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과 무의식의 충돌
장성숙/ 극동상담심리연구원, 현실역동상담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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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와 함께 살아온 한 아들은 대학교 입시에 실패한 뒤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칭찬이 자자할 만큼 착하게 살아왔던 그는 어느 순간부터 자신을 위해 헌신해 온 어머니를 향해 욕설을 퍼붓는 건 물론, 심지어 상해를 입히기까지 했다. 아들의 이러한 급격한 돌변에 어머니는 아들이 미쳤다고 여기면서도, 기록에 남는 것을 우려해 병원에는 데려가지 않고 상담소로 발길을 옮겼다.
치료자는 잠시 살펴본 것으로도 아들의 상태가 심각하다고 여겨 병원으로 갈 것을 권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끝내 상담실 안에서 해결하겠다고 고집했다. 이러한 고집을 접도록 상태의 심각성을 분명히 알리고자 심리검사를 실시한 결과, 조현병으로 진단되었다. 이렇게 하는 과정에서 아들이 그처럼 극단적인 상태에 이르게 된 맥락을 살펴보았다.
어머니는 일찍이 청상과부가 된 뒤, 하나뿐인 아들을 잘 키우겠다는 일념으로 재혼도 마다하고 억척스럽게 돈을 벌어 아들의 뒷바라지에 모든 힘을 쏟아부었다. 이러한 어머니의 노고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아들은 그 은혜를 마음에 새기며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따르는 순종적인 아이로 자랐다. 그럴수록 어머니는 아들을 자기 방식대로 밀어붙였고, 그 결과 아들은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수동적인 청년으로 성장해 갔다.
그런 가운데 아들은 고액 과외를 집중적으로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기대만큼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고, 대입 시험에서도 거듭 실패했다. 벼랑 끝에 몰린 그는 점점 더 위축되다가 급기야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 채 누워 지내려고만 했다. 이런 아들에 대해 정신을 바짝 차리지 못하고 게으름을 떤다며 화가 났어도, 아들의 상태가 썩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았던 어머니는 그 화를 자기를 비하하는 방식으로 터트렸다. 즉 “남편 복 없는 년은 자식 복도 없다더니….” 하고 푸념하듯 중얼거렸다.
이 말을 들은 아들은 자기를 빈정거렸다며 폭발하듯 벌떡 일어나 어머니를 때렸고, 그렇게 하고 나서는 헛소리를 해댔다. 흥분이 가라앉은 뒤에는 자신을 위해 헌신한 어머니에게 그런 파괴적인 언행을 했다는 사실을 견디기 어려웠는지 종잡을 수 없이 나댔다.
이런 경과를 알아보는 과정에서도 아들은 횡설수설 이상한 언행을 보여서, 치료자는 다시금 어머니에게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서둘러 약물치료나 입원을 고려해야 한다며 병원으로 갈 것을 권했다. 그래도 어머니는 기록에 남는다는 이유로 끝내 그 권유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집요하게 도대체 아들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 말해달라고 했다.
이에 치료자는 아들이 그동안 자기 뜻이나 그릇대로 살지 못한 점이 문제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어머니가 지나치게 억누르고 옥죄는 방식으로 아들을 대했기 때문에, 아들이 의식 수준에서는 착한 아들이지만, 무의식 수준에서는 그와는 달리 적개심을 키우게 된 것 같다고 설명하였다.
하지만 그 어머니는 노발대발하며 자신이 아들을 위해 그동안 얼마나 헌신하며 살았는데, 그러한 자기에게 아들을 그렇게 만든 장본인이라고 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소리쳤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흥미로운 장면이 펼쳐졌다. 어수선한 채 횡설수설하던 아들이 화를 내는 어머니와 치료자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이내 치료자의 얼굴을 뚫어지게 응시하는 것이었다. 그러한 시선에는 자기 속에 억눌린 화가 있고, 그것이 증상과 관련해 있다는 것을 어렴풋하게나마 연결 지으며 수긍하는 듯했다. 그래서였는지 치료자를 응시하는 눈이 한결 깊고 부드러웠다.
어머니는 화에 치우친 나머지 치료자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살다 별 희한한 소리를 다 듣는다며 흥분한 채 아들을 낚아채듯 데리고 나갔다. 어머니에게 끌려가며 치료자를 응사하는 아들의 눈은 그저 무겁게 비쳤다.
그러한 눈빛에서 치료자는 어머니의 태도가 얼마나 아들을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키웠는지를 새삼 확인하였고, 어머니를 이길 수 없었던 아들은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망각 속으로 밀어 넣는 식으로 억압했다고 여겼다.
사람은 자신의 그릇에 맞게 자유롭게 살아야 별 탈이 없다. 그런데 이 사례의 아들은 어머니가 자신을 위해 헌신했다는 사실 앞에서 어머니가 아무리 거칠고 우악스러워도 순종하며 지내왔다. 그 결과 그의 의식과 무의식은 따로 움직였고, 그 간극이 점점 커지면서 결국 조현병 증세로 터트려졌던 것으로 보였다.
어머니 역시 아들을 위한다는 마음과 실제 행동 사이의 간극이 컸다. 사랑이라는 마음에 욕심을 부여 아들을 과도하게 옥죄고 간섭하며 키웠다. 이런 상황에서 취약했던 아들은 대학교 입시에 거듭 실패하는 상황을 계기로,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증상을 터트리는 식으로 무너지자, 어머니는 아들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고 차마 아들에게는 하지 못하고 자신을 향해 복이 없는 년이라며 분노를 발산했다. 그러자 아들은 더는 견디지 못했는지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사례에서 어머니는 아들을 위하는 마음과 실제 행동 사이의 간극이 컸고, 아들 또한 어머니에 대한 마음이 의식 수준과 무의식 수준에서 상반될 정도로 극단을 달렸다. 의식 수준에서는 어머니가 아들을 위해 헌신한 은혜로운 사람이었지만, 무의식 수준에서는 자신을 억압한 무도한 사람이었다. 이렇듯 의식과 무의식이 상반된 가운데, 견딜 수 없는 고통과 혼란은 타협형성의 일종으로서 증상을 만들어 냈다고 본다.
첫댓글 Life is Suffering .
Life is Difficult ..
저희 두 아들 말이네요...
가슴아픈 사연 ,
안타까운 사연 ..
부디 행복하게 되기를 ....
좋은 사례
감사해요...
다음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