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의 경사면 때문에 503호의 서쪽과 동쪽 창에
블라인드 커튼(롤스크린)을 장착하지 못한 까닭에
옷가지를 보관하면 3면의 강한 햇살과 열기로 인하여
탈색하고 삭아버리게 되므로 쓸모가 없어서 고심했는데,
간밤에 곰곰히 궁리해 본 결과 알미뉸 각재가 아닌 목재로
윗쪽을 막아주면 원활하게 시공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잠자다 말고 올라가 사이즈를 재고는, 월초에 분해한
보루네오 책장에서 나온 합판을 잘라내는 방법까지 곰곰히
궁리하느라고 20:30에 누웠음에도 새벽 세 시까지 잠을 이루지
못한 채 그 작업을 할 궁리에만 잡중하였었다.
학창시절부터 수학과 기하과목에서는 기본점수만 받아 온
실력이라 윗부분을 잘라내는 각도 구하기에 고심하였는데,
의외로 간단하게 자를 수 있는 방법이 생각나서 업치락 뒤치락...
금방이라도 작업에 손대고 싶은 욕구가 일어 온전히 잠을 설쳤다.
성모승천대축일이라 교중미사를 하고 부동산에 들러 차를 한 잔
마신 후에 돌아와 점심식사를 하고, 이내 귀가시 다시 찾아 들여온
부로네오 부품을 가져다 대 본 뒤에 네임펜으로 선을 그어 놓고나서
재삼 꼼꼼히 나무를 손질한 다음 작업에 몰두하였다.
간신히 서쪽 창에 합판 한쪽을 설치하곤 피로에 지쳐 땀을 흘리는 중에
레오와 그 아빠엄마가 주차장에서 내리는 걸 목격하니 기쁨이 솟구쳤다.
누군가가 잡아주기만 하면 간단히 완성할 수 있는 일을 혼자서 하느라고
힘은 힘대로 들고 시간만 흘러 앞에 남은 일로 앞이 깜깜한 판에 사위가
오니 이토록 반가운 일이 또 있을손가!
함께 올라가 혼자선 30분 넘도록 걸릴 일을 단 10분만에 끝내고 나서
룰루랄라 샤워를 하고 이제 롤스크린을 어떤 천을 사용하여 얼마만큼
길이와 높이로 설치할 것인가만 궁리하면 되고, 지난번 여러 차례 익히
해 본 터라 시공하는 건 문제가 아니라서 작업을 완료한 느낌이었다.
오래도록 503호에서 자리만 차지하던 물건들을 과감히 버리고 나서
빛을 차단한 방에 행거를 배치하고 옷가지들을 정리하면 501~502호도
여유롭고 쾌적하며 편리한 방으로 다시 태어나게 될 것이다.
가장 어렵고 손 대기 쉽지 않은 일을 이처럼 완한벽하게 마치고 나니
무척 기쁘고, 어수룩한 머리로도 이러한 갖가지 일들을 홀로 궁리하면서
시늉이나마 낼 수있도록 배려하며 이끌어 주신 주님께 절로 감사드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