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어제 하루종일 몸살 기운이 있었다.
이른 아침 혼자 산책 겸해서 오른 산에서 무리하게 힘을 썼던 탓인지
내내 비실비실, 누웠다 일어났다, 차 한잔 마시기 귀찮을 만큼 퍼질러진 몸으로
마냥 휴식을 취하고 싶었으나 그것도 마음대로 되질 않는다.
보너스처럼 주어진 근로자의 날 휴일과 상관없이 바깥일을 하는 마당쇠가 신경이 쓰여서 다.
전날 예천으로 구미로 문경으로 돌다온 신선은 지치지도 않는지
앞 밭에서 솎아내어 버려진 소나무를 옮겨다 심느라 장난이 아니도록 바쁘다.
그 모앵새를 보자니 거들지는 못해도 곁에 않아 말동무라도 해줘야 할 것 같아
쪼그리고 않아 있자니 봄기운이 몰아치는 바람으로 합세를 한다.
그 바람,
여기저기 비라도 몰고 올 것 처럼 미친 바람으로 불지만
그 바람이 옷깃을 잡아당기거나 말거나 여전히 안중에 없는 신선은 마당쇠의 본분으로 돌아가
삽질하느라 정신이 없다.
"난, 들어갈래....아침에 너무 무리했는지 기력이 달려."
역시 그러거나 말거나 마당쇠, 늙은 마당쇠는 제 할일, 소나무 옮겨심고 건사하느라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결국 돌아와 누웠어도 편치 않은 몸과 마음이 다시 들락날락 밭으로 오르락내리락
할 수 없이 마실 것을 들고 다시 나갔다 돌아오기를 몇 번.
해가 저물어서야 소나무 옮겨심기가 끝났다.
하루종일 품을 판 마당쇠, 지칠만도 하건만 내내 심은 30여그루 소나무의 기운을 받았는지 여전하다.
결국 자신이 좋아하는 일은 한다 는 것은 어떤 일을 하여도 힘들지 않다 는 것을 완벽히 보여준
마당쇠의 놀라운 하루는 깊은 잠으로 끝이 났다.
# 오늘
산에 가질 못했다.
오늘부터는 7시30분으로 시간이 당겨졌다 는 것이다.
어제 그렇게 피곤에 절었어도 어김없이 약속된 시간에 일어나 이웃친구와 함께 산으로 가는 신선을 보내고
티비 앞에 앉았다.
간밤에 뭔 일 이 없었나 싶은 궁금증은 물론이고 즐거운 소식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티비를 들여다 보다가
모처럼 뉴스가 끝난 후에 이어지는 "인간 극장"이라는 프로를 보게 되었다.
치매걸린 아내를 건사하는 남편의 이야기 다.
전후는 일단 배제하고 오늘 하루치 이야기를 보면서도 계속 마음이 아팠다.
치매...어느 순간 기억을 놓고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곁의 사람들에게 안타까움을 남기는 그런 병.
아니 병이라고 하기엔 너무 처철한 상황들이 많아 단세포적인 단어로는 표현할 길이 없다.
어쩌다가 인간에게 이런 기억 상실의 기회를 선택하게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그러나 오죽하면 잊고 살아야 할까 싶기도 한.
시작이 어디인지 모를 그런 상황을 안고가는 사람이나 지켜야 하는 사람의 아픔이 화면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되면서 목이 메는 순간 울컥의 심사가 다시 치밀어 오른다.
30여년 전에 유럽을 여행하며 즐거워했다던 그녀,
잘 살아낸 흔적의 얼굴을 지닌 그녀가 왜 저리 되었을까...싶어 자꾸 울컥울컥.
어느 한 시점도 아닌 전반적으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녀의 아픔은 무엇이었을까....누군가는
즐거웠거나 행복했던, 아니면 너무나 치열하고 억울하고 분하고 고통스러웠던 기억 속에서
단발마의 꿈으로 라도 산다던데 그녀는 그런 것 조차 없어 보였다.
그냥 겉껍데기에 불과한 모양의 사람....남편의 지극정성 사랑이 넘쳐나는데도 알 길 없는 그런.
무심함으로 일관된, 뭘까....무엇이 그녀를 세상과 결별시키고 혼자만의 세계 속으로 담궜는지.
짧게 보는 내내 가슴 밑바닥으로 부터 차오르는 슬픔이 온 몸으로 번진다.
# 알 수 없는 미래
보장 할 수 없다.
누가 어느 시점에 그 상황에 맞부딪칠지는....그러나 사는동안 자신의 생을 돌아봐도
아쉬울 만큼이 없도록 살기로 하자.
어느 순간 무너질지 알 수는 없으나 최소한 가슴 속에 담고 살지는 말자.
내 안의 소리를 듣고 내가 원하는 삶을 지향하도록 하자.
남의 손에 이끌려 그들이 원하는 삶 속으로 담겨져 너무 많은 것을 참고 살지는 말자.
단 한번 뿐인 인생 인고로 내가 지향하는 삶을 살자....라고 많은 이들이 말하지만
과연 알 수 없는 것이 살아가는 인생이겠다.
어쨋거나 치매 걸리는 일은 없도록 했으면 좋겠다.
곁의 사람들이 너무 고달프고 힘들고 가슴 아픈 일이니까.
당사자야 자기 세계에 빠져 있으면 그만이지만 남겨질 이들을 위해
절처히 자기 자신 관리를 하며 단순 기억으로 살아가는 몹쓸 병을 피했으면 좋겠다 는 생각이 든다.
나의 아픔이
다른 이의 아픔이 되지 않도록 말이다.
무설재 뜨락에도 봄이 지나가고 여름이 들어선다.
쥔장들의 인생도 지금, 여름이지 싶다...아직은 쇠락되고 퇴락하는 가을로 가고 싶지 않다.
헌데 몸은 자꾸 나약함을 드러내고 마음은 괜시리 바쁘다.
다시 여유를 찾아야 할 때 다.
마당쇠와 맑은 정신으로 오래도록 함께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