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원에서 배우는 영성 훈련
개신교 신자를 위한 수도원의 영적 습관들
자기를 비우는 겸손의 길로 걸으면 은혜를 받을 수 있는 올바른 자리에 이른다.
겸손은 우리 마음의 문을 연다. 케이시가 정의하듯이 겸손은 “은혜를 받을 수 있는 능력이고 구원이라는 최종적인 선물을 받을 수 있는 능력”이다. 겸손은 “구원받고자 하는 자발성이며, 하나님의 활동에 마음을 열어놓은 상태이며, 하나님께서 인간의 마음속에서 계획을 이루시는 오묘한 과정에 굴복하는 것”이다. 다른 말로, 겸손은 하나님에 대한 신뢰에 뿌리내린다.
나는 캘리포니아 남부의 해변 지대 근처에 산다.
따라서 이안류(해안에서 바다 쪽으로 빠르게 흐르는 물살)에 휩쓸린 사람들을 구조하는 모습을 가끔 보기도 하고 그런 소식을 듣기도 한다. 인명구조요원들은 상황을 즉시 판단하고, 호락호락하지 않은 해류에 맞서보려고 헛되이 허우적거리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거침없이 곧장 헤엄쳐간다. 사고자가 구조를 받으려면 해류 및 구조요원과 싸우기를 멈추고 굴복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구조요원이 사고자를 데리고 호기심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해변으로 나올 때다. 사람들은 자신과 사고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구조요원을 칭찬하는 반면, 사고자를 멍텅구리 취급한다. 그가 이안류를 경고하는 표지판을 무시했거나 허약한 약골이라는 이유로 말이다.
해수욕장에서 구조를 받는 것은 굴욕적이다.
내가 자아도취의 노예가 되었다는 점, 그리고 나 스스로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나의 성향이 이안류처럼 나를 끌어당겼다는 점을 사람들 앞에서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내가 그런 점들을 인정하지 않고 스스로 크게 부풀린 자아를 믿겠다고 고집부린다면, 나에게 하나님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그리스도인의 겸손은 낮은 자긍심이나 형편없는 자아상과는 다르다. 그리스도인의 겸손은 나는 죄가 없다는 거짓말에 현혹당하기를 거부하겠다는 단순한 태도다.
“나를 향한 하나님의 무조건적인 사랑의 강렬함에 힘을 얻을 때, 나를 변명하는 수단들을 부수고 나의 처지에 관한 진실을 인정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나의 성향이나 개인사에는 내 인생을 행복하게 결말지을 수 있는, 내 능력을 확신할 만한 근거가 아무것도 없다.”
이것이 베네딕트가 하나님을 경외하는 마음 자세에서부터 시작해서 겸손의 단계를 설명하는 이유다. 겸손은 복종과 마찬가지로 하나님에 대한 확신이나 신뢰 혹은 하나님께서 우리 삶에 데려오기로 선택하신 사람들에 대한 확신이나 신뢰를 포함한다.
자신의 가치를 현실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만 진정으로 하나님을 신뢰할 수 있다. 만일 자기 존재에 대해 우쭐한 마음을 키운다면, 하나님께서 스스로 택하시고 부르신 사람들의 유익을 위해 일하고 계신다는 바울의 주장(이는 칼빈주의 성향을 지닌 개신교 신자들이 밀어붙인 요점이다. 그러나 그들은 때로 이 개념을 지나치게 크게 확장해서 칼빈의 사상을 벗어나곤 한다)을 믿기 어려울 것이다.
일례로, 어쩌면 우리는 우리의 현재 상황이 하나님께서 하나님나라의 일을 행하시는 데 필수적이라고 잘못 믿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보다 덜 중요한 자리로 가거나 덜 매력적인 임무를 감당하라고 하나님께서 부르실 때, 그것이 오직 하나님만이 제대로 알아보시는 더 큰 그림의 일부일 수 있다.
인간적인 관점으로 덜 중요하게 보이는 일이 궁극적으로 정확하게 중요한 일이며, 넓은 관점에서 나에게 가치 있는 유일한 일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는 하나님의 섭리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 우리는 자신이 겉으로 보이는 것에 종종 속는다는 사실을 인정할 만큼 겸손해야 한다. 겉으로 보이는 현상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뜻은 언제나 우리에게 유익을 준다는 강인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
– 수도원에서 배우는 영성 훈련, 데니스 오크홈
† 말씀 젊은 자들아 이와 같이 장로들에게 순종하고 다 서로 겸손으로 허리를 동이라 하나님은 교만한 자를 대적하시되 겸손한 자들에게는 은혜를 주시느니라 그러므로 하나님의 능하신 손 아래에서 겸손하라 때가 되면 너희를 높이시리라 – 베드로전서 5장 5, 6절
그러나 더욱 큰 은혜를 주시나니 그러므로 일렀으되 하나님이 교만한 자를 물리치시고 겸손한 자에게 은혜를 주신다 하였느니라 – 야고보서 4잘 6절
† 기도 하나님 앞에 겸손함으로 저를 낮추는 삶을 살 때 은혜를 경험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언제나 온전히 하나님을 신뢰하며 나아가는 믿음의 삶을 걸어가게 하시옵소서.
† 적용과 결단 겸손의 길로 걸어 감으로 은혜를 받을 수 있는 올바른 자리에 이르는 하루가 되기를 기도하며 결단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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