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은 속리(俗離)다. '속세를 떠난다'는 뜻의 속리산에는 세상 시름 녹여주는 보석 같은 풍경이 숨어 있다. 그중에서도 아홉 가지 절경을 품고 있는 화양구곡에 텐트를 치고 일상을 내려놓는다. 아홉 가지 절경을 더듬으며 걸어도 좋고, 의자 깊숙이 몸을 맡기고 물소리 바람소리를 즐겨도 좋다. 울긋불긋 물드는 나뭇가지 사이로 가을 햇살이 반짝이며 마음속으로 파고든다.
가을 햇살 반짝이는 화양동야영장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의자 깊숙이 몸을 맡기고 가을 하늘을 만나다
속리산 최고의 비경을 간직한 화양구곡에 야영장이 있다는 건 캠퍼들에겐 행운이다. 속리산국립공원 화양분소에서 800m 아래쪽에 자리 잡은 화양동야영장은 1990년대 초에 문을 열어 일찌감치 사랑받아온 야영장이다. 약 3만 3,000m2(1만여 평) 부지에 100여 동의 사이트를 수용할 수 있는 제법 큰 규모를 자랑한다.
화양동야영장의 가을 아침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야영장은 윗동네와 아랫동네로 나뉜다. 사이트마다 장단점이 있다. 아래쪽은 아름드리나무들이 숲을 이루어 그늘이 풍부하고, 위쪽은 그늘이 많지 않은 대신 아래쪽보다 공간이 넓다. 아래쪽 계곡 옆에 있는 사이트는 풍경이 아름다운 대신 사이트 면적이 좁은 편이다. 사이트 구획이 나뉘어 있지 않아 텐트와 타프를 자유로이 펼칠 수 있는 것이 화양동야영장의 매력이다. 또 사이트 옆에 차를 세워둘 수 있어 짐을 부리고 차를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이 없다.
계곡 풍경이 바라다 보이는 사이트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계곡 풍경이 바라다 보이는 사이트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그늘이 풍부한 아래층 사이트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면적이 넓은 위층 사이트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화양구곡의 구절양장을 빠져나온 청청한 계곡이 야영장 옆을 흐른다. 계곡이 넓고 수량이 풍부해 야영장 어디서나 시원한 계곡 물소리를 즐길 수 있다. 끊임없이 들려오는 맑은 물소리에 몸은 서서히 무장 해제되고, 살랑살랑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마음마저 내려놓게 된다. 의자 깊숙이 몸을 맡기고 고개를 들면 울긋불긋 가을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빛난다. 일상의 고단함은 사라지고 진정한 '속리'를 맛보는 순간이다. 계곡이 주는 즐거움은 그뿐이 아니다. 낚시는 물론 다슬기 잡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야영장 옆을 흐르는 청정 계곡 덕분에 끊임없는 물소리를 즐길 수 있다.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화양동야영장은 속리산국립공원에 속해 있었는데, 올해부터 화양동마을로 운영이 이관되었다. 야영장 이용은 선착순이다. 1박 기본요금은 7,000원, 시설이용금은 1인 2,000원이다. 화장실은 수세식 1곳, 재래식 1곳, 이동식 1곳을 포함해 모두 3곳이다. 개수대 역시 3곳이다. 전기시설과 샤워시설이 없지만, 야영장 입구 매점에 소정의 사용료를 내면 전기를 끌어다 쓸 수 있고 샤워도 할 수 있다.
개수대와 화장실 등 편의시설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개수대와 화장실 등 편의시설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아홉 가지 보물을 찾아 트레킹을 나서다
텐트에서 느긋하게 속리의 기분을 만끽했다면 이제 아홉 가지 보물을 찾아 나설 차례다. 충북 보은군과 괴산군 그리고 경북 상주시에 걸친 속리산은 보석처럼 빛나는 풍경들을 품고 있다. 특히 괴산에는 쌍곡, 갈은, 선유, 화양 등 아홉 가지 절경을 품고 있는 구곡이 많다. 그중 화양구곡은 우암 송시열이 아홉 가지 절경에 손수 이름을 붙여주었을 만큼 특별하다.
야영장에서 300m를 걸어 나오면 화양동입구 사거리다. 거기서 500m를 더 가면 속리산국립공원 화양동분소다. 화양동분소에 닿기도 전에 1곡인 경천벽을 만난다. 잘생긴 기암이 하늘을 떠받들 듯 우뚝 솟아 있다. 넓고 편안한 산책로를 따라 오르면 곧바로 2곡인 운영담이 나타난다. 이름처럼 구름 그림자가 비칠 듯 맑은 물이 소를 이루고 있다. 그 곁에 기암절벽이 소를 지키는 듯 서 있다. 2곡을 지나자 강물처럼 잔잔하던 계곡이 울퉁불퉁한 바위들로 다이내믹하게 변한다. 물소리가 더욱 크게 들리는 곳에 3곡 읍궁암이 눈에 띈다. 효종이 승하하자 우암 송시열이 매일 새벽 한양을 향해 활처럼 엎드려 통곡했다는 너럭바위다.
1곡에서 9곡까지 이어지는 산책로가 넓고 완만하다.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2곡 운영담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애달픈 물소리를 따라 조금 더 걸어가면 화양구곡 최고의 절경으로 손꼽히는 금사담이 모습을 드러낸다. 조각 작품 같은 바위들 사이로 금싸라기 모래가 비치는 맑은 물이 흐른다. 그 위로 송시열이 지은 암서재가 한 폭의 그림처럼 자리 잡고 있다. 금사담 계곡 맞은편에는 우암 송시열을 기리는 화양서원이 있다.
화양구곡 최고의 절경을 자랑하는 금사담과 암서재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별을 보기 좋은 첨성대, 구름을 뚫고 솟아오른 능운대, 누운 용이 꿈틀댄다는 와룡암, 푸른 학이 둥지를 틀고 새끼를 길렀다는 학소대, 마지막으로 티 없이 흰 바위가 펼쳐진 9곡 파천까지 길은 편안하게 이어진다. 1곡에서 9곡까지 계곡을 더듬어 올라가는 산책로는 평지를 걷는 것처럼 완만하다. 왕복 2시간 정도 소요된다. 걷다가 만난 꽃사과와 눈인사를 나누고, 고깔모자 쓴 도토리를 줍는 시간까지 보태도 넉넉히 3시간이면 족하다.
계곡길에서 만난 꽃사과가 가을 향기를 선사한다.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고깔모자 쓴 도토리는 가을의 전령사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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