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가 제격! 한·중·일 해산물 봄맛 삼국지
맛을 아는 미식가들이 이맘때 즐겨먹는 음식 중 빼놓지 않는 것이 제철 맞은 해산물이다. 겨울부터 초봄에 이르는 지금이 특히 맛있는 홍어·도다리·도미·광어 등 물 오른 해산물로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는 한·중·일 음식점을 소개한다.
韓 봄엔 역시 톡 쏘는 홍어·고소한 도다리 세꼬시가 일품!
남도 사람들이 고향 맛으로 즐겨먹는 홍어는 겨울에서 초봄이 제철이다. 강한 맛과 특유의 냄새로 마니아가 아니면 쉬이 접근하지 못하는 홍어 요리는 서울에도 인기. 전라남도 목포시 출신 주인이 운영하는 노들강(02-517-6044, 강남구 논현동 184-18)의 홍어는 중간 정도 삭혀 나와 고수나 초보자 모두 즐길 수 있다. 주인장이 직접 홍어를 손질해 두꺼운 종이에 싸서 포댓자루에 넣고 삭혀내는 덕에 홍어 특유의 곰삭은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홍어회, 삼합, 초절임, 찜, 탕 등 다양한 홍어 요리 중 서울 사람들에게는 단연 '홍탁삼합(6만5000원)'이 인기. 묵은지 위에 초장 찍은 꼬들꼬들한 홍어 한점과 삶은 돼지고기 수육에 새우젓을 얹어 먹으면 홍어 특유의 알싸한 향이 온몸으로 퍼진다. 여기에 탁주 한잔 털어 넣으면 그것이 바로 홍(어)탁(주)삼합. 보리 싹과 함께 홍어 간 등 내장을 넣고 된장을 풀어 자작하게 끓인 홍어앳국(3만원)이나 매콤하게 끓인 홍어탕(3만원)은 코끝을 톡 쏘면서도 시원한 국물 맛이 별미다. 운이 좋다면 싱싱한 홍어 코와 애를 맛볼 수 있다.
- ▲ 韓… 곰삭은 홍어 맛이 일품인 노들강의 홍탁삼합과 홍어탕, 그리고 애탕.
中 튀기고 찌고… 촉촉한 생선 속살은 그대로
제철 맞은 도미는 중식에서는 찜이나 탕수도미 요리 재료로 인기다. 홍콩 출신의 셰프가 요리를 맡고 있는 정통 광둥요리 전문점 채운(02-516-8837, 강남구 신사동 525-10)은 새콤달콤한 '탕수도미(9만원·부가세 별도)'를 봄 음식으로 추천한다. 탕수도미는 도미 한 마리를 통째로 센 불에 튀기고 그 위에 새콤한 소스를 뿌려 먹는 요리다. 보드랍고 담백한 도미 속살은 입 안에서 살살 녹는 듯하다. 도미 요리는 방문 전에 전화로 주문하는 것이 좋다.
- ▲ 中… 보드라운 도미살과 새콤한 소스가 잘 어우러진 채운의 탕수도미.
더 프라자호텔의 중식당 도원(02-310-7300, 중구 태평로2가 23)은 싱싱한 우럭, 주꾸미, 바지락 등의 해산물과 봄나물로 만든 '조(鳥)·어(語)·화(花)·향(香)' 코스로 봄맛 잡기에 나섰다. 봄동과 상어 지느러미찜, 달래와 사천식 돌대구찜, 활 해산물을 이용한 팔보채 등 코스별 다양한 요리를 내놓는다. 가격은 7만원부터(세금 및 봉사료 별도)다.
일본 요리의 특징은 사계절의 변화에 따라 맛이 좋은 제철의 것을 이용해 계절감을 살리는 데 있다. 일본의 정식 요리인 가이세키를 선보이는 아오야마(靑山, 02-3442-4451, 강남구 청담동 2-10)는 1년에 8번, 계절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메뉴를 구성한다. 4월 15일까지 이어지는 봄 세트 메뉴(10만원·부가세 별도)는 도미봄나물소스구이, 제철 생선인 광어와 놀래미, 도다리 등의 회, 백합을 넣어 지은 밥 등 9가지다. 음식을 담아내는 매화 무늬의 그릇부터 계절의 재료와 색깔까지 눈에서 입으로 완연한 봄기운이 풍긴다. 특히 보드라운 속살의 도미와 그 위에 뿌려진 초록 빛깔의 쌉싸래한 냉이 소스가 혀끝에 닿는 순간 봄이 살랑인다.
- ▲ 日… 1 아오야마에서 마련한 3월의 봄 식탁. 2 봄철 해산물과 채소로 봄 스시를 선보이는 미카도.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의 일식당 미카도(02-6282-6751)는 봄철 맛좋은 도다리, 삼치, 참치, 학꽁치, 살이 통통하게 오른 새조개 등의 해산물을 이용해 4월 30일까지 봄 스시(초밥)를 선보인다. 특히 벚꽃이 필 무렵 맛이 가장 좋다고 해 일본에서 '사쿠라 다이'라 불리는 도미로 맛을 낸 스시를 맛보면 좋다. 노란 꽃잎을 품은 유채꽃과 두릅 등 봄나물을 이용한 스시도 입맛을 자극한다. 모둠 스시 가격은 6만5000원(세금 및 봉사료 별도).
글 김보람 기자 | 사진 이경호 기자, 염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