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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는 실제 범죄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허구를 가미해 재구성했습니다."
에피소드 6. [지하철2호선 연쇄살인 사건 - ④]
S# 17. 16: 40.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상아 아파트 704호.
박 형사가 감식요원이 감식 중인 안방에 있다.
강력 팀장 (안방에 있는 박 형사에게)
뭐 좀 나온 것 있어?
박 형사 (뒤돌아 보며)
없습니다. 지문, 족적이나 머리카락 한 올 나오지 않고 있어요.
가슴 부위에만, 칼에 찔린 상처가 예닐곱 군데 나 있습니다.
S# 18. 7층 계단 공용구간.
김 형사가 피살자의 남편과 면담 중이다.
장민구 집사람은 아이들 챙겨주러 오후 1시에 집에 왔다가
아이들 학원에 보내고 다시 노래방으로 옵니다.
김 형사 장민구 씨는 노래방에 몇 시에 출근하세요?
장민구 저희 노래방이 홍대 번화가에 위치하고 있어서
일찍 오시는 손님도 있고, 미리 청소도 점검해야 하기에 9시면 출근합니다.
아내는 집안 정리 끝나고, 대략 10시쯤에 나왔다가
아이들 때문에 1시에 다시 집으로 가고요.
김 형사 집에서 노래방이 걸어서 몇 분이나 걸려요?
장민구 빠른 걸음으로 한 10분 정도 걸립니다.
김 형사 금전문제로 심한 다툼을 벌이거나 원한을 살만한 일이나
근래 들어, 노래방이나 집에 이상한 일 같은 것은 없었나요?
장민구 워낙 홍대가 핫 플레이스여서,
저희 노래방 손님 구성이 외지 손님들 위주이고,
요즘은 각 국에서 온 외국인 관광객도 한국 노래방에 관심을 갖고
많이 오는 편이라
그래서인지, 하루가 멀다 하고 이런 저런 사소한 시비가 끊이지를 않고
시끄러운 일들이 있어요.
S# 19. 노래방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유 형사가 업소 문을 열고 들어 간다.
유 형사 수고하십니다.
부동산 사장 (환한 미소로 유 형사를 맞이하며)
네. 어서 오세요.
유 형사 (신분증을 보여주며)
저기 싱싱 노래방 여주인이 피살돼서 그것 때문에
몇 가지 여쭤볼게 있어서요.
부동산 사장 (미소를 거두며)
아~ 그러세요. 여기 앉으세요.
부동산 사장이 커피 두 잔을 내려 놓고, 탁자에 앉는다.
부동산 사장 얘기는 들었어요. 어쩌다가 그런 흉측한 일이 일어났는지.
이 근방 홍대 일대에서 가장 잘 되는 노래방을 하면서
돈도 많이 벌고 제일 잘 나가는 사람인데.
유 형사 그렇게 돈을 잘 벌었어요?
부동산 사장 그럼요.
싱싱 노래방 장 사장이 원래부터 여기 토박이에요.
그 삼형제가 부모한테서 건물 두 개 물려 받고서,
자기 건물에서 노래방을 시작했죠.
잘 도니깐 한 곳은 세를 더 얻고.
2000년 중반부터 홍대가 ‘핫 플레이스’가 되면서
장 사장은 그야말로 돈방석에 앉게 된 거고요.
유 형사 아~. 뉴스 보니깐, 요즘 홍대 일대가 유동 인구가 많다던데?
가게들도 장사들도 잘 되고?
부동산 사장 (기운 없는 목소리로)
뭐 돈이야 건물주들이 버는 거고
우리 같이 세 얻어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잘 되면 잘 되는 데로 또 안 되면 안 되는 데로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고 그러죠.
서울 시내에 5대 상권이 있어요.
유 형사 5대 상권이요?
부동산 사장 네. 서울 시내에서 유동 인구가 많고 인지도·상가 밀집도가 높은
신촌·명동·강남역·홍대·건대 요.
유 형사 아~
부동산 사장 그런데, 시내 5대 상권 중 옆 동네 신촌은 2000년대 중반부터
서울 서북부 최대 상권이라는 타이틀을 여기 홍대 상권에 빼앗긴 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침체에 빠지기 시작해요.
그래서, 신촌 상권 소재 근린상가 경매물건 수도 급증하고요.
최근 3년 내 서울시내 5대 상권 중 경매에 부쳐진 상가가 가장 많은 곳도
서대문구 신촌 상권인 것으로 나타났어요.
유 형사 어이쿠, 그 곳 상인들은 힘드시겠네요.
부동산 사장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2008년 이화여대 내 대형 지하 캠퍼스인 ‘ECC’ 개관으로
이 상권의 주 이용객인 이대생들이 이대 캠퍼스 내에서 모든 소비생활이 가능해지자
더 쪼그라들고,
유 형사 뉴스에서 봤습니다.
부동산 사장 여기에 신촌 지역의 다른 큰 축을 이루는 연세대가
2011년 인천 송도 캠퍼스를 개교하고,
2014년부터 연세대 1학년 신입생 전원이 인천 송도 캠퍼스 기숙사에 의무적으로
기숙사 생활을 한다고 하니 크게 몰락할 수 밖에 없죠.
그래도 작년부터는 패션·미용 관련 쇼핑에 나선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가시화되면서
경매물건 수가 전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면서
침체가 다소 진정되긴 했는데,
하지만, 이미 신촌 상권이 2000년대
중반부터 인근 홍대 상권의 급격한 성장으로
소비 인구를 빼앗겨 역부족이에요.
부동산 사장이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말을 잇는다.
부동산 사장 반면 서울 강북 최고 상권으로 부상한 홍대는
신촌과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어요.
2000년대 클럽데이, 사운드데이가 등장하고 월드컵을 전후해 내국인은 물론
외국 관광객까지 흡수하면서 상권이 비약적으로 성장했어요.
유 형사 신촌하고 극명하게 대비가 되네요.
부동산 사장 예. 최근에는 지하철 6호선 상수역까지 홍대입구 상권이 확장돼
상권이 한층 탄탄해지고 있으니깐요.
지금 이 길만 해도
시끄러운 홍대 골목에서 벗어난 주변 상권도 미미한 한적한 주택가였는데,
복잡한 홍대 앞 분위기에 질린 예술가들은 하나 둘 이곳에 모여들고,
개성 있는 카페가 들어서기 시작했죠.
유 형사 야~ 이 곳 사장님들도 돈을 많이 버시겠네요?
부동산 사장 (씁쓸한 표정으로) 꼭 그런 건만도 아니에요.
유 형사 아니 왜요?
부동산 사장 형사님, 혹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이라고 들어 보셨어요?
유 형사 뉴스에서 얼핏 들은 것 같은데.
부동산 사장 낙후됐던 구도심이 유동인구, 관광인구들이 몰리면서 갑자기 번성해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말하는데,
지금, 여기가 딱 그 꼴이에요
여기도 자고 일어나면 임대료가 오르고 있어요.
부동산 사장이 맞은 편 카페를 가리키며,
부동산 사장 저기 카페 보이시죠?
유 형사 에. ‘이리 카페’요?
부동산 사장 이 골목 변화의 중심에는 ‘이리카페’가 한 목을 했죠.
2004년 서교동에서 처음 문을 연 저 카페가
그곳 임대료가 폭등을 하니깐, 이곳으로 이주해 왔어요.
‘핫한 골목’ 만들기에 공을 세운 이리카페가 또다시
다음 달이면 가게를 비워줘야 할 처지에 놓여 있어요.
유 형사 임대료 때문에요?
부동산 사장 작년에 월 200만원 대 초반이었던 이리카페의 월세가
현재 두 배 가까이 올랐기 때문에요.
유 형사 일 년 만에 두 배가 올라요?
부동산 사장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의 몸살을 앓고 있는 거리가
이 근방에만 10곳이 넘어요.
대기업 자본이 홍대 거리에 유입되면서
본격적으로 상업화되기 시작하고서,
2009년부터 4년 동안 홍대입구역 주변 상가 임대료가 20~40%가 올랐어요.
권리금은 5~10배까지 뛰었고요.
저도 부동산 가게를 하지만, 완전히 미쳐 돌아가고 있어요.
유 형사 아이고.
부동산 사장 그런데, ‘싱싱 노래방’의 장 사장이야.
월세 나오지, 하는 노래방 모두 잘 되지.
S# 20. 강력 1팀.
강력 1팀이 회의 중이다.
김 형사 학원에서 돌아온 큰 딸이 발견하고
아파트 경비원이 신고 했습니다.
딸은 그나마 학원에 가있어서 화를 면했고요.
강력 팀장 현금이나 귀중품 없어진 건?
김 형사 남편 말로는,
노래방에서 버는 돈은 바로 바로 은행에 입금하기 때문에
집안에 원래 현금이 없고,
아내의 지갑에 있던 현금과 손목에 차고 있던 금팔찌가
없어졌다고 진술했습니다.
강력 팀장 음~ 그럼 단순 강도살인으로 봐야 하는 거야?
원한이나 금전 문제는?
유 형사 그게. 피해자의 남편이
홍대 번화가에 노래방 세 곳뿐만 아니라,
강남 요지에도 ‘가라오케’ 두 곳을 운영하고 있답니다.
강력 팀장 강남에 가라오케도?
여자 종업원이 있는?
김 형사 예. 조사해 보니깐. 남동생 둘과 함께 하는데,
여자 종업원과 ‘보도방’ 아가씨들을 끼고서 장사하는 ‘가라오케’더라고요.
장사도 현찰 위주로 하고요.
강력 팀장 그래? 돈을 상당히 많이 벌겠는데.
홍대 노래방에, 강남에 가라오케면.
유 형사 네. 그게요.
2000 년대 들어서, 상권이 신촌에서 홍대로 옮겨왔잖아요.
그때부터 노래방으로 그야말로 떼돈을 벌기 시작해서,
3년 전에. 강남에 가라오케를 연 거더라고요.
주위 사람들 말에 의하면,
부부가 밤이면 마대 자루에 현찰을 쓸어 담는다고 하더라고요.
강력 팀장 그렇게 돈을 많이 벌었으면서 강남으로 이사는 왜 안 가고?
유 형사 원래 태어난 곳이 서교동이고,
논현동에 집이 두 채 더 있답니다.
김 형사 장민구 씨는 홍대에 있는 노래방 세 곳을 주로 맡아서 하고
강남 쪽은 동생 둘이 맡아서 하나 보더라고요.
강력 팀장 박 형사. 검시 보고서는?
박 형사 피해자의 직접적인 사인은 다발성 자창(刺傷)이고,
범행 도구는 폭 약4~5cm, 길이 약20cm의 외날 칼인데,
임 검시관 말로는 아무래도 ‘정형칼’로 보인다고 의견을 달아 놨습니다.
강력 팀장 ‘정형칼’이라면?
정육점에서 소 부위 해체할 때 사용하는 칼 말하는 거야?
박 형사 네. 직접적으로 피해자의 심장을 노리고 정확히 겨냥해서,
갈비뼈들 사이로 칼을 넣었다 뺐다 해야 하기 때문에
사시미칼 같은 경우에는 칼 끝이 갈비뼈에 부딪치면 부러져 파편이
범인에게 튈 우려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범인이 아마도 자신도 다칠 수 있는 그런 칼을 사용하지 않고
‘정형칼’을 사용했을 거라 추정하고 있습니다.
강력 팀장 그렇다면, 놈은 칼에 대한 지식과 칼을 다룰 줄 아는 놈이라는 소리인데.
박 형사 네.
강력 팀장 가만, ‘아현동 모자 살인 건’도 칼잡이가 범인일 거라고 했잖아.
박 형사 네. 그렇기는 한데, 칼자국이 난 위치가 달라서, 그 부분은
‘확인 불가’ 라고 이야기 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