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에 걸리면 편도가 부어서 고생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아이가 편도염을 자주 앓게 되면 편도를 아예 잘라내는 수술을 해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부모의 고민도 깊어진다. 이승주 을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1년에 6번 이상 편도염이 생기고, 목이 아파 식사하는 것조차 어려워하면 편도 제거 수술을 고려할 만하다”고 밝혔다.》
○ 치열 이상, 수면 중 호흡장애까지
보통 편도라고 하면 목젖 양쪽의 호두 모양 조직인 구개편도를 말하지만, 목젖 위에 있어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인두편도와 혀뿌리에 있는 설편도도 모두 편도 조직이다. 이 조직에 염증이 생기면서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것이 편도염이다. 감기 같은 감염 질환, 신체 피로와 영양 부족 등이 병을 키운다. 고열과 목의 통증에 시달리며 급성으로 앓고 지나갈 수도 있지만, 만성이 되면 반복적인 열 감기에 1년 내내 시달리게 된다.
최근에는 아이들이 잘 때 코를 골거나 코로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해, 소아 편도 제거 수술 여부를 고민하는 엄마들이 부쩍 늘었다. 이런 증상은 편도 조직 자체가 너무 커서 일어난다. 구개편도가 커지면 코를 골게 되고 치아 부정교합으로 얼굴 모양이 달라진다. 인두편도가 비대해지면 구강호흡, 수면 무호흡증에 시달리게 된다. 입으로만 숨을 쉬느라 항상 입을 벌리고 있으며 수면 중 한참 숨을 쉬지 않기도 한다. 집중력도 떨어져 학습 장애가 생기고, 발육 부진 같은 문제도 일어날 수 있다. 또 인두편도가 커지면서 귀에서 코로 통하는 관을 막게 되면 중이염이 발생해 청력이 떨어진다.
○ 해로운 점이 많으면 편도 제거 수술
김정훈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아이들이 자라면서 인두편도의 크기가 줄어들기 때문에 만 3, 4세 이전에는 수술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한다. 단순히 아이의 편도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수술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성인은 인두편도가 거의 퇴화된 상태라 인두편도 비대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어린이가 고열에 의한 편도염을 1년에 3, 4차례 이상 반복적으로 앓는다면 편도 제거 수술을 염두에 둘 만하다. 이 교수는 “감염 횟수가 절대적 기준이 되지는 않지만 반복적 염증으로 환자가 얼마나 힘들어하는지가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편도가 커져서 중이염이 자주 생기거나 잘 낫지 않는 경우, 편도 때문에 치열에 이상이 일어날 경우, 잦은 편도염으로 발달에 지장이 있는 경우에는 수술을 받는 게 낫다.
김 교수는 “편도의 이로운 점보다 해로운 점이 많다고 판단될 때 제거 수술을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어린이 편도 제거 수술은 보통 전신마취한 뒤 진행한다. 어린이는 ‘수술’이나 ‘절제’ ‘자른다’ 같은 어휘에 공포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편도를 뗀다’고 말해 주는 것이 좋다. 입원 기간은 2박 3일로 수술한 다음 날 퇴원한다.
수술 뒤 전기소작술(전기로 태우는 수술)로 지혈을 하는데 재출혈에 대비해 며칠 동안 엎드린 상태로 재우는 것이 좋다. 수술 후 1, 2주는 귀가 아플 수 있으며 수술 부위가 완전히 낫는 데는 3, 4주 걸린다. 수술 후 귀의 통증이 심해지면 다시 진찰을 받아야 한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 편도샘염 및 편도비대 동반 증상 ::
△감기를 자주 앓고 열과 함께 목 부위가 아프다
△거의 매일 코를 곤다
△입으로만 숨을 쉬고 항상 입을 벌리고 있다
△수면 중에 한참 동안 숨을 쉬지않기도 한다
△치열에 이상이 생긴다
△밥과 같이 덩어리로 된 음식을 먹기 싫어하고 물로 된 것만을 좋아한다
△TV 소리를 크게 틀어도 잘 못 듣고 불러도 잘 못 알아듣는 등 청력이 저하되는 중이염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