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중요한 참견 / 박성우
호박 줄기가 길 안쪽으로 성큼성큼 들어와 있다 느릿느릿 길을 밀고 나온 송앵순 할매가 호박 줄기 머리를 들어 길 바깥으로 놓아주고는 짱짱한 초가을 볕 앞세우고 깐닥깐닥 가던 길 간다
— 시집 『남겨두고 싶었던 순간들』 (창비, 2024.07) ---------------------
* 박성우 시인 1971년 전북 정읍 출생. 원광대 문예창작과 졸업, 같은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200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당선. 시집 『거미』 『가뜬한 잠』 『자두나무 정류장』 『웃는 연습』 『남겨두고 싶었던 순간들』 등. 동시집 『불량 꽃게』 2007년 신동엽창작상, 2012년 윤동주상 젊은작가상, 2018년 백석문학상 수상 *********************************************************************
참견한다는 것은 쓸데없이 끼어들어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이다. 자신과 별로 관계가 없는 남의 일에 공연스레 나서서 개입하는 것이다. 호박 줄기가 하필 길의 위로 기어가는 것을 본 할머니는 넝쿨을 들어서 뻗어갈 방향을 돌려놓는다. 참견하는 일이더라도 참 잘한, 요긴한 참견이라고 하겠다. 이 시를 흥미롭게 하는 것은 호박 줄기가 기어가는 기세는 ‘성큼성큼’이라고 표현하고, 할머니의 발걸음 속도는 ‘느릿느릿’이라고 쓴 대목이 아닐까 한다. 앞의 것에는 다리를 높게 들어 올려 크게 떼어놓음으로써 덤벙거리면서 급하게 움직이는 행태가 있고, 뒤의 것에는 물론 고령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느슨하고 차분한 자세와 생활의 예지가 있다. 어쨌든 이러한 참견은 딱한 사정에 처해 있는 남을 도우려는 마음과 순한 성정에서 자연스럽게 비롯된 것일 테다.
이와 유사한 참견은 시인의 시 「아침의 일」에도 나온다. 한 동네 어르신이 남의 집 고구마 밭에 느닷없이 들어가셨는데, 그 어르신 손에는 “그냥 놔두면 무성한 가시 줄기를/ 거침없이 키워나갈 덩굴풀”인 환삼덩굴이 들려 있었다는 것이다. 소소하다고만 할 수는 없는, 아름다운 참견이라고 하겠다. - 문태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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