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로 두 시간 걸리는 장소에서 오후 두 시에 한다는 결혼식에 혹시나 해서 갔더니 역시나 였다.
지난주(250821) 우리 실로암의 여우 같은 여자애가 결혼하는데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가 지각하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에 시간 전에 갔는데 역시나 였다.
다른 도시, 신랑의 ㄱ회에서 하는 결혼식이라 거기는 혹시 시간을 지키나 싶어서 시간 전에 갔는데 도착해보니 식장인 ㄱ회에는 신랑 신부도, 하객도 아무도 없다.
또 속았다는 마음이 들지만 여기가 인도라 그냥 덤덤하기만 하다.
결혼식에 그렇게 많이 갔어도 단 한 번도 제시간에 시작한 적이 없었고 그렇게 많이 경험하고도 그 ㄱ회는 제시간에 시작할 거라고 믿은 내가 바보 같은 느낌이 든다.
인도는 광고한 시간보다 결혼식을 보통 한 시간 이상 늦게 시작하는데 때론 두 시간 늦게 시작하기도 한다.
그 이유가 혼주 측은 손님이 아직 덜 와서이고 손님 쪽은 혼주 측에서 아직 준비가 덜 되어서 시작하지 않아서이다.
어느쪽이 맞는지 모르지만 양측 다 이심전심인지 모두 늦게 가고 늦게 준비하는 것 같다.
라시미, 우리 실로암 여집사님의 둘째 딸인데 그 집에 딸 둘이 있다고 소개받고 선을 보러왔던 남자애가 둘째가 마음에 들어서 언니를 제치고 먼저 결혼하게 된 케이스다.
태어나자마자 그 애를 보아왔고 실로암 유아부를 거처 실로암 초등학교와 주교를 졸업한 앤데 하는 짓이 여우 같고 잘못을 야단치면 배시시 웃기만 해서 그 애를 볼 때마다 여우라고 놀리는데 언니보다 얼굴이나 몸매가 나아서인지 아니면 그 녀석의 까불락거리고 까르르 하는 것이 맘에 들었나 보다.
언니는 자기 대신 동생이 선택되자 울고 싶은 마음일 것 같은데 엄마와 그 동생과 같이 우리 집에 청첩장을 돌리러 와서는 속마음을 감추고는 자기가 엄마를 보살펴야 하기에 동생이 먼저 결혼하게 됐다고 둘러댄다.
식장에 가도 아무런 준비도 안 되어 있고 사람도 없어서 눈치를 보니 3시쯤 시작할 것 같아서 점심이나 먹고 오자며 우리 부부와 실로암 현지 ㅁ사 부부가 근처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고 왔는데 세 시가 되었는데도 아직도 신랑 신부는 오지도 않았다.
그렇게 질질 끌던 결혼 ㅇ배가 3시 반에 시작하고 5시에 마쳤는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너무 적게 왔다.
오늘 결혼식에 참석한 인원은 모두 서른다섯 명이라고 하는데 저녁에 리셥션을 하기에 낮에 하는 결혼식에는 대부분 손님이 적다고 한다.
뱅갈로에서 출발한 신부 쪽 가족 친척이 열 명 정도, 그리고 우리 일행을 빼면 신랑쪽에서는 열댓 명밖에 안 되는데 성대한 결혼식이 미덕인 인도에서 숫자만 보면 아주 초라한 결혼식이다.
사실 우리 실로암 ㄱ인들은 그 시간에 아무도 못 왔다.
차가 없으니 시외버스 등 버스를 몇 번 갈아타야 하고 또 낮에 일이 있어서 못 오고 저녁 리셉션 때 온다고 한다.
다섯 시에 마친 결혼 예식에 사진을 찍고 5시 반쯤 되었는데 그 시간에 점심이라고 음식을 제공한다.
일곱 시에 리셉션이면 일곱 시 반부터는 음식이 바로 제공되는데 다섯 시 반에 점심을 먹고 두 시간 후에 저녁을 먹으라고?
늦게 먹은 점심 때문에 배는 부르고 날은 더운데 거기서 리셉션 시간까지 마냥 기다릴 수도 없다.
어디 가서 커피나 마시자면서 찾아간 집은 시골 냄새 풍기는 집인데 이상하게 그 집은 냉커피만 팔고 있다.
뜨거운 것을 달라고 해도 없다고 하는데 다시 안 올 손님이고 또 그걸 끓이기만 하면 되는데 안 된다고만 하는데 우리가 모르는 사정이 있는 걸까?
두 시간이나 늦게 시작한 리셉션, 어느 누구도 불평도 없는 것을 보니 거기서도 늦게 시작하는 것이 당연한 듯 하다.
모든 인도의 결혼식이 이렇게 늦을까?
집에서 12시 되기 전에 출발했는데 행사 마치고 집에 오니 밤 12시다.
이래서 인도는 하루에 한 가지 일만 해도 잘하는 것이라고 하는 걸까?
(사진은 신부와 우리 두 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