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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자욱한 고속도로를 달려 인제 서화면에 있는 용늪마을 생태학교에 예정 보다 일찍 도착하여
가이드를 기다리는 동안 교내를 이리 저리 둘러 보니 으름과 작두콩이 터널을 이루고 있고 하우스 내에는
고추 그리고 장닭 붕알 크기 정도의 사과대추가 참으로 탐스럽게 결실을 거두고 있다.
페교 되었지만 안직도 어린아이들이 뛰어 놀 것만 같은 교사 옆 자그만 화단엔 알프스 소녀 하이디와
비슷하게 생긴 소녀의 독서상이 있고 그 옆에는 어느 무명용사의 돌무덤 앞에 세워져 있는, 비바람 긴 세월에
이름 모를 비목 처럼 청초롬한 모습으로 비가 하나 세워져 있어 가까이 다가 가서 어렵게 살펴 보니 아마도
이 학교를 건립하는데 애를 많이 쓰셨던 이 고을 면장님의 공덕을 기리는 영세불망비가 아니던가?
세월이 흘러 학교는 이미 폐교가 되었지만 학교 운동장에서 물장구 치고 다람쥐 쫒으며 뛰어 놀던
아이들과 내 옆에서 이 소녀상을 바라 보며 일평생을 몸 담았던 교직생활에의 아련한 추억을 곰씹고 계시는
허 교장님의 모습이 업데이팅 되면서 나 역시 묘한 감흥에 젖어 든다.
가이드의 차를 따라 7킬로를 전진하니 탐방안내소가 보인다.
자그만 개울을 하나 건너니 무섭게 금방이라도 소름이 돋을 듯한 맑은 공기와 삼다수 보다 더 맑고 깨끗한
시냇물이 성큼 다가 온다. 내 예폔네와의 첫키스와 난생 처음으로 마셨던 레몬쥬스의 상큼한 맛 이후 이런
상큼한 맛은 처음이다. 흐르는 물이 마트에서 파는 삼다수나 백산수 보다 헐 깨끗해 보인다.
어느 길 모퉁이에 어주구리 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아마도 중국 고사에서 물웅덩이(전라도에선 뚬벙)에 살던
잉어가 메기를 피해 땅 위를 아홉리나 도주 했다는 뜻인데 인제군 북면에 있는 용늪과는 별로 어울릴 것
같지가 않은 억지춘양 같아 보인다. 비슷한 말로 어쭈구리는 아주 어쮸 즉 제법 무얼 하네 라고 하는 비아냥
거리는 말이고 미주구리 라는 말은 동해안 영덕 강구항에 가면 많은 간판이 보인다.
물가자미를 말하며 물회로 많이 해 먹고 겨울철엔 해풍에 구들 구들 하게 말려서 연탄불에 직화하여
군고구마 장수들이 끼던 두꺼운 면장갑 끼고 죽죽 뜯어 쐐주 한잔과 함께 하면 자기 애비 에미도 몰라 본다.
10대 가수로 유명했던 콧털 김 흥국이 불렀던 59년 왕십리는 조선을 개국하고 새로운 수도의 혈처를 찾아
왕십리 인근에서 무학대사가 헤매이고 있노라니 소를 타고 가던 노인네가 이럇 낄낄 이 미련하기가 무학
같은 소야 하는 소리를 듣고 먼가 집히는게 있어 넙죽 엎드리니 이곳에서 왕복 십리 거리에 너가 찾는 수도
한양의 혈처가 있다는 것에서 유래 되었다. 또 한 모퉁이엔
우리 느림보 산악회의 재롱둥이 이자 마스코트인 경자 언니의 전성기 시절 히푸 보다 쫴끔 더 넓고 펑퍼짐해
보이는 바위를 구태여 너래바위라고 안내를 하는 입간판이 보인다. 경상도에선 너럭바위라고 하고 우리
조상들은 물이 좋은 계곡엔 의례 정자를 짓고 마지막으론 너른 반석이 있었야만 삼박자가 맞아 진다고 한다.
용늪 전망대 직전 너른 공터에서 점심을 들라고 가이드께서 친절히 안내를 해 주셔서 밥상을 펼치는데 흐미나
산미인 언니가 갈비구이에 더덕 그리고 홍어회 꺼증 싸 오셔서 많이 드시라며 내 밥통에 항거석 담아 주시고
꽃사슴님은 비싼 포도주를 두 빙이나 들고 오셨다. 사또 밥상이 어디 따로 있나?
한꼬뿌 하고 소갈비에 더덕 한뿌리 입에 넣으니 하늘이 돈짝만 하게 보이기 시작하는데 어마나 내 앞에는
삼천년 미인 텔미님이 앉아 계신다. 말 그대로 물 좋고 정자 좋고 반석 꺼증 기가 막히게 좋다. 서울에서
가장 돈이 많은 압구정동 현대 아파트 인근에 가면 대부분의 사모님들이 구져 두리뭉수리한 얼굴에 히푸는
아래로 약간 쳐져서 펑퍼짐한 모습이고 이 보다 부에서 격이 많이 떨어 지는 옆 동네 아파트 단지를 가 보면
의외로 젊고 날씬한 몸매에 황 신혜 처럼 예쁜 얼굴이 많이 보인다.
세상은 공평한 것이라 모든 것을 한꺼번에 다 주지는 않는다고 하는데 텔미님은 얼굴에 부티가 줄줄 흐르면서
몸 전체엔 귀티 마져 넘쳐 나고 뒷태는 그레이스 켈리를 영화에서 보는 듯 하다. 참고로 말씀 드리면 으으음
텔미님께선 미국에 계시는 따님네들 집에서 파출부(?) 노릇해 주고 어렵게 번 돈으로 사오신 밀크캔디와
쵸콜릿 등등을 제 베낭이 터져라 쉼 없이 넣어 주십니다.
도를 닦지 못할 지경이면 자비 공덕을 많이 베풀라고 한다. 원래 닉은 산여인 이었으나 등산모를 벗은 쌩얼을
본 왕년의 느림보 배 고문님이 이쁘다며 산미인이라 개명을 해 주신 산미인 언니는 음식 솜씨가 뛰어 나서
마늘 쨩아찌 부터 해서 여러 많은 음식을 얻어 먹었는데 여름철엔 베낭에 커다란 양푼이를 갖고 오셔서
비빔밥도 맹글어 주시는데 2011년 이때 쯔음 며칠 후에 우리 느림보가 가게 되는 천성산에 올랐을 때의 일이다.
천성산 내원사에 있는 지율 이라는 여승이 고속철도가 지나 가는 천성산 터널을 뚫으면 산 위에 있는 습지의
물이 터널로 빠져 내려 도롱뇽이 죽게 된다며 공사현장에 드러 누워 공사를 방해하여 천문학적인 국고를 낭비
시키는 해괴한 행동을 한 적이 있었는데 물론 터널이 뚫리고 여러 사람들이 천성산에 올라 조사를 해 보니
도롱뇽 알이 지천에 깔려 있었고 내가 직접 들러 보았지만 천성산 내원사에선 터널로 인한 소음이나 진동 등등이
전혀 감지 되지 않았다. 예전에는
터널을 뚫을려면 탄광에서 쓰는 착암기로 구멍을 뚫고 이 구멍에 다이나마이트를 넣어서 발파를 했었고 이후엔
스스로 움직이는 즉 자주식 크롤러 드릴이라는 착암기로 아주 손 쉽게 구멍을 뚫다가 요즘엔 티비엠 공법
이라고 하여 거대한 장비가 암반을 두부모 짤라 내듯이 먹어 들어 가기 때문에 공사비와 기간이 현저히 줄어
들어 에지간 하면 도로나 철도 부설 시 산을 치고 나가게끔 설계를 하는데 이 지율이라는 여승이 제법
두꺼운 책을 한권 썼길래 읽어 보다가 자신의 환경운동을 추종하는 어느 신도가 보시 했다며 아기 공룡 둘리
비슷하게 생긴 도롱뇽이 여러 마리 그려진 가사를 입은 사진이 나오길래 책장을 덮어 버렸다.
청량리 뇌병원에 조현병 환자로 등록되어야 할 것 같아서 인데 스님들은 두루마기 비슷하게 생긴 장삼 위에
큰 보자기 처럼 생긴 가사를 두르는데 장삼은 인도에서 불교가 중국으로 전래될 당시 중국에서 노자 장자 하는
도교 신도들이 입던 옷을 입은 것이고 가사는 인도의 더운 날씨로 얇은 천 하나만 두르고 살던 풍습 그대로를
가져 온 것인데 카사야 라고 하는 산스크리트어를 음역한 것이 가사 이다. 스님들이 입는 승복도
학생들의 교복이나 군인들의 군복처럼 색깔이나 디자인 등이 엄밀히 스펙화 되어 있다. 자기 꼴리는 대로
가사에 도롱뇽을 황칠해 다니면 미친년 이란 소리를 듣게 마련이다.
조현병이란 정신분열증이 미친 지랄병 이라고 사람들이 쉽게 알아 듣기 때문에 헐 수 없이 새로 만든 신조어
이다. 비슷한 예로 예전엔 성병을 비니어릴 디지즈의 약어인 브이디 라고 했지만 브이디 브이디 하면
저 놈 성병환자란 걸 금방 알기 때문에 새로 만든 용어가 에스티디 이다. 영어론 자판을 잘 두드리리 몬해
죄송 쎅스얼리 트런스미티드 디지즈 즉 성관계로 인해 감염되는 병 다시 말해 성병이란 뜻인데 지율이라는
여승을 만나면 꼭 묻고 싶은 두마디가 있다. 당신 환경운동 하느라
서울로 부산으로 많이 나다니시는데 대관령이나 죽령 같은 곳에선 터널을 통과 하지 않고 산때배기(써미트,
정상) 위로 걸어서 넘어 가는지 하고 절집에서 법당을 새로 짓거나 할 적엔 땅 밑에 혹은 나무 숲속에 있는
짐승들은 죽지를 않느냐 죽는다면 우선 그 절집 앞에도 드러 누워야 되는 것 아니냐는 것 두가지다.
천성산에 올랐다 내원사를 들르느라 언제나 꼴찌로 다니던 내가 아주 일찍 하산을 하니 비치 파라솔 밑에서
션한 맥주를 마시던 장 사장님과 산미인 언니가 손짓을 하여 감사한 마음으로 술을 얻어 먹은 적이 있는데
장 사장님은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육사를 나와 육군 헌병대령으로 예편을 하시고 이후 청와대에도 근무를
하시다 은퇴를 하신 우리 느림보의 최고령 회원 이셨기 때문에 입산은 어렵지만 개근상을 받을 정도로
느림보에 열심히 나오셨는데 산행을 못 하셔서 버스에 앉아 계시는 장 사장님을 두고 우리들이 부산하게
산을 오르는 모습을 보면 본인의 마음은 여간 아푼 것이 아닐 것인데 우린 그때만 해도 그 어르신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무심함이 심했던 모양인데 이 어르신이 돌아 가시기 전에 입이 마르고 닳도록 고마워 하신
말씀이 언젠가 단비야님이 캔 음료를 사 주셔서 너무도 고마워서 차마 먹지를 못하고 집에 있는 냉장고에
넣어 두고 가끔씩 보기만 한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산미인 언니가 사 주신 밥과 술에 대한 감사와 고마움의
말씀이다. 좋은 일 한다며 전재산을 사회에 환원(?) 하고도 돈 문제로 어떤 전직 대통령은 가막소에 들어
가서 영어의 몸이 되어 있는 가 하면 캔 음료 한빙과 몇 번의 술상 차림으로 이리도 큰 공덕을 짖는 분들이
있다.
용늪 인근에 토사가 유실되어 늪으로 들어 갈까 해서 박석을 깔아 놓았는데 이 박석은 우리 조상들이 궁궐,
왕릉 또는 법당 내에도 많이 깔았는데 예전에 물이나 줄줄 흐르는 습지 였지만 상전벽해 라고나 할까
용늪이 왕늪이 되어 버렸다. 데크 위로만 걸어서
용늪을 통과하여 마지막 종착지인 대암산엘 오르니 계방산 방태산 가리산 오대산 등등의 여러 고산준령들이
꿈틀 거리고 있다.
탐방안내소 앞에 있는 입간판에 육이오 전쟁 당시의 격전지인 이곳 양구군 해안면 해안분지를 소개하는
영어가 있어 잠깐 읽어 보다 실소를 한다. 환경청에서 인제군에서 관리를 하는, 람사르협약과 우리나라
유일의 정상부 습지인 이곳 용늪의 안내 입간판에 펀치볼을 영어로 punchball basin 이라고 표기 한다.
양구군 해안면은 원래 뱀이 너무 많아 뱀의 천적인 돼지 해자를 써서 해안면이 명명 되었고 육이오 전쟁
당시 어느 미군이 가칠봉에서 양구 해안분지를 내려다 보니 여름에 사이다 부어서 수박 먹는 화채 그릇을
닮았다고 하여 punch bowl 이라 불리우게 되었는데 bowl 이 우리가 먹는 밥공기 같은 그릇을 뜻한다.
그래서 미국에서 아메리칸 풋볼과 내셔널 풋볼의 승자가 벌이는 최대 미식축구를 경기 슈퍼볼 이라고 하는데
여기에서 볼도 ball 이 아니고 bowl 이다. 슈퍼볼 경기를 벌이는 운동장이 잠실 운동장 처럼, 해안분지 처럼
모양새가 밥공기 처럼 생겼기 때문에 그리 불리우는데 입간판을 쓰신 분이 펀치 바울 이란 말 즉 그릇이란 말은
어디선가 줏어 들었던 가 보다 펀치볼 뒤에 베이슨 즉 세숫대야란 말을 추가해 두는 극도로 쎄련된 조잡의
극치를 보인다. 어느 멍청한 애들만 다니는 학교 국사 시험에 이 순신 장군이 전사 하신 곳 이란
시험문제가 나오자 공부 제일 잘 하는 학생이 노량대첩이 생각 나지 않아 바다에서 라고 답을 쓰고 이를
컨닝한 또 다른 천재바붕은 고민 끝에 바울을 베이슨 이라고 쓰듯이 배 위에서 쓰게 된다.
대암산 정상에서 사방 팔방을 바라 보노라니 느림보를 따라 이산 저산을 따라 다닌 10년 세월이 주마등 처럼
지나 간다. 요즘은 어느 산 어느 계곡을 가던 유심히 살펴 보고 세밀히 훑어 본다.
이 산 이 계곡을 이번 생에선 다시 올똥 말똥 하기 때문이다. 에잇
나잇쌀을 이리도 빨리 쳐 묵을 줄을 진즉에 알았더라면 안동 일직면 출신 아동문학가 권 정생님의 말씀 처럼
연애나 함 실컨 해 볼 껄.
분당 탄천변 쥐며느리 돌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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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돌삐님 덕분에 공부 많이 하고 갑니다.
소중한글 다시 한번 더 읽을 요량입니다
감사합니다
대암산에 오르신 감회가 남다르셨군요.
쉽게 다가서기 어려운곳으로 통제가 심합니다.
물건으로 치자면 희소성이랄까...
그러했기에 오늘날까지도 오염되지 않은 자연을 간직하고 있는게 아닐까요?
인간의 발이 닿는 곳은 오염을 피할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동네 주민들의 소득을 위한 가이드제도도 산을 좋아하는 우리가 이해해줘야하는 부분이구요.
6.25전쟁때 그렇게 많은 전사자들이 묻혀 있다면 지금도 귀신이 떠돌법도 하지만
지금은 그어느곳에 비교되지않을만큼 깨끗하고 조용하고..
산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우리들이 지켜줘야 할 유산입니다.
그나저나 설악산에서 돌삐님을 못 뵙는다니..섭섭합니다.
단풍이 아주 고울텐데..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