에서 / 나는 짐승의 발자국을 찾네.
더 오래 여기 머물렀다가 / 쫓겨날 이유가 있을까?
주인집 앞에서 법석대는 / 개들아 실컷 짖으려므나.
사랑은 방랑을 좋아하니, / 그것은 하나님의 뜻이지.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 어여쁜 내 사랑, 잘 자오!
꿈꾸는 그대를 방해하지 않겠소. / 평온함을 깨트리지는 않았으면.
내 발소리 들리지 않게 / 조용히, 조용히 문을 닫아요!
지나가며 그대의 문에 / 써놓으리다, '잘 자요'라고.
그러면 그대도 알겠지요 / 내가 그대를 생각했음을.
2. 풍향계
바람이 풍향계에 솔솔 부네, / 어여쁜 내 사랑의 집 위에서.
망상에 빠져서 나는 생각했지, / 가련한 도망자를 야유하는 소리라고.
그는 진작 알았어야 했으리, / 저 집에 꽂혀 있는 표지를.
그랬다면 그 집에서 진실한 여인을 / 찾으려 하지 않았을 텐데.
바람은 마음 속에서 불고 있네, / 지붕 위에서처럼, 소리만 없을 뿐.
어찌 그들은 내 고통에 대해 묻나? / 그들의 자식은 화려한 신부가 되었는데.
3. 얼어붙은 눈물
얼어붙은 눈물방울 / 뺨을 타고 흐르네.
이렇게 울었던 것을 / 나 도대체 알지 못했던가?
아 눈물, 나의 눈물아, / 그리도 온화하기에
차가운 아침 이슬처럼 / 얼음으로 굳어버렸나?
하지만 가슴샘에서 / 계속 뜨겁게 솟는구나,
한겨울의 얼음을 / 모두 녹여버릴 것처럼.
4.동결
눈 속에서 나 헛되이 찾았네 / 그녀 발자국의 흔적을.
그녀가 내 팔에 안겨 / 거닐던 푸른 풀밭에서.
나 땅바닥에 입맞추며, / 뜨거운 내 눈물로
얼음과 눈을 녹여 뚫으리, / 흙이 보일 때까지.
어디서 꽃을 볼까, / 어디서 푸른 물을 볼까?
꽃들은 이미 죽었고 / 풀밭은 저렇게 창백하게 보이는데.
도대체 이 곳에서는 / 그 어떤 기억도 할 수 없단 말인가?
나의 고통이 잠잠해지면 / 누가 그녀에 대해 말해줄까?
내 마음은 죽은 것과 다름없고, / 마음속의 그녀 모습 차갑게 얼어붙었네.
내 마음이 다시 녹아 내릴 때, / 그녀의 모습도 흘러가 버리겠지.
5. 보리수
성문 앞 우물가에 / 보리수 한 그루 서 있네.
나 그 나무 그늘에서 / 수많은 단꿈을 꾸었네.
나는 껍질에 새겼지 / 수많은 사랑의 말들을.
기쁠 때나 슬플 때나 / 그 말들이 나를 그리 이끌었네.
나 오늘도 그 나무 곁을 / 지나쳐야 했네, 이 깊은 밤에.
어둠 속에서 나는 / 두 눈을 꼭 감았네.
나뭇가지들은 속삭였네, / 마치 나를 부르듯이.
내게로 오라 친구여, / 여기서 그대 안식을 찾으리!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 내 얼굴을 세차게 스치네.
모자가 날아갔지만 / 나 돌아보지 않았네.
이제 나 그 곳에서 멀어진 지 / 많은 시간 지났지만,
그 속삭임은 계속 들리네, / 그대 여기서 안식을 찾으라고!
6. 넘쳐 흐르는 눈물
내 눈에서 쏟아진 눈물 / 눈 위에 떨어졌네.
차가운 눈송이는 목마른 듯 / 그 뜨거운 아픔을 마셔버리네.
풀밭에 싹이 움틀 때면, / 온화한 바람이 불어오고,
얼음은 조각나 흩어지고 / 부드러운 눈도 녹아 흐르지.
눈아, 너는 나의 그리움 알지, / 말해다오, 너 어디로 가는지?
내 흘린 눈물만 따라가면 / 냇물이 곧 너를 맞아주리라.
냇물과 함께 도시를 가로질러, / 활기차게 거리를 이리저리 지나다가
내 눈물이 달아오름을 그대 느끼면, / 거기가 내 사랑의 집이리.\
7. 물가에서
그리도 즐겁게 흐르던 / 너, 맑고 힘찬 냇물아,
어찌 그렇게 조용해졌나, / 작별의 인사도 없구나!
단단하고 딱딱한 / 나무껍질을 덮어쓴 채,
너 차갑게 꼼짝도 않고 / 모래에 누워있구나.
나 뾰족한 돌로 / 네 껍질에 새겨 넣으리,
내 사랑의 이름을, / 그리고 시간과 날들을.
처음 인사했던 날, / 내가 떠났던 날.
이름과 숫자 주위는 / 부서진 고리로 에워싸리라.
내 마음아, 이 냇물에서 / 이제 너 네 모습 알아보겠지?
그 나무껍질 밑에서는 / 세찬 물살이 흐르지 않니?
8. 회상
내 발 밑이 불타는 듯하네, / 얼음과 눈을 밟고 있는 데도.
시내의 탑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 나 다시 숨을 돌리지 않으리라.
발부리에 돌을 채이며 / 그렇게 서둘러 그 도시를 떠났네.
까마귀들은 이집 저집 지붕에서 / 눈 뭉치와 싸락눈을 내 모자로 던졌네.
그렇게 달리 나를맞이하다니, / 너 변덕스런 도시여!
빛나는 네 창가마다 / 종달새와 꾀꼬리가 다투어 노래했는데.
둥그런 보수리수에는 꽃이 피고 / 맑은 냇물들은 밝게 속삭이고,
아, 소녀의 두 눈이 타올랐었지! / 친구여, 그것은 다만 지난 일일 뿐!
그 날이 내게 생각나면, / 다시 한 번 돌이켜 보고 싶구나.
비틀거리며 되돌아가서 / 그녀의 집 앞에 조용히 서 있고 싶어라.
9. 도깨비불
깊은 바위 골짜기로 / 도깨비불이 나를 유인했네
빠져나갈 길 찾기는 / 나 그리 어렵지 않으리
헤매는 것에는 이미 익숙하니, / 어디로 가든 결국 목적지에 이르리.
우리의 기쁨, 우리의 슬픔, / 모두가 도깨비불 장난 같은 것
말라붙은 계곡을 더듬으며 / 나는 태연하게 내려갔네.
모든 강이 흘러 바다로 가듯이, / 모든 고통도 무덤에 닿으리라.
10. 휴식
나 쉬려고 누워 보니, / 얼마나 피곤한지 이제야 알겠네.
걸을 땐 나 즐거웠네, / 아무리 험한 길이라도.
멈추면 너무도 추웠기에 / 다리는 쉬어가자 청하지도 못했네.
폭풍이 계속 등을 밀어 주었기에 / 힘들지 않게 앞으로 나갔네.
숯쟁이의 좁은 집에서 / 나 쉴 곳을 찾았네.
하지만 사지는 편하지 않았네, / 온몸의 상처가 쑤셔대었네.
나의 마음아, 투쟁과 폭풍 속에서 / 너 그토록 거칠고 대담하더니,
정적 속에서 비로소 느끼는구나, / 사납게 찔러대며 움직이는 고뇌를.
11. 봄의 꿈
화사한 꽃들을 나 꿈꾸었네, / 오월에 피는 꽃들을.
푸르른 풀밭을 나 꿈꾸었네, / 즐거운 새들의 노래도.
닭의 홰치는 소리에 / 나의 눈은 깨어났고,
사방은 춥고 캄캄한데 / 지붕에서 까마귀 울음소리.
그런데 저 유리창에 / 누가 잎새를 그려놓았나?
너희는 한겨울에 꽃을 본 / 이 몽상가를 비웃고 있나?
나 사랑을 꿈꾸었네, / 아름다운 아가씨를,
서로의 마음과 입맞춤을, / 환희와 행복을 꿈꾸었네.
닭의 홰치는 소리에 / 내 마음은 깨어났고,
이제 나 홀로 여기앉아 / 그 꿈을 생각하네.
나 두 눈을 다시 감으니, / 가슴은 따스하게 두근거리네.
창문의 잎새들은 언제나 푸르러질까? / 나 언제나 내 사람을 품에 안을까?
12. 고독
전나무 꼭대기에 / 엷은 바람이 불 때,
음산한 구름 하나가 / 맑은 하늘을 지나가듯이,
그렇게 나의 길을 가고 있네, / 무거운 발걸음으로
밝고 즐거운 세상을 지나, / 아는 이도 없이 외로이.
아, 바람은 참 잔잔하구나! / 아, 세상은 참 밝기도 해라!
거센 비바람이 몰아칠 때도 / 나 이렇게 가련하진 않았는데.
13. 우편마차
길에서 우편마차 나팔 울려오는데 / 왜 너는 이토록 두근거리고 있나? / 내 마음아.
그 마차 네게 편지 전해줄 리 없는데, / 왜 너는 이상하게 설레고 있나? / 내 마음아.
그래, 저 우편마차 시내에서 오는 거야, / 내가 사랑했던 님 있던 곳에서! / 내 마음아.
너도 가서 한 번 건네다보고 / 그 곳이 어떤지 묻고 싶은 거지? / 내 마음아.
14. 백발
서리가 머리로 내려 / 흰빛을 뿌려놓았네.
어느새 백발이 된 줄 알고 / 나 몹시 기뻐했는데.
그러나 그 서리 곧 녹아버리자, / 내 머리 다시 검게 되었네.
나 젊음에 소름끼쳤네, / 관에 들어갈 날 아직 멀구나!
황혼녘에서 동 틀 때까지 / 백발이 되는 사람도 많다는데,
누가 믿을까? 이 긴 여행중에도 / 나 늙질 않으니!
15. 까마귀
까마귀 한 마리 나와 더불어 / 도시에서 나왔는데,
오늘까지 끊임없이 / 내 머리 위에서 날고 있네.
까마귀야, 이상한 새야, / 나를 떠나지 않으려나?
머지 않아서 나의 몸을 / 먹이로 가져가려고 그러니?
그래, 얼마 남지 않은 길이네, / 방랑의 지팡이를 짚고 가는 길이.
까마귀야, 무덤에 이를 때까지 / 너의 성실을 보여다오.
16. 마지막 희망
여기저기 나무들마다 / 물든 잎새들 많이 보이고,
나는 종종 생각에 잠겨서 / 나무들 앞에 서 있네.
잎새 하나를 바라보며 / 거기에 내 희망을 걸어보네.
바람이 나의 잎새를 건드리면 / 말할 수 없이 내 가슴 떨리네.
아, 결국 그 잎새 땅에 떨어지고, / 내 희망도 함께 떨어지네,
나도 땅에 쓰러져 흐느끼네, / 내 희망의 무덤 위에서.
17. 마을에서
개들이 짖네, 사슬이 찰랑거리네.
침대에서 자는 사람들은
그들이 갖지 못한 많은 것들을 꿈꾸면서,
좋은 일 나쁜 일에서 원기를 얻으나
내일 아침이면 모든 것은 사라져버리리.
그러면, 자기 몫을 즐긴 사람들은
갖지 못한 것을 베개에서 다시 찾기를 바라네.
나를 향해 계속 짖어라, 깨어 있는 개들아.
잠잘 시간에도 나를 쉬게 하지 말아라!
나에겐 더 이상 꿀 꿈이 없으니
자는 이들 사이에서 왜 서성거리랴?
18. 폭풍의 아침
하늘의 잿빛 옷을 / 갈갈이 찢는 저 폭풍!
구름 조각들은 힘없이 씨름하다 / 주위로 흩어지네.
그리고 붉은 불꽃들이 / 구름 사이로 번쩍이네.
내 마음에 따라 나 / 이것을 아침이라 부르리!
내 마음은 하늘에 그려진 / 자신의 모습을 보는데,
그것은 바로 겨울이네, / 춥고 사나운 겨울!
19. 환상
한줄기 빛 내 앞에서 정답게 춤추니,
나는 이리저리 그 빛을 따라가네.
나 즐겁게 따르면서 그 빛을 보네,
방랑자를 유혹하는 그 빛을.
아, 나처럼 비참한 사람은 기꺼이
현란한 기만에 자신을 맡긴다네.
얼음과 밤, 공포 너머에 있는
밝고 따뜻한 집을 보여주고,
그 안에 사랑스런 여인도 보여주는
환상만을 내가 지닐 수 있네!
20. 이정표
다른 방랑자들 다니는 길을 / 왜 나는 피해서 가는지,
눈이 쌓인 바위 언덕에서 / 숨겨진 오솔길을 찾고 있나?
사람들을 꺼려야 할 일 / 나 저지른 적 없건만
어리석은 욕구에 이끌려 / 나 황무지로 가는 것일까?
길가에 선 이정표는 / 도시로 가는 방향 가리키는데,
나는 한없이 쉬지 않고, / 안식을 찾아 걷고 있네.
나 이정표 하나 굳건히 / 앞에 놓여있음을 보니,
내가 가야 할 길은 / 아무도 돌아온 적 없는 길이네.
21. 여인숙
길을 따라 가다보니 / 나 묘지에 다다랐네.
바로 여기서 하룻밤 / 묵고 가리라 생각했네.
푸르른 장례 화환 / 너희가 아마도 표지겠지.
피곤한 나그네들을 / 시원한 여인숙으로 맞이하네.
그런데 이 집에는 / 방들이 모두 찼다고?
나는 지쳐 쓰러질 것 같고, / 죽도록 심하게 다쳤는데.
오 무정한 여인숙, / 나를 거절한단 말인가?
그렇다면 가자, 계속 가자꾸나, / 충실한 나의 지팡이여!
22. 용기
눈송이가 얼굴로 날리면 / 나 툭툭 털어 버리네.
내 마음이 말을 걸면 / 밝고 즐겁게 노래하리라.
마음이 하는 말 듣지 않겠네, / 나 관심 두지 않으리.
마음의 탄식 느끼지 않겠네, / 탄식은 바보나 하는 짓.
즐겁게 세상 속으로 들어가리라, / 바람과 날씨에 맞서면서!
만일 지상에 신이 없다면 / 우리들 자신이 신이라네!
23. 환상의 태양
하늘에 뜬 세 개의 태양을 보았네,
한참 동안 뚫어지게 바라보았네.
그들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네,
마치 나를 떠나지 않으려는 듯이.
아, 너희는 나의 태양이 아니야!
다른 사람들의 얼굴을 바라보렴!
그래, 얼마 전 내게도 태양이 셋 있었지.
그 중 멋진 둘은 이제 져버렸다네.
세 번째 태양도 따라 지면 좋으리!
차라리 어둠 속에서 더 편안할 텐데.
24. 거리의 악사
마을 뒤 저편에 / 거리의 악사 서있네.
굳은 손가락으로 / 온 정성 다해 연주하네.
얼음 바닥에 맨발로 / 이리저리 비틀거려도,
그의 작은 접시는 / 항상 비어 있네.
아무도 그를 들으려 하지 않고 / 아무도 그를 쳐다보지 않네.
개들이 그 노인을 맴돌며 / 으르렁거리고 있네.
어떻게 해도 그는 / 상관하지 않고
연주만 하네, 그의 악기는 / 결코 멈추지 않네.
기이한 노인이여, / 나 그대와 함께 가리까?
나의 노래에 맞춰 / 그대의 현을 켜주시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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