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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회(URI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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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시, 낭송시 스크랩 ‘우리詩’ 12월호와 호랑가시꽃
홍해리洪海里 추천 0 조회 92 08.12.04 10:36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유난히 따뜻한 12월 2일에 ‘우리詩’ 12월호(통권 제246호)가 배달되었다. 속표지에 실린 임보 선생의 시 ‘나를 망친 여자’가 뜨겁다. 권두시론은 이생진 선생의 ‘시와 나 사이’, 우리詩 칼럼은 황정산의 ‘(1) 누구를 위한 문학상인가?’와 김금용의 ‘(2) 시는, 내 마지막 희망이고 그래서 절망이다.’이다.  이 시 나는 이렇게 썼다는 고미숙의 ‘부부라는 인연의 시 3편’이다.


 ‘이달의 우리시단’을 보면, 박희진 ‘세계의 오지, 라다크 노파 외 1편’, 고창수 ‘시론 7’ 외 1편, 홍해리 ‘우리나라 좋은 나라’ 외1편, 김동호 ‘사랑은 동시’ 외 1편, 김옥중 ‘치자꽃 향기’ 외1편, 황도제 ‘행로’ 외1편, 전길자 ‘가을 앓이’ 외 1편, 임동윤 ‘비어 있다’ 외 1편, 윤준경 쓰레기를 먹다 외 1편, 문희숙 ‘하얀 날과 부엉이와’ 외 1편, 윤석주 ‘어느 날 , 가을비가’ 외 1편이다

 

 복효근의 ‘우리詩가 선정한 좋은 시(20)’에는 문인수 ‘촛불들’, 오창렬 ‘봄’, 정성수 ‘꽃에 대한 보고’, 김규성 ‘망둥어 국’, 김종미 ‘고양이 사랑’, 박영원 ‘장수 비결’ 등 6편이다. ‘2천년대 등단시인 신작 특집’에는 한옥순 ‘낮달’, 홍예영 ‘달팽이는 지금’, 강동수 ‘뜨거운 시’, 신덕룡 ‘바닥이 들썩여’, 허옥랑 ‘눈이 내리면’, 박은우 ‘이명’, 최정란 ‘헨젤의 바위구절초’, 심은섭 ‘세수’, 김경성 ‘우리가 사원이 될 수 있다면’ 김연성 ‘망개나무의 노래’, 최윤경 ‘단풍’ 조성례 ‘거미’, 하명환 ‘베란다 달빛에서’, 이은환 ‘맨발들’, 최인걸 ‘은행과 은행 사이’, 황영진 ‘어느 크리스마스 장식’외 1편씩을 실었다.


 우리詩 월평에는 황정산 교수의 ‘시와 키치’로 이명수의 ‘몽유도’, 길상홍의 ‘목욕’, 문인수의 ‘고구마’, 이대흠의 ‘비 그친 사이’, 고성만의 ‘슬어’, 김산의 ‘삵’을 다루었다. 영미시 산책에는 D. H. Lawrence의 ‘Self-pity’(로렌스의 ‘자기 연민’)를 백정국 교수의 해설로 실었다. 사진은 지금 한창 우리 학교 앞 밭에서 향기를 내뿜고 있는 무늬호랑가시나무 꽃이다.

 


♧ 나를 망친 여자 - 임보


나로 하여금

이 망망한 세상의 짐을  지게 하고

내 생의 일거수일투족에

평생 매달려 감시타가

이승을 떠나서도

내 멱살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

나를 망친 한 여자,

아, 그립고 그리운 내 어머니여

 

 

♧ 비백飛白 - 洪海里


그의 글씨를 보면

폭포가 쏟아진다

물소리가 푸르다


언제 터질지 모를

불발탄이 숨겨져 있다

한켠 텅 빈 공간

마음이 비워지고

바람소리 들린다

펑! 터지는 폭발소리에

멈칫 눈길이 멎자

하얀 눈길이 펼쳐진다

날아가던 새들도

행렬을 바꾸어

끼룩대면서

글씨 속에 묻히고 만다

길을 잃은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한 구석에

보일 듯 말 듯

뒷짐 지고 서 있던

그가 화선지에서 걸어 나온다.

 


♧ 날아간 새 - 고미숙


품에서 날아간 새 화살이 되어 돌아와 그녀를 명중시킨다


가슴 움켜쥐고 어금니로 깨문 통증이 흘러나온다

그 그늘에 자라는 어린나무가 뿌리째 흔들린다


알코올로 통증을 마비시켜 노래하던 날들

그런 밤도 얼기설기 쌓아놓은 방파제와도 같아 끝내 봇물 터지고


심장에 박힌 화살촉에서부터 울려 퍼지는 고통이

살갗을 뚫고 두드러기처럼 꽃눈 틔운다, 활활 타오르다 송두리째 떨어진다


여자가 제 살에서 떨어지는 꽃을 품고 노을 속으로 날아간다


어찌 그녀라고 내면에 수련 한 송이 띄우고 싶지 않았겠는가

 


♧ 뜨거운 시詩 - 강동수


쫄깃한 면발이 그리워

점심으로 라면을 끓인다

뜨거운 냄비를 받치려 책장에 꽂힌

시집詩集을 꺼내는 아내

라면에 눌린 시집에서

덜 영글었던 시어詩語들이

모락모락 익어가고

빈속을 뜨거움으로 채워갈 즈음

냄비에 눌린 시어들이 타들어가는 소리

못내 미안한 마음에

뜨겁게 달구어진 시집을  읽어 내리면

미처 보지 못했던 시인의 가난한 영혼이

화상火傷처럼 내 마음에 박힌다

부엌에서 달그락 그리며

냄비를 빠는 아내

그녀는 모른다

뜨거운 시어詩語들이 살아나려는 몸짓을

제 속을 태워야 한줄 시가 되는

시인의 가난한 마음을

 


♧ 사랑은 동사動詞 - 김동호


그것은

영혼의 호흡 같은 것


주고받는 물건이 아니다


준 만큼

받겠다고 악을 쓰는 사람들

TV 드라마에서 볼 때마다

안 봤지만 끝장 보는 것 같다


자신을 위한다 위한다 하면서

평생 자신을 들볶다 가는 사람들


죽은 뒤에 보면

흔히 퍼렇게 멍들어 있다


 

♧ 망둥어 국 - 김규성


여든여덟 어머니가 끓여주신 망둥어 국을 먹는다

평소 간간하던 간이 영 싱겁다

짠 것은 내 혈압에 해롭다는 지나친 염려 탓이시다

그런데 아무래도 통 몸통이 보이지 않는다

살점은 손자들 다 주고,

엊그제 큰아들 떠나 하나뿐인 아들에게

설마 뼈다귀만 일부러 골라 먹이실 턱은 없는데,

아, 가뜩이나 어두운 눈에 전기를 아끼느라고

컴컴한 부엌에서 급히 큰 놈을 고르다보니

애먼 대가리만 눈에 밟히셨구나

기막힌 어두일미(魚頭一味)

골라낸 것들을 다시 천천히 발라먹는다

눈물이 한 방울 뚝 떨어져 마침 간을 맞춰준다

 

 

♬ 분위기 있는 올드 팝송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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