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느닷없이 위험해질수도 있구나

[miru]

어제 산행은 너무나 평범한 길이었다. 산이 높지 않고(이성산은 210미터?,  금암산은 300미터가 조금 넘는 산이며, 수도 없이 걸었던 길이다. 비 예보가 있어 출발전에 동행과 코스를 짧게 정하고 길을 시작했다.
 
이성산을 지나 금암산에 들어서고 오르막길을 걸을 때 부터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우산도 없었다. 떨어지는 비를 맞으며, 혹시 빗줄기가 굵고 거세질 것을 대비해 주변을 살펴보았다. 동굴이나 바위틈이라면 피할 수 있겠다 싶은 생각에. 
하지만 그 산에 , 내가 아는 한, 동굴같은 건 없었고, 그래서 비를 피할 수도 있는 적당한 바위를 찾아 두리번 거렸다. 바위는 여기저기 있었다. 틈새를 이용할 수 있는 바위도 있었다. 그런데 그 바위들은 모두 벼랑에 걸쳐 있었다.  비를 피하러 그 아래로 들어서면 내가 미끄러져 아래로 구를 수 있는 구조의 바위들 뿐이었다. 그때 문득 생각이 들었다, 아, 인생이 이렇게 위험해질 수 있구나. 
다행이 산행 중에 비는 그쳤고, 비는 밤이 되어서야 쏟아졌지만, 나는 탈수로 오후에 잠시 기력을 잃었다. 
 
새벽 부터 비가 쏟아진다. 천둥도 치고.... 비는 쉽게 그칠 것 같지 않다. 비가 잘 내리고, 제 길을 잘 찾아 흘러가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