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개가 자욱한 새벽 뒷산 길이 아스무레합니다.
그 아스무레한 숲길을 걷다 보니 온몸이 축축히 젖어듭니다.
이슬때문인지, 안개때문인지...
몇해 내릴 비가 한꺼번에 다 내린 것처럼 유난히 비가 많았던 지난 여름....
게다가 무척이나 더워서 도무지 가을이 올 것 같지 않더니....
계절은 어김없이 가을입니다.
밤나무 숲길에는 밤을 줍는 사람들이 없습니다.
비가 잦아 밤이 여물지 않고 그냥 풋송인채로 다 떨어져 버렸기 때문이지요.
안개 자욱한 검은돌 고개길을 넘었습니다.
혼자 넘는 길이 호젓하지만 결코 쓸쓸하지는 않습니다.

안개속에 잠긴 검은돌 부락이 마치 깊은 잠에 빠진 동화나라 같습니다.
단풍든 탱자나무 울타리도 발간 벽돌집도...
길 옆, 땅바닥 길을 덮은 연두빛의 돗나물들도 모두 잠이 든 것 같이 고요합니다.
발소리를 내면 온 동네가 금방 깨어 날 것 같아 가만 가만 걷습니다.

자꾸 걷다 보니...
갑자기 눈 앞이 화안합니다.
한무리의 연분홍 들꽃들이 그렇게 화안하게 했던 겁니다.
어느새 안개가 걷혔는지도 모르고 있었던 나를 발견하곤 실소를 합니다.
며칠 전, 이곳까지 왔다가 다시 와야겠다 생각을 했었는데...
조금 바빠서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지요.
안개낀 새벽의 행복한 산책 길...
오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해야 겠습니다.

첫댓글 아스므레한 새벽 안개길을 걸으시는 한동수님...건강 하신것 같아보여 좋습니다..많은 비로 밤나무 열매가 다 떨어지고..
한톨두톨 모으셨다 제가 가면 주셔야 하는데...내년에나 한번 찾아 뵙죠...내년에는 밤 많이 주어 두세요...하하하...건강 하십시요...
스티브님, 내년에 한국에 오실 계획이라도 있으신가봐요...가을에 오신다면 밤 많이 주어둘게요....날씨가 어찌나 좋은지...저절로 콧노래가 흥얼거려 지네요...스티브님도 영육간 건강하십시오...
우와~~ 안개낀 마을 풍경이 마치 동화 속 마을이네요~~
언제나 한동수님 옆에서 같이 길 따라가면서 소곤소곤 말씀하시는 거 듣는 듯...
날씨 차가워졌어요. 대녀집 방문하실 때나 산책하실 때나 옷 든든히 입으시고
가을에 미리미리 보양식도 드시고...올 겨울 아주 건강히 나시길 빕니다~~
오늘 새 신부님 모시고 봉성체 다녀왔답니다...
언제부터인지...'사제'라는 단어만 떠올려도 눈시울이 뜨거워지곤 하네요...새로 오신 베드로 신부님은 몸이 많이 편찮으셨다는 말을 들어서 더 그런가 봅니다...영육간 늘 건강하시길 기도하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