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행능행(難行能行)하면 존중여불(尊重如佛)
반야심경을 여러분이 아침 저녁으로 읽으니까 별로 귀중하게 여기지 않고 그냥 형식이 읽는데, 반야심경이 얼마나 진리가 오묘하고 깊고 큽니까?
반야심경이 세상에 없는 어느 곳에, 선지식이 반야심경의 진리를 설해준다면, 거기에 가다 수천 번 몸이 떨어져 죽는 한이 있더라도 그 법을 들어야 되겠다는 확고한 신심의 일념으로 그 어려운 행을 능히 행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마음이 없으면 소용이 없는 거라. 귀 밖으로 흘러가고 아무 깨달음이 오질 않아요. 절대로 올 수가 없는데요. 나는 그걸 분명히 확신해요. 나는 행자때부터 그리 했거든. 난 행자때부터 아주 참 대단히 모진 스님을 만나가지고 말이죠. 이유불문이라.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지금 그 생각과 자존심 가지고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해요. 그 자기 자존심, 자기 생각, 그걸 버려야 해요. 그래야만 앞으로 일보 나갈 수 있어요.
난행능행(難行能行)하면 존중여불(尊重如佛)이요,
자락능사(自樂能捨)하면 신경여성 信敬如聖)이라.
어려운 행을 능히 행하면 부처님 같이 존경을 받고,
스스로 즐거움을 능히 버릴 줄 알면 성인과 같이 공경을 받느니라.
내가 해인사 있을 때 고암스님이 그때 방장을 하셨는데, 차공양을 하는 중에 어느 수좌가 묻길,
"방장님 제가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는 앉아 있으면 화두는 하나도 안 되고 여자 생각이 나서 도저히 공부를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고암스님이 왈,
"아 그거 참 좋네."
"예? 뭐가 좋습니까?"
"자네가 그게 없으면 죽은 물건이어서 공부도 안 되네. 그건 폐인일세. 근데 그 마음을 화두 일념으로 돌리면 일사천리로 나가네. 그게 중요한 때지. 일사천리로 밀고 나가네.”
자락(自樂)이라는 게 오욕락을 말하는 데, 오욕락을 능히 버릴 줄 알면 성인처럼 공경받는다(自樂能捨 信敬如聖)는 거예요.
그러니까, 선방에 앉아 화두 들고 공부를 해도 망상이 나서 망상에 끄달려 나가는데, 하물며 이 문중에서 공부 안 하고 사판으로 주지나 하고 행정이나 하고 일하는 스님들이 먹물옷 입었다 뿐이지 속세 사람이나 생각이 똑같아요. 공부를 안 하기 때문에. 그래서 우리는 수행을 해야 된다는 겁니다. 난행(難行)을 능행(能行)하고 자락(自樂)을 능사(能捨)하는 그런 뼈아픈 수행을 통해서만이 자기를 변화시킵니다.
그리 하는 데 혼자 해서 되느냐? 혼자 10년 백년 앉아 해봐도 되는 게 아닙니다. 반드시 대중생활과 선지식이 있는데 살아야지, 선지식이 없는데 사는 건 아무리 해도 그 자리고 그 장단이라.
또 공부하다가 한 생각이 돌아서 뭐가 알아졌다 그런 사람들도 많은데, 그게 바로 알아졌는지 거꾸로 알았는지 본인은 몰라요. 그거를 바로 점검해 주는 분이 선지식이라요. 그래서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게끔 이끌어준다는 거라요.
그래서 과거에 모든 선지식이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서는 내가 무슨 짓을 못 하겠느냐? 또, 한 집안 가족이 먹을 게 없어 굶어 죽으려 할 때 가장이 그 가족을 먹여 살리려면 무슨 짓을 못 하겠느냐? 선지식은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서는 어떤 행동으로 무슨 방법으로 어떤 방편으로든 간에 다 한다는 겁니다.
달마스님이 혜가스님한테 그럽니다.
"어찌 작은 공덕과 작은 지혜, 가벼운 마음, 자만하는 마음, 진실치 못한 그런 걸 가지고 와서 네가 뭘 해보겠다고? 어림없다."
신광이 달마대사의 가르침을 듣고는 몰래 마음속으로 깊이 생각한 게, '내가 이래서는 안 되겠구나' 하고 날카로운 단도칼을 꺼내들고 스스로 왼쪽 팔을 탁 쳐서 끊어버렸는데, 이 부분이 참 중요한 부분인데, 어찌 신광한테만 해당되는 일이겠습니까? 오늘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다 마찬가지입니다. 이와 같이 한다면 세상살이에 어려운 게 없다 합니다. 세상에 사는 여러분이 세상살이가 맨날 어렵다 어렵다 하지 마세요. 세상살이에도 이와 같은 마음으로 하는 사람이 몇이나 돼요?
그래서 오늘 여러분이 이거를 볼 때 자신들이 얼마만큼 느끼고 깨닫는가 그거를 보는 것이지요.
세상살이 살아가며 뭐가 안됩니다 안됩니다 징징 짜고 왜 그래요? 정말로 이와 같은 마음으로 해봤느냐 이거예요. 안 해보셨죠? 허허허. 안 해봤어 내가 볼 때는.
부모 자식 관계에서도 그렇고, 친척지간에도 그렇고, 사회 직장 사람들 관계에서도 그렇고, 정말로 신광이처럼 이런 마음 자세로 해봤느냐 이거라. 안 해봤잖아요.
그러면서 세상살이가 맨날 어렵다 하는 거고, 그 어려운 걸 또 여기 와서 해결해 달라 하는데, 그러면 "너 팔을 끊어보겠느냐?" 그러면 "아이고 저는 못합니다.“
그러니까 다하고 다하는 마음, 제가 오늘 말씀드린 거는 여러분이 정말 그 마음을 지극히 다하고 다했느냐. 뭐 좀 해보고는 '해봐도 안되네~' 하면서 그만 뒤로 퇴굴(退屈)해버리고... 이래서는 안되거든요.
강력한 여러분의 믿음과 일념을 가지고 지극히 화두를 밀고 나가는 공부를 정말로 열심히 해봤느냐 이거라. 눈을 부릅뜨고 해봤느냐 이거라.
아무리 해도 해도 덜 했고 안 됐다는, 자꾸 나는 잘못 하고 나는 모자랐다 이 생각이 들어가는데, 정말로 여러분이 화두를 지극히 일념으로 정말 목숨을 다해서 던져서 밀어붙이고 해보고, 또 공부하는 가운데서 선지식이 한마디 해주는 그 일구를 정말 신광이처럼 생명을 던질만큼 믿음을 가지고 듣느냐 이게 중요한 겁니다.
('23.2.05 학림사 대원큰스님 소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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