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전주 삼천천에서 열렸던 두번의 이어달리기대회가 새로운 풍속처럼 자리를 잡았나보다.
이번에는 진안에서 그와 유사한 형식으로 이어달리기 대회를 개최한다고 해서 육상연합회도 한팀을 구성해 참가하게 되었다.
다섯명이서 이어달리는 구성인데 우리팀은 당초 참가자로 되어있던 이대근씨가 불참하는 바람에 넷이서 땜빵을 해야하는 처지로 바뀌었고 결국 제일 연장자인 정구형님이 1,2소구를 연속으로 뛰는 것으로 정리.
그나저나 당초엔 3소구를 알몸구간으로 정했다길래 말리를 데리고 가서 어차피 늘 알몸인 녀석과 함께 다리면 되겠다 싶었는데 당일 아침에 해찬이가 일어나지를 않아...
진안 한방고등학교에서 출발해 1,2소구를 돌고 벌떼가든에서 3소구와 4소구로 넘어오며 모래제휴게소까지를 왕복하게 된다.
3소구는 남자 알몸구간, 4소구는 여자구간으로 구성이 되었는데 오르막과 맞바람이 겹치는 3소구가 부담이 크다.
알몸으로 달리기는 켜녕 그냥 가만 있는 상태에서도 액면 기온이 영하9도를 가리키는데...
여하튼 출발 직전까지 실랑이가 오가던 끝에 3소구를 달리는 19명 중에서 예닐곱명이 상의를 탈의하고 열정을 불사른다.
난 당초부터 전혀 마음이 없었고...
그런데 체감온도는 영하 15도 이하까지 떨어진 상태일텐데도 웃통을 벗을 사람들의 정신자세가 남달라서 그런지 상위권엔 대부분 이들이 늘어선다.
얼굴이나 몸이 굳고 얼어붙는건 그렇다 치고 발바닥이 신경이 마비된 듯 도대체 땅을 딛고 달리는 것인지 헛발질을 하는 것인지 조차 멍멍한 상태로 살을 에는 찬바람속을 헤치고 올라가다보니 저절로 득도를 하게 된다.
마라톤을 만으로 꼬박 15년이나 채웠어도 이런 경험은 또 처음.
역전마라톤과 비교했을때 확연히 낮은 페이스로 레이스가 이뤄지는 건 분명할텐데 저 앞에 가는 적쟎은 사람들을 따라붙기가 쉽지 않다.
4.5km라는 이 구간을 21:03로 간신히 완주.
속도건 순위건 다 잊어버리고...무사히 완주한 그것으로...ㅎㅎ
모래제휴게소에서 다시 벌떼가든으로 가는 구간은 여자들의 동시출발 레이스가 이뤄지는데 정구형님이 모는 차를 타고 가는 도중에 흐름을 보니 여자들의 순위에서도 상당한 변화가 느껴진다.
1위를 노익장(?)을 과시하는 63토끼띠 박금숙선수, 2위는 66말띠쯤 될법한 하연실선수가 차지하는데 역시나 이런 혹독한 상황에서는 나이빨이 우선이 되는 건가?
맨 마지막 5소구에서 우리팀은 안선생님 순서인데 주변에서 덩달아 힘이 되고자 함께 달리게 되었다.
이 구간은 5.5Km가 되는데 전체적으로 평지에다가 등바람을 타고 가기에 노면이 미끄럽고 위태롭긴 하지만 아까 달렸던 것에 비하면 훨씬 수월하고 편안하게 느껴진다.
23분 살짝 안쪽으로 레이스를 마치며 아까 구간과 합해 10Km를 채웠다.
이런 추위에 이런 대회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이렇게 뛸 수 있겠냐 싶어 여러가지로 감회가 새롭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