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음장치를 갖춘 세평 남짓한 방에서 오디오에 재즈음반을 걸고 있는대로 볼륨을 올립니다. 답답한 넥타이를 풀어던지고 방바닥에 드러누워 선율에 몸을 맡기면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느낌입니다."
은행.증권.카드사 등에서 30년 경력을 쌓은 금융전문가인 비자 인터내셔널 코리아 김영종(金榮鍾.58.사진) 대표는 흔치 않은 재즈 애호가다. 1979년 뉴욕 맨해튼의 체이스맨해튼은행 본점에 근무할 때 햄버거로 끼니를 때우며 밤늦게까지 일하던 그에게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준 것이 재즈음악이었다.
"작곡자의 의도를 충실히 재현하는 것에 중점을 두는 클래식과는 달리 재즈는 기본적인 악보를 바탕으로 즉흥적인 연주를 통해 개성을 표현하는 연주자 중심의 음악입니다. 규정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스스로 판단을 내려야하는 금융업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습니다." 김 대표의 재즈 예찬론이다.
실제로 김 대표는 1998년 비자코리아를 맡게 되자 은행계 카드사만 제휴한다는 비자의 원칙에서 탈피, 제휴사를 늘리는 마케팅전략으로 한국시장에서 1위 자리를 탈환했다.
"비자코리아가 성공하자 일본.동남아 등에서는 비은행계 카드사를 인정합니다. 새로운 원칙을 만든 셈이죠."
서울 출생으로 고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김 대표는 체이스맨해튼을 거쳐 한국푸르덴셜생명 대표, 동아증권 사장 등을 거쳤다. 비자 코리아와 인연을 맺은 것도 재즈의 즉흥연주처럼 우연이었다. 98년 2월 싱가포르 공항에서 체이스맨해튼 시절 상사를 만났는데 그 상사가 비자 아태본부장이었다. 6개월 후 그는 비자코리아 대표로 부임했다. 비자인터내셔널은 전세계 2만1천여개 금융기관이 회원인 협회 형태의 비영리법인이다.
"뒤에 할 일들이 부담돼 아무 것도 시도하지 못하는 소심한 사람들을 싫어한다"는 그는 때로는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열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성격에 걸맞게 요즘은 역동적인 쿠바 재즈에 빠져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의 음반을 즐겨 듣는다. 가장 아끼는 음반은 비비킹과 맹인여가수 다이안 슈어가 함께 부른 '하트 투 하트'를 꼽았다.
관리가 어려워 진공관앰프와 LP용 턴테이블을 사용하지 못하는 대신 비슷한 음색을 가지 데논 옵티컬 앰프에 B&W CDM7NT 스피커를 사용한다.
대부분의 오디오 매니어들처럼 고가의 오디오를 살 때 아내에게 원래 가격에서 0을 하나 빼고 얘기했다가 나중에 들켜서 경을 쳤다는 고백도 곁들인다.
최근 신용불량자 급증에 대해 김 대표는 "카드로 쓰는 돈이 결국 빚이라는 인식이 없는 것 같다"며 "어렸을 때부터 국가와 가정에서 경제교육을 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