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움직이는 에너지 원유-6th
‘에드 콘웨이’의 석유에 대한 글이다.
원유는 천연가스와 더불어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강철이 현대 사회의 뼈대를 이루고 구리가 혈관을 만든다면 석유는 이 세계를 지배하는 식량이라 할 수 있다. 석유는 에너지를 제공하고 비료를 만드는 화학물질의 원료가 되어 지구의 절반을 살게 한다. 자동차부터 제트기까지 동력 수송혁명을 촉발하여 인류의 생활에 위대한 가속장치가 되었다. 석유의 시대는 인류를 힘들고 단조로운 육체노동에서 해방시켰고, 전 세계의 소득을 높이고 우리를 더 오래 살 수 있게 해주었다. 석유 제품과 석유 에너지는 영아 사망률을 낮췄고 영양실조와의 싸움에 힘을 보탰다.
고대에도 원유를 사용했다. 페르시아만 주변에 살던 사람들은 땅속에 드며든, 끈적끈적한 물질로 선박의 바닥에 난 구멍을 메우거나 벽돌을 접합했다. 타르 구덩이에서 나온 역청은 고대 이집트인들은 미라를 만들기 전에 시신을 방부 처리하는 데 사용했다. 1859년 펜실베이니아주 ‘타이터스빌’에서 원유가 발견되자 다른 지역에서도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몇 년 후 텍사스주 ‘재퍼슨’ 카운티에서 분유정이 발견되었다. 사우디아라비아 ‘가와르’ 유전은 남북으로 282킬로미터, 너비는 31킬로미터에 달하는 규모다. 매장량이 5억 배럴 이상인 유전은 자이언트, 50억 배럴 이상인 유전은 슈퍼 자이언트 등급으로 분류된다. ‘가와르’ 유전은 이미 700억 배럴 이상의 원유를 생산했으며, 지하에 500억 배럴 이상의 매장량을 보유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 유전은 엘리펀트 등급으로 분류된다. 페르시아만은 전 세계 석유 매장량의 절반과 가스 매장량의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구상에서 탄화수소가 가장 풍부한 지역이라 할 수 있다.
산업혁명은 단지 아이디어와 공학, 화학 분야만의 혁명이 아니라 에너지 혁명이기도 했다. 모래에서 유리로의 변환, 반도체의 개발, 소금들로 염소를 생산하고, 철에서 강철로의 전환, 전기의 생산 등 앞에서 살펴봤던 물질들의 공정은 엄청난 양의 에너지에 의존한다. 에너지 밀도는 단위 부피당 저장된 에너지의 양인데, 석탄은 나무보다 에너지 밀도가 약 두 배 더 높다. 원유를 정제한 등유는 석탄보다 에너지 밀도가 약 1.5배 더 높다. 에너지 밀도가 높다는 건, 더 적은 연료도 더 먼 거리를 갈 수 있다는 뜻이다. 열기관과 제트 여행의 시대에도 에너지 밀도는 여전히 중요했다. 에너지 밀도가 높은 등유는 동력 비행을 가능하게 한 요인 중 하나이다. 석유와 가스의 개발에는 분명한 단점이 있다. 예는 그 중대함을 이해하기 시작한 탄소 배출, 도시의 미세 먼지, 바다의 플라스틱 오염 문제 등이 그렇다.
정유공장은 단순한 목적을 위해 존재한다. 원유를 이루는 많은 물질에서 여러 가지 화합물을 분리하는 것이다. 이 분리 작업은 원유를 덜 조잡스럽게 만든다. 원유는 어느 유정에서 나오느냐에 따라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는 자연적 산물이다. 때때로 원유는 선사시대의 플랑크톤이나 해조류에서 나오고, 때로는 근원암에 침출된 불순물에서 나온다. 열과 압력의 양에 따라 원유의 상태가 달라지기도 한다. 이렇게 해서 수많은 독특한 원유가 만들어진다. ‘가와르’ 유전에서 나오는 원유는 ‘아라비안 라이트’라고 불린다. 베네수엘라의 ‘메레이’ 원유와 멕시코 ‘마야’ 원유는 무겁고 끈적끈적하였지만, 아라비안 라이트는 점성과 밀도가 더 낮으므로 ‘라이트’ 하다고 표현한다. 아라비안 라이트처럼 비중이 가벼운 경질원유는 땅속에서 더 쉽게 추출할 수 있으므로, 추출과 정제에 드는 비용이 대부분의 원유보다 훨씬 적은 편이다. 대부분의 미국 정유공장은 캐나다, 멕시코, 베네수엘라에서 얻은 무겁고 시큼한 중질유 원유를 정제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이런 방식은 타당했지만, 셰일 혁명이 일어났다. 셰일 원유는 비중이 가볍고 품질이 뛰어난 경질원유이므로, 이는 중질원유를 중심으로 돌아가던 기존의 정유공장들에는 희소식이 아니었다.
정유공장에서는 각 지역의 원유에서 염분과 오염물을 제거하여 깨끗한 상태로 만든다. 다음 증류 단계로 들어가 원유를 가열-증발-응축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혼합물을 이루는 물질들은 고유의 끓는 점을 이용하여 각각의 물질을 분리할 수 있다. LPG 같은 가스류는 섭씨 30도 이하, 석유는 섭씨 40도 이상이 끓는 점이다. 비등점이 낮은 물질은 가열이 시작되면 증류탑에서 가장 빠르게 꼭대기까지 솟구치므로 이를 ‘가벼운 유분’이라 표현한다. 더 끈적거리고 단단한 물질은 증류탑의 바닥으로 가라앉으므로 ‘무거운 유분’이라 한다. 최종 제품은 크게 여섯 가지로 분류된다. 자동차용 휘발유. 트럭-기차-기타 중차량용 경유. 플라스틱 같은 석유화학제품 등유 및 제트유. 왁스와 윤활유. 도로의 표면을 덮는 아스팔트가 있다.
독일은 연합군과 싸우면서 필요한 항공기 기름을 석유가 아닌 석탄에서 만들어 썼다. 독일은 석유가 부족하고 석탄은 풍부했다. 독일 제약회사 ‘바이엘’은 석탄으로 ‘아세틸살리실산’(아스피린)을 개발하여 큰 성공을 거뒀다. 에너지 자립을 꿈꾸던 히틀러는 “설령 희생이 뒤따르더라도 국산 자동차 연료를 반드시 개발해야 합니다.” 주장했으나 “정치적 독립을 바라는 독일에서 석유 없는 경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라고 학자들은 주장했다. 히틀러가 소련을 침공한 이유 중 하나는 ‘마이코프’ 유전, ‘그로즈니’ 유전, ‘바쿠’ 유전 등 ‘캅카스’ 지역에서 나오는 원유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1940년대 독일의 석탄으로 정유하는 공장은 14곳이었다. 전쟁 포로와 강제수용소의 수용자들이 이곳으로 끌려와 강제 노역을 했다. 형식적으로 지급되는 노임은 노역자들을 감시하는 나치 친위대 장교들이 강탈했다. 이들 공장에서 절정기에 연간 2,500만 배럴의 합성 석유를 생산했고 독일 공군이 사용한 연료의 95%를 제공했다.
‘제너럴 모터’의 기술자 ‘토머스 미줄리’는 휘발유에 ‘테트리이틸납’을 첨가하면 기적처럼 옥탄가가 높아지고 모든 엔진 노크가 사라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현대사의 가장 수치스러운 오염 문제 중 하나가 이렇게 시작되었는데, 이는 오늘날의 탄소 배출보다 훨씬 부끄러운 일이다. 왜냐하면 인류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 비로소 지구온난화에 대한 구체적 지식을 얻었겠지만, 휘발유에 납을 첨가하는 일은 사전에, 그 위험성을 인지하고도 저지른 행위이기 때문이다. ‘제너럴 모터즈’의 ‘테트라에틸납’ 합성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여섯 명이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노동자 사망 소식에 몇몇 주에서는 납을 첨가한 유연 휘발유 사용을 금지했다. 아무리 미세한 양이라도 인체에 안전한 납이란 없는 법이다. 납에 일단 노출되면 시간이 흐르면서 뇌, 뼈, 폐에 축적될 수 있다. 납을 흡입한 세대는 그렇지 않은 경우 보다 IQ가 더 낮았다. 심지어, 유연 휘발유 폭력적 행동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주장하는 설득력 있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존 D. 록펠러’는 정유 사업 초창기에 굴뚝 하나에서 불길이 솟구치는 장면을 보았다. 정유 중 부산물을 소각 중이란 직원에게 “뭐가 되었던! 낭비는 안 됨이야” 저걸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봐? 이런 부산물에서 샌산한 것이 플라스틱, 의약품, 비료, 석유화학제품 등이 있다. 탄화수소 대부분은 차량의 연료 탱크로 들어가고, 천연가스 대부분은 전력과 난방에 쓰인다. 나머지 10%가 우리에게 옷과 먹을 것을 제공하는 커다란 일은 한다. 인류가 가장 최근에 만든 창조물 중 하나다. 플라스틱, 비료, 포장재, 의약품, 방부제와 합성수지, 페인트와 접착제, 연료와 향료, 이 많은 제품이 여기서 나온다. 세상에서 중요한 합성 소재는 우연에 의해 발명되었다. 플라스틱의 세계에서 이런 일은 드물지 않으며, 주요 플라스틱은 거의 다 우연히 발견되었다. 폴리매틸렌은 이렇게 발견되어 현재는 ‘폴리에틸렌’이라 불린다. 폴리에틸렌은 강철보다 더 단단하고 저밀도 ‘폴리에틸렌’은 밀랍만큼 부드럽다. 물이 잘 스미지! 않고, 내구성이 우수하며, 물의 끓는 점 이상에서 버티는 내열성이 있지만, 재활용이 가능하다. ‘폴리에틸렌’ 몇 가닥을 엮으면 총알도 튕겨낼 정도로 튼튼해진다. 비전도성을 갖춘 완벽한 절연체이기도 하다.
1940~1950년대에서 1960~1970년대로 넘어가면서 놀라운 일들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정유공장과 가스공장에서 나오는 ‘나프타’와 ‘에틸렌’을 공급받는 화학회사들이 탄화수소 분자로 맞춤 설계할 수 있는 화학물질과 의약품, 플라스틱을 대량생산 했다. 플라스틱 사용이 급증했지만, 새로운 물질들 대부분은 과거의 황금기, 즉 2차대전 후반에 발견된 5대 범용 플라스틱제 의존하고 있다. 유럽에서 경이로운 물질로 추앙받던 플라스틱은 이제 의혹과 실망의 눈길에 휩싸여 있다. 완전히 몰락한 것은 아니지만, 이게 더 문제다. 플라스틱은 여전히 우리 곁을 지키고 있다. 바닷속 미세 플라스틱은 눈에 띄지 않는 채 떠돌다가 각 가정으로 흘러간다. 또 바람을 타고 흩날리는 미세 플라스틱은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 높은 산악 지대에서도 검출된다. 플라스틱이 동물, 인간, 더 광범위한 환경에 미치는 위험에 관한 새로운 연구가 매달 발표된다고 필자는 주장한다.
2026.06.28.
물질의 세계-6th
에드 콘웨이 지음
이종인 옮김
인플루엔셜 간행
첫댓글
석유와 산업
좋은 글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