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선거가 제도 허점과 무관심 등으로 인해 시민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깜깜이 직선제’가 된 지 오래지만,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의 10·16 보궐선거 출마 선언은 국민을 더욱 참담하게 합니다.
그는 2010년 서울교육감 선거에서 당선됐지만, 후보 매수죄로 당선 무효가 됐습니다. 박명기 당시 서울교대 교수에게 후보 단일화를 위해 2억 원을 준 혐의로 기소돼 2012년 9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이 확정됐습니다.
국가에서 보전받은 선거비용 35억 원을 반납해야 하지만, 아직 30억 원 이상 미납한 상태라고 합니다.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은 사면·복권 조치를 취했고, 피선거권 제한 10년도 지나 출마에 법적 제한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일말의 교육자적 양심이라도 있다면, 반성하고 속죄하며 사는 게 정상일 겁니다. 그런데 5일 출마를 선언하면서 “내 양심의 법정에서 당당하고 떳떳하다” “판결에 전혀 승복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사법부에 대한 부정이고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인데, 심지어 “이번 교육감 선거는 윤석열 정권 삼중 탄핵으로 가는 중간 심판 선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조희연 교육감을 낙마시킨 정치 검찰 탄핵, 윤석열 교육정책 탄핵, 더 큰 탄핵” 운운까지 했습니다.
조희연 전 교육감은 민주당이 억지로 만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1호 사건’으로 수사해 직권남용 결론을 내렸습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으로서 정책을 집행할 뿐인데, 삼중 탄핵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고, 합법적 정부와 정책에 대한 부정, 교육과 법치에 대한 우롱일 뿐입니다(문화일보 사설, ‘후보 매수 곽노현’ 서울교육감 출마는 법치·교육 우롱).
천인공노할 이런 파렴치한 일이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아연실색인데, 결국 다시 한 번, 천하흥망 필부유책을 떠올릴 뿐입니다.
<딥페이크 범죄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평범한 사진을 합성해 음란물로 만들고 유포하는 행위가 빈번해지자 공포에 질린 학생들이 자신의 SNS 계정을 삭제하고 프로필 사진을 내린다고 한다. 이 범죄가 주로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발생하며 지인을 대상으로 저지른다니 더욱더 충격적이다.
쏟아지는 보도를 접하고 놀라기는 하지만 일반인들은 그런 음란물 이미지를 실제로 접할 기회가 거의 없다. 그런 딥페이크 이미지가 얼마나 진짜처럼 보이는지도 모를 뿐더러, ‘진짜 자기’가 아니라면 무시해도 되는 것 아니냐는 순진한 생각도 해본다. 이처럼 당사자들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의 정도가 어떤지 쉽게 상상하지 못하지만, 피해는 매우 현실적이고 심각해 보인다.
딥페이크 기술의 위험성은 단순히 음란물을 생성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 기술이 제기하는 가장 큰 도전은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그것은 정보의 진위를 판단하기 어렵게 만들어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파급력을 지닌다.
이런 상황은 단순한 이분법적 사고로는 현대 사회의 복잡한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데 한계가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불확실성을 싫어하며 명확함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에 복잡한 현실을 단순화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명료하게 진위와 시비를 가리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그러나 그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다원적인 문제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해결하기 어려워진다.
최근 한 OTT 플랫폼에서 방영된 드라마 제목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이와 관련된 철학적 질문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 제목은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큰 나무가 쓰러지면 소리가 났을까? 안 났을까?”라는 인식론과 존재론에 관한 오래된 질문에서 가져온 것이다.
그것은 듣는 주체가 없다면 소리가 나지 않은 것과 같다는 경험주의적 관점을 강조한다. 나무가 쓰러질 때 발생한 공기 진동이 인간의 귀를 통해 지각되지 않는다면 나무가 쓰러지면서 났을지 모르는 소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무가 쓰러졌다는 객관적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아무도 듣지 못했기 때문에 소리가 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하더라도, 우리는 나중에라도 그 나무를 보고 숲속에서 울려 퍼진 소리를 상상할 수 있다.
그로 인해 발생한 숲 생태계의 파괴나 토양 침식 같은 영향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심각해지면서 뒤늦게 현실화할 수도 있다. 우리가 지각하지 못한다고 객관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을 부정할 수 없으며, 그런 일들이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서 벗어날 수도 없다.
세상에는 ‘아무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숲’이 너무나 많다. 우리는 그런 숲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각하지 못한 채 살아가기도 하며, 숲에서 일어나는 일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종종 의미 없이 지나치거나 외면한다. 그것은 우리가 현실의 문제들로부터 떨어져 비교적 평화롭게 삶을 영위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동시에 중요한 문제들을 간과하게 만든다.
현대 사회에는 단순히 진위를 구분하는 것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많으며, 진위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그 영향 또한 우리의 예상을 벗어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진짜와 가짜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보다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대 사회의 복잡성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우리가 직관적으로 경험하거나 지각하지 못하지만 다양한 일들이 벌어지는 숲들이 존재하며, 그곳에서 일어난 일들은 얽히고설킨 연쇄를 거쳐 우리의 현실과 마주치게 되기 때문이다. 딥페이크 기술이 가져온 사회적 문제는 그런 복잡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매혹적인’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불확실성과 모호함을 견디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복잡한 현실을 직시하면서 세상을 해석하는 다양한 관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앞으로 우리가 만나게 될 숲은 더욱더 가늠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국민일보. 허영란 (울산대 교수·역사문화학과)
출처 : 국민일보. 오피니언 [혜윰노트],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진짜와 가짜의 경계
학교 다니는 아이도 없는데 서울시 교육감이 나하고 무슨 관계냐고 생각하실 분도 많을 것입니다. 또 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있어도 교육감 선거에 관심을 갖는 분은 별로 없을 겁니다.
그래서 저런 범죄자들이 큰소리치는 겁니다. 실형을 선고 받고도 반성할 줄 모르고 다른 직도 아닌 교육감에 출마하는 사람이 다른 후보를 매수해 놓고도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다고 큰소리칠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든 사람들은 다 소위 민주화 운동을 한 사람들일 겁니다.
저들은 지금 대한민국을 ‘아무도 없는 숲’이라고 보고 거리낄 게 없다고 기고만장인데 이걸 우리 국민이 이를 용납한다면 정말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